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출신은 공무원의 능력은 갖췄지만, 경영자의 능력은 없다

네 명 응모자, '공무원의 능력을 갖춘 자'이지, '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자'는 아니다.

"(거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지방공기업의 경영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이 있는 자 중에서 시장이 임면한다."

"추천위원회는 공기업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 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자를 (시장에게) (이)사장 후보로 추천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추천된 후보가 공사의 경영을 위하여 현저하게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추천위원회에)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

"추천위원회는 (이)사장 후보의 모집·조사 등의 업무를 전문기관에 의뢰할 수 있다."

위의 네 문장은 지방공기업법 제58조와 시행령 제56조의 4에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요약하면, "거제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김한겸 거제시장이 결정하되, 경영능력이 있는 자를 뽑아라. 이사장을 시장에게 추천하는 추천위원회도 '최고경영자(CEO) 능력을 갖춘 자'를 추천하고, 추천후보 선정에 전문기관 못지 않은 전문성을 발휘해라."

▲ 거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응모한 네 명의 후보자(왼쪽부터 김찬경, 원용규, 이봉호, 이원무 씨)
그런데 제4대 거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응모한 네 후보는 공교롭게도 모두 공무원 출신이다. 평생 동안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헌신 봉사한 '목민관(牧民官)' 출신이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 봉사가 '2%'가 부족해 다시 이사장이 되겠다고 나섰다.

이번 네 명의 응모자는 4급 서기관, 3급 부이사관 출신이다. 4급 서기관, 3급 부이사관으로 정년퇴직을 하거나 공무원 옷을 벗은 사람은 수많은 공직자 중에서 '선택되고 선택받은' 사람이다. 관운(官運)이 없으면 좀처럼 넘볼 수 없는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 다시 공무원이나 마찬가지인 공단 이사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거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최고 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자'를 필요로 한다. 네 명의 응모자는 '관(官)의 자리에 오른 '공무원의 능력을 갖춘 자'일지는 몰라도, '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자'로는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과 '경영자'는 사물을 보는 관점(Paradigm)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공무원'은 "이것은 이러 이러한 법 때문에 안됩니다"고 시민에게 말할 때, '경영자'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법과 난관을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집에 가서 손자나 보는 것이 맞을 듯싶다"는 모 인사의 농(弄)이 귀담아 들린다.

▲ 시장이 추천한 추천위원이 다른 추천위원을 뽑은 기이한 현상(?)

▲ 추천위원회 명단
또한 복수의 이사장 후보를 결정해, 거제시장에게 추천하는 추천위원회도 '자신사퇴' 등의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등 말이 무성하다.

이사장 추천위원회는 시설관리공단의 임직원은 추천위원이 될 수 없다. 단, 비상임이사는 제외한다고 추천위원회 운영규정에 단서조항을 붙여놓았다.

이 단서 조항으로 인해 이번 이사장 추천위원회가 시민의 입에 좋지 않은 모습으로 회자(膾炙)되고 있다.

김한겸 시장이 추천한 2명의 추천위원 중 1명은 시설공단 비상임이사다. 이 추천위원은 거제의 모 지역언론사 대표이고, 3년 전에도 김한겸 시장이 추천위원으로 추천한 인물이다.

김한겸 시장과는 돈톡한 관계에 있던 지, 아니면 공단 이사장을 뽑는 서류심사와 면접심사에서 탁월한 능력(?)을 소유했던 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추천위원은 공단에서 추천한 3명의 추천위원이 '더러운 물에 발을 담그지 않겠다'고 자진사퇴한 후 다시 3명을 추천하는 이사회에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추천위원이 추천위원을 뽑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추천위원은 김한겸 시장이 추천해주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추천위원 중에서도 '왕중의 왕'인 셈이다. 이 추천위원은 김한겸 시장을 특명(?)을 받았는 지, 이날 이사회에서도 '전가의 보도(寶刀)'를 휘둘렀다고 전해지고 있다.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린다'는 호가호위(狐假虎威) 글귀가 머리를 언뜻 스친다.

▲ 추천위원회 이사장 심의 결정 과정의 회의내용 공개해야

행정안전부가 2004년 6월 19일 정한 '지방공기업 임원 공모제 운영 매뉴얼'에 "서류시험과 면접시험 등 시험단계별 합격 예정인원 및 세부 심사기준을 미리 정하고 이를 원칙적으로 공개해라"고 했다.

행안부 운영 매뉴얼에는 또 추천위원회의 구체적인 심의·결정과정 등에 대한 사항을 회의록으로 작성하고 위원들이 서명토록 했으며, "회의내용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공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임원 공무 운영메뉴얼 내용 중 일부 내용 발췌
하지만 거제시 추천위원회는 1차 추천위원회 회의결과만 일부 공개하고 회의록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거제시 담당자는 이에 대해 "행안부 운영 매뉴얼은 참고해서 하라는 하나의 매뉴얼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추천위원을 공개하고 회의록을 공개하면 추천위원들이 로비를 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담당과장이 언론브리핑에서 밝혔다.

이사장을 선임하는 모든 과정과 절차 등은 행안부 매뉴얼을 준용하면서, 유독 회의내용 공개는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16일 열리는 2차 추천위원회에서는 '회의내용 공개'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해본다.

▲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면접심사평가표, 이번에 응모한 네명의 응모자는 각 항목에 과연 얼마의 점수를 받을 지 시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 사람도 바뀌어야 한다. 바뀐 사람으로 인해 시대가 또 변화된다. 변화된 시대는 또 새로운 사람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역사의 순리이고 발전의 법칙이다.

거제시설관리공단을 변화시키고, 공단이 시민에게 다가가는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열쇠는 김한겸 시장이 쥐고 있다. 거제역사는 소리없이 쉼없는 발전의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거제역사와 거제시민에게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백성들의 위에 서려고 하면 반드시 말로써 이에 겸하하고, 백성들의 앞에 서려고 하면 반드시 몸으로써 이의 뒤에 선다.(欲上民에 必以言下之하고 欲先民에 必以身後之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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