'시의회 의결 사항은 시민이 승인해 준 것인데 시장이 바뀌었다고 …'

외도보타니아 고 이창호 회장, 최호숙 대표이사와 함께 외도보타니아의 오늘을 만든 산 증인인 강수일 외도보타니아 고문은 외도 출신이다.

강수일 고문 자녀인 강정화(여‧42) 씨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재)한택식물원 이사다. 한택식물원은 20만평의 부지에 9,000여 종의 자생식물(2400종)과 외래식물(6600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 해 20~3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강정화 이사는 우리나라 식물계‧동물계 권위자들이 참여해 만든 본책 64권과 별책 12권을 포함해 80권의 자연도감 저자 중 한 사람이다. 강 이사는 지난달 22일 환경부 주관으로 열린 ‘생물다양성의 날’ 기념식 때 ‘생물다양성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정부 포상을 받았다.

강정화 이사는 지난 2010년 3월 본사와 통화에서 "거제는 천연숲을 가지고 있는 섬으로, 섬 자체가 식물원이다"며 “전문 식물원 등을 조성했을 경우 (관광)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강 이사는 거제는 온화한 기후 등으로 식물을 특화 개발했을 경우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해 100만명이 방문하는 외도보타니아, 올해 개장한 장사도, 관리‧소유권을 넘겨받기 노력하고 있는 지심도, 최근 개장한 하청맹종죽테마공원 등에는 하나의 공동된 분모가 있다. ‘식물’을 공통 분모로 하고 있다. 거제는 식물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 거제 관광 산업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극 방향에는 ‘식물'이 있다는 것을 묵시(黙示)하고 있다.

동부면 구천리에는 거제자연예술랜드가 있다. 거제 출신이며 난(蘭)계의 권위자인 이성보 대표가 직접 만든 난(蘭)‧석부작‧목부작‧수석 등 4,0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성보 대표는 지난 1994년 5톤 트럭 200대분의 수석, 난, 석부작, 목부작 등 작품을 싣고 고향으로 달려왔다. 1998년 IMF를 생각하지 못하고 현금 5억원을 차입해 거제자연예술랜드를 시작한 것이 화근이 돼 그동안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성보 대표는 자금 어려움을 겪자 2008년 경부터 자신의 작품을 알아주는 거제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을 세웠다.

그 당시 일부 시의원들이 “관광 부가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이 충분한 거제자연예술랜드가 다시 거제를 떠나는 것은 안된다”며 거제시 행정에 대책을 촉구했다. 거제시의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난 수석 등에 조예가 깊은 한동환 거제부시장이 2009년 1월 23일 부임하면서 급속한 진전이 있었다. 2009년 3월 이행규 시의원 시정질문, 11월 실무추진위원회 개최, 중기지방재정계획 반영에 이어 2010년 1월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2010년 2월 26일 거제시의회 제132회 임시회서 거제시가 제출한 ‘거제자연생태 테마파크 조성 설치 동의안’이 가결됐다. 주요 내용은 이성보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30억원으로 매입하고, 거제면 서정리 농업개발원 부지에 85억원을 들여 거제자연생태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 거제시의회 속기록
2010년 4월 경남도 재정투융자 심사 승인을 거쳐 지난해 9월 이성보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 감정도 마쳤다. 4,193점의 감정가는 47억5800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제자연생태 테마파크 조성 사업비는 당초 85억원으로 시작했지만, 사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135억원으로 증가됐다. 올해 4월 경남도가 추진하는 모자이크 프로젝트에 거제자연생태 테마파크가 선정되면서 전체 예산도 235억원으로 100억원이 더 늘어났다.

