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凡) 보수 신‧구 세력 간 헤게모니 쟁탈전의 대리전 양상

▲ 지난 6일 열린 본회의서 정회를 한 후 의원끼리 의견을 나누고 있다.
거제시의회는 지난 2일과 6일 하반기 원 구성을 위해 의장, 부의장, 의회운영위원장, 산업건설위원장을 선출했다. 총무사회위원장은 후보 등록을 다시 받아 선출하기로 했다.

6일 오전 10시에 개의된 본회의는 장시간의 정회를 거쳐 오후 3시 10분에 개의해 이형철 의회운영위원장과 신임생 산업건설위원장을 선출했다.

상임위원장 선출에서 후보에 입후보한 5명의 후보가 사퇴시한 안에 박장섭 시의원이 사퇴했고, 정견발표장에서 신금자, 한기수, 김은동, 반대식 의원이 사퇴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6일 열린 본회의서 상임위원장 선거에 들어가기에 앞서 반대식 의원은 발언권을 얻어 “이번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서 (시민들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지금 거제시 의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식 의원이 언급한 “시민 우려와 의회 파행”은 무엇을 말하는가? 반 의원의 발언은 ‘아전인수식’ 발언인가 아니면 의회를 사랑하는 충정에서 한 발언인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잣대로 의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자질, 외부 정치세력에 휘둘리지 않는 의회의 독립성,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 강화, 의원 개개인의 전문성 확보, 절대 다수당이 지배하지 못하는 의회구조, 외부 정치세력의 개입설, 2014년 지방선거 공천 거래설 등의 몇 가지 잣대를 놓고 보면 사태의 본질이 ‘명약관화’해진다.

15명 의원들의 소속 정당 분포는 새누리당 5명, 무소속 7명, 구 진보신당 2명, 통합진보당 1명 순이었다. 의회 내의 세력 분포는 소속정당과 정치 노선 등으로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크게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중심이 된 의장파와 4‧11총선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이 중심이 된 비의장파로 분류된다.

의회운영위원장 선거에서 의회 파행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무소속 박장섭 시의원, 새누리당 소속 신금자‧이형철 시의원이 후보로 등록했다. ‘새누리당 소속 신금자 후보와 맞붙은 같은 당 후보가 차기 지방선거 도의원 출마가 거론되며 비의장단파로 말을 갈아탔다’는 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후보는 같은 당 소속인 신금자 의원보다 늦게 의회운영위원장 후보에 등록한 점, 비의장단파인 박장섭 후보가 갑작스럽게 후보를 사퇴한 것 점 등이 사태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신금자 후보는 “새누리당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형철 후보는 “의회가 집행부와 서로 상생하면서”라고 밝히며 출마 정견발표를 했다. 결과는 이형철 8표, 신금자 0표, 무효 7표였다.

총무사회위원장에 후보를 등록한 한기수‧김은동 의원이 동반 사퇴한 것은 혼돈을 초래할 수 있다. 한기수 의원은 “현재와 같이 7대8, 8대7로 나누어지고 그것이 투표결과로 나타나서는 15명의 의원이 화합할 수 없다”며 사퇴했다. 김은동 의원은 “편을 가르지 않는 의회 모습을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사퇴를 했다.

세 번째 산업건설위원장 선거가 있었다. 반대식 의원이 산업건설위원장 후보를 사퇴하기 전 정견발표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4마리 중 3마리는 오늘 죽는 날이다. 한 마리는 운좋게 살아 남았다”고 말했다.

반대식 의원의 발언은 이번 의장단 선거전이 지역 정치권의 세력다툼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으로 간접 시사했다. 고래싸움은 새누리당 입당을 앞둔 지역 국회의원,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의결보류로 자존심이 상한 권민호 거제시장, 황종명 의장과 세력 다툼을 염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새우 4마리 중 죽게 된 3마리는 새누리당 소속 B, J, S 의원을 지칭하며, 새누리당 입당이 임박한 국회의원 편에 서지 않아 2014년 지방선거 공천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는 말의 우회적 표현으로 읽힌다. “살아남은 새우 한 마리는 L 의원을 지칭한 것이다”고 한 시의원이 밝혔다.

신임생 산건위원장 후보는 정견발표 인사말에서 “이번에 우연히 산건위원장에 출마 등록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출마 뜻이 없었으나 8명으로 합종연횡한 세력에서 ‘타의로’로 산건위원장에 ‘우연히’ 출마했다고 볼 수 있다.

의회운영위원장과 산업건설위원장에 초선 의원이 당선됐다. 총무사회위원장까지 초선 의원이 당선되면 의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제대로 될 지 의구심이 든다.

상임위원장은 의회 직원들이 적어주는 원고를 읽기만하면 된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전반기 산업건설위원장을 맡았던 재선의 반대식 의원은 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을 십분발휘하면서, 산건위를 원만하게 이끌어 온 점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또한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초선인 전기풍 시의원이 피감대상인 공무원들로부터도 ‘많은 준비를 했네’라고 마음의 박수를 받는 이유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한기수 의원은 자신의 주도로 교황식 선출 방식을 후보 등록 방식으로 바꾸었지만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했다. 제도보다는 의원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이 더 중요함을 보여줬다. 이번 사태는 ‘의사봉만 두드릴 줄 알면 장(長) 자리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초선의원들의 ‘안하무인’, 외부정치세력에 의존하는 의원 개개인의 빈약한 정치철학, 자리 욕심이 많은 초선의원들의 심리한 이용한 다선 의원들의 꼼수, ‘대화와 타협’ 정신을 보여주지 못한 재선 이상 의원들의 ‘아집’, 범(凡) 보수 신‧구 세력 간 헤게모니 쟁탈전의 대리전 등이 맞물려 연출한 결과다.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