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각종 현안 표류…장승포호국평화공원 경남도 추경 예산 반영 무산

시의원, 도의원, 시장, 국회의원 등 지역의 정치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기의 잘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상대를 탓하는 일이 잦음을 느낄 수 있다.

일련의 사태를 짚어보자.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로 당선된 김한표 국회의원의 정당 입당 문제가 최근 지역 정가에서 이슈가 됐다. 김은동 시의원과 새누리당 거제시당원협의회는 기고글과 성명서를 통해 ‘비리 전력자 새누리당 입당 불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한표 국회의원은 “새누리당에 입당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새누리당 중앙당에서 입당을 종용하는 편이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거제시장, 시의원 4명이 소속된 책임정당이고, 거제 각종 현안에 책임을 지고 있다.

거제시의회 하반기 의장, 부의장, 3명의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극명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내 편 네 편’ 의원별 대립구도가 ‘8대7’로 고착화됐다.

▲ 거제시의회는 15명의 의원 중 의원끼리 '8대7'의 구도가 완고하게 구축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시의회의 공무원 인사 개입 잡음 또한 시의회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7일 창원KBS는 뉴스에 “거제시가 조성하는 호국평화공원 사업 예정지 가운데 일부가 거제시의회 의원의 친인척 소유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창원KBS 보도 또한 시의원 간의 갈등이 잠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는 의장단은 구성했지만, 총무사회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시의원 배정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산업건설위원회가 어떠한 장점과 잇속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많은 시의원이 산업건설위원회를 원해 조정이 쉽지 않다. 상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상임위 활동은 전무하다.

7월 3일 거제시의회 본회의 때 장승포호국평화공원이 ‘8대7’로 ‘의결보류’된 후 권민호 시장은 불편한 심기를 시민단체 관계자를 상대로 표출했다. 거제시의회 건물 앞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장승포호국평화공원에) 1년 6개월간 쏟은 집행부의 노력을 이렇게 부정하느냐”고 큰 목소리를 말해 어리둥절하게 했다. 

▲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7월 3일 거제시의회 건물 앞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서 있는 곳에 권민호 거제시장이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8일자로 발표된 거제시 인사 내용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정년 퇴직을 7년 남겨놓은 거제시 6급 공무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이 공무원은 7월 정기 인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시장 면담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제시장과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권민호 시장과 6급 공무원이 격하게 대립해 결국 공무원이 옷을 벗는 것으로 결론났다. 조직 사회 안에서는 수많은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갈등이 생긴 후 갈등을 치유하고 봉합하는 것이 더 중요함에도 거제시 행정 또한 순탄치 않다.

지난달 25일 장승포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장승포호국평화공원’ 공청회가 있었다. 공청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한기수 시의원과 지역의 모 인사와 격한 말싸움이 있었다. 평화공원의 신중한 추진을 주장하는 한기수 시의원을 상대로 ‘왜 반대하느냐’ 식으로 듣기 거북한 욕설을 쏟아냈다. 한기수 시의원은 “밤중에도 전화를 해 사람을 못 살게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공청회 도중에도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노재하 거제경실련 사무국장이 방청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지세포에 들어서 있는 거제해양테마파크도 수백억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지역 경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승포호국평화공원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노 국장의 발언 중에 장승포 주민인 듯한 사람이 마이크를 뺏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쏟아냈다. 공청회가 끝난 후에도 복도에서 말싸움이 오고 갔다.

▲ 지난달 25일 장승포호국평화공원 공청회 때 노재하 거제경실련 사무국장이 방청석에서 질의를 하자 모 시민이 욕설과 함께 노재하 국장의 마이크를 뺐었다. 노 국장은 황당한 듯 바라보고 있다.
지역에서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와중에 거제의 각종 현안은 표류하고 있다. 장승포 주민들이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의 조속 추진을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설치 동의안이 거제시의회서 ‘의결보류’된 것 외에도 경남도 예산이 한 푼도 확보되지 않았다.

18개 시ㆍ군의 21개 모자이크 사업 가운데 가장 나중인 올해 4월에 3차로 확정된 5개 시‧군 7개 사업의 도비 요청액 286억원이 8월 1차 추경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경남도는 세수가 크게 줄어 추경에 반영할 수 없었고 이는 김두관 전 지사 퇴임 전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4월에 확정된 모자이크 프로젝트는 거제시 장승포호국평화공원, 거제자연생태테마파크, 양산시 천성산 치유‧생명단지 프로젝트, 의령군 호국의병 문화 밸리조성, 함안군 함안 One Stop Biz Plaza 건립, 남해군 일본 마을 및 휴양단지 조성, 남해 다이어트 보물섬 조성 등 7개 사업이다. 내년 당초 예산 편성 때 예산을 신청해야 한다. 연말 도지사 선거가 끝난 후 어떤 도지사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사업은 ‘계속이냐 중단이냐’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통영LNG기지서 연초면 정압관리소까지 40.2㎞ 가스 주배관 매설공사도 당초 올해말 완공에서 2014년 12월 완공으로 2년이 연장됐다. 각 가정까지 지선 공사는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다. 마산서 거제까지 연장하는 국도5호선의 마산 구간은 7월에 이미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거제는 공사가 언제될 지 깜깜 무소식이다.

차세대 산업단지 관련 행정 절차도 시급하다. 거제시는 지난 6월 말 차세대산단 입지를 확정한 후 어떠한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지만 비공개라는 이유로 자료 공개를 꺼린다. 이웃 고성군은 2007년 지식경제부로부터 고성조선특구를 승인 받을 때 군청 조직 안에 ‘특구 지원과’를 전국 최초로 신설했다. 고성군은 특구지원과의 행정 조직 외에도 특구기본계획을 세우는 특구사업자, 특구지역 조성 시공사, 특구 부지 실사용자가 모두 갖춰져 있는 가운데 특구를 추진했다. 그래도 고성군은 특구 지정까지 몇 년이 소요됐다. 특구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억원의 예산과 전문 용역기관이 투입해야 한다고 한다. 예산 편성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대우조선해양은 하동 갈사만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 하동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조감도
지금 거제는 각종 현안마다 ‘편협 묵살 무시 고집 독단 독선 아집’ 등의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 대립의 날카로운 충돌음만 요란하다. ‘경청 대화 타협 화합 상생 소통’이라는 단어는 찾기 힘들다.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정관정요’에 당 태종이 신하 위징에게 물었다. “현명한 군주와 어리석은 군주를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이오?” 위징이 대답했다. “군주가 영명한 까닭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널리 듣기 때문이고, 군주가 어리석은 까닭은 편협되게 어떤 한 부분만을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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