사업 부지 매입은 이미 끝내놓고 있으며, 예산이 늘어나 사업 규모도 더 커졌다. 83억원을 들여 15,700㎡(4,750평)의 자연생태공원과 100억원을 들여 5,300㎡(1,600평) 규모의 첨단 돔형 온실을 짓는 것이 주 테마다. 거제시는 올해 9월까지 실시설계를 끝내고 11월 착공해 2014년 9월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성보 대표의 작품을 30억원에 매입하는 것으로 이미 거제시 의회서 승인이 났다. 이성보 대표도 감정가는 47억5800만원이지만 30억원만 받고 나머지 작품은 거제시에 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식적으로 거제시와 이성보 대표는 작품 매입 계약서에 먼저 도장을 찍고, 이와 더불어 이성보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가운데 실시설계가 진행돼야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거제시는 작품 매입비를 20억원에 제시했다가, 이성보 대표가 반발하자 그러면 25억원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식으로 미적미적 시간만 끌고 있다. 거제시가 이성보 대표에게 제시한 계약서는 ‘노예계약서’나 다름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성보 대표의 작품이 주된 전시물이면, 이성보 대표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설계에 반드시 반영돼야 함에도 실시설계는 따로 하고 있다.

▲ 이성보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돔형 온실 스케치
▲ 돔형 온실에 전시하기 위해 제작해놓은 700점의 석부작 작품(거제자연예술랜드에 있지 않고 거제 모처에 있다.)
작품 매입협상을 질질 끌다가 11월에 착공할 때까지 계약이 안되면 ‘이성보 대표의 완고한 고집으로 매입 협상이 잘 안돼 다른 작품으로 거제자연생태 테마파크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변명을 찾고 있지나 않은 지 의구심이 든다.

이성보 대표, 최초로 테마파크 조성 필요성을 시정질문했던 이행규 시의원,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재차 촉구했던 강연기 시의원, 실무 책임자인 박태문 거제시 관광과장은 지금 그 자리에 있고 바뀌지 않았다. 유일하게 바뀐 것은 권민호 시장이다. 거제시 관광과는 새로 취임한 권민호 시장에게 ‘작품매입비는 30억원에 승인받았다’고 보고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20억, 25억원 등이 거론되고 있는 지 알 수 없다. 관광과장이 시장에게 허위로 보고했거나 권민호 시장이 작품 매입비를 20억원에 깎아라고 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권민호 시장은 똑같은 모자이크 프로젝트인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 사업을 위해 미국까지 갔다. 관용차 타고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거제자연예술랜드와 ‘돔형 온실’에 전시할 700개의 장가계 작품이 숨겨져 있는 곳은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갔을 수는 있을 것이다.

거제시의회 또한 이번 일을 한번쯤 깊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거제시가 작품 매입비를 30억원으로 책정해 거제시의회에 거제자연생태 테마파크 설치 동의안을 제출했고, 5대 시의회 때 승인을 해주었다. 6대 시의회 들어 거제시 관광과는 그동안 수차에 걸쳐 업무보고, 간담회 등을 통해 거제자연생태 테마파크 조성 사업 진척 상황을 보고했을 것이다.

설치 동의안을 2010년 2월 거제시의회 상정할 때와 지금의 관광과장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 작품 매입비를 30억원에 승인받아놓았다는 사실은 거제시와 관광과장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거제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작품매입비로 20억원, 25억원을 들먹이며 ‘이성보 대표가 너무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무슨 뜻인가. 거제시가 지금까지 시의회에 허위 보고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뒤집어보면 거제시의회가 지금까지 집행부에 농락당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거제시가 거제시의회를 갖고 놀았다. 또 거제시의원들이 5대 시의회 때 의결해 놓은 사안의 속기록도 한번 읽어보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이성보 대표도 시장이 바뀐 후 대화의 직접 당사자인 똑같은 관광과장이 갑작스럽게 말을 바꾸자, 크게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많이 지쳐있는 것으로 보였다.

행정은 연속성이 있어야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다. 권민호 시장 취임 후 ‘이성보 대표는 2010년 2월 28일 김한겸 전임시장 출판기념회 때 책 서평 축사를 한 사람이다’는 좁은 ‘동굴의 우상’ 시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지나 않은 지 의심된다.

15일부터 열리는 거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때 지금까지의 '엇 길이 바른 길'로 되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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