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청 정문 오른쪽 소나무 아래서 동부 산양에 살고 있는 76살의 A 모 할머니가 제초제를 마시고 음독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 할머니가 발견된 지점
할머니가 발견된 것은 7일 오전 9시 4분이다. 공공근로자인 B모씨가 시청 청소를 하기 위해 시청을 돌던 중 할머니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연초 119센터 공무원에 따르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할머니 맥박이 뛰지 않았다고 했다.

할머니가 자살한 이유는 매달 39만원 받던 기초생활생계비가 8월 1일부터 중단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부 산양에서 셋방에 살고 있는 할머니는 35~40만원의 생계비 중 18만원은 월세로 나가고 나머지 금액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했다.

할머니는 거제시로부터 ‘무직이었던 사위가 최근 취직을 해 소득이 수급대상에서 초과한다’는 통보를 받고, 그동안 동무면 사무소와 거제시 사회복지과를 여러 차례 찾아 딱한 사정을 이야기 했다. 할머니는 6일 오후 1시 30분 경 마지막으로 거제시 사회복지과를 찾았다. 사회복지과 공무원은 ‘수급대상이 안된다‘는 원칙만 들먹여 할머니는 낙담한 심정으로 돌아섰을 것이다.

할머니가 6일 오후 1시 30분에 거제시 사회복지과를 나온 후 집으로 가서 다시 시청에 왔는지, 아니면 그 길로 바로 시청 입구 소나무 밑에서 하루 밤을 보냈는지는 명확치 않다.

오전 9시에 할머니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전날 오후 1시 30분에 사회복지과를 나온 후 소나무 아래서 밤을 지새웠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할머니가 발견된 지점에는 마시다 남은 것으로 보이는 제초제와 간단한 유서가 적힌 작은 손가방이 있었다. 유서에는 ‘하느님 죄송합니다. 이리 사나 저리 사나 굶어죽는다. 당신들도 내 따라 올 것이다. 복지과에서 뭘 하고 있소’라는 내용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7월 말 현재 거제시 총 기초생활 수급자는 2350가구 3999명이다. 전체 시민의 1.7%이다. 이번 할머니 같은 사건이 우리 주위에서 언제 또 일어날 지 알 수 없다.

거제시는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등 사회복지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거제시 예산 20억원을 출연해 ‘거제희망복지재단’ 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자료를 냈다.

할머니가 발견된 곳은 거제시청 정문 오른쪽으로 거제시청 건물과 거제시의회 건물이 빤히 보이는 삼각지점이다. 거제시민의 대표기관이며 민의를 대변하는 거제시의회 건물이 가깝다. 1층 거제시의회 의장실도 지척이다. 거제시청 민원실 옆 1층 ‘열린 거제시장실’도 멀지 않다.

출가한 딸과 사위의 소득에서 생계비 등을 제하고 할머니에게 주는 것으로 간주된 부양비는 56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수급자가 되려면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적어야 한다. 할머니에게 적용되는 1인 가구 최저 생계비는 55만3354원이었다.  결국 계산으로 나타난 6646원이 많아 기초수급 자격을 잃게 됐다. 

거제시청 건물 입구와 시청 정문에는 ‘활기찬 경제 행복한 시민 미래성장 거제’라는 푯말과 현수막 기둥이 붙어있고 서 있다. 할머니는 ‘행복한 시민’의 자격이 없는 것일까? 희망복지재단은 누구를 위한 ‘복지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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