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시 부활이냐, 관광도시 변신이냐' 통영 미래 고민

'조선도시의 부활이냐, 관광도시로의 변신이냐'. 통영이 고민에 빠졌다.

조선산업이 호황이던 2000년대 중반 일거리를 찾아 건너온 외지인들로 북적이던 통영은 옛날 이야기이다. 통영에 위치한 5개 중견 조선사가 지난해 열악한 재무구조로 한꺼번에 휘청하면서 지역 경제기반이 무너져간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정서도 반반으로 나뉘고 있다. 조선업에 삶의 기반을 이들은 중견 조선사들의 회생을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관광도시로 특화하기 위해서는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조선소를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채권단 기싸움 속에 기사회생한 신아SB

청산절차를 눈앞에 뒀던 통영의 조선소 신아에스비(옛 SLS조선)가 얼마전 퇴출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채권단이 150억원 자금지원과 함께 기업회생작업(워크아웃) 1년 연장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결정이 나기까지 주채권기관인 무역보험공사와 산업은행 간 갈등이 있었다. 당초 산업은행은 1년 연장보다는 청산쪽으로 무게를 실었다. 산업은행이 가진 채권 대부분이 신아에스비 조선소 토지를 담보로 하고 있어 청산을 해도 손실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통영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신아에스비의 조선소 부지는 감정가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조원 가량의 부채를 떠안아야 하는 무역보험공사의 입장은 달랐다. 어떻게든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신아에스비가 짓고 있는 7척의 선박을 정상적으로 인도해 잔금을 거둬들이고, 대형조선사에 매각해서 매각대금을 확보하는 게 절실했다.

무보는 이번 연장을 결정하면서 기존에 산업은행이 갖고 있던 외부투자유치업무를 이관해왔다. 이 업무는 사실상 신아에스비를 인수할 투자자를 찾는 일이다. '목마른' 무보가 우물을 직접 파겠다고 나선 셈이다.

한편 신아에스비는 150억원 긴급자금으로 다음달 선주에 인도할 선박 제작을 이어가고 있다. 또 체납된 근로자들의 임금도 지급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신아에스비는 전기료를 내지 못해 전기공급마저 끊겨 일손을 놓고 있던 차였다.

신아에스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면 일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회생을 위해서는 1년안에 선박 수주를 재개해야 하지만 워낙 시황이 안좋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아에스비는 대형조선사나 인근 조선사들의 블록 및 기자재를 수주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 통영 시민 "차라리 관광지 만들자"

신아SB 외에도 통영에는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21세기조선, 삼호조선 등 총 5개의 중견 조선사가 있었다. 올 2월 삼호조선소가 폐업했고, 21세기조선은 청산수순에 돌입했다.

다행히 규모가 큰 두 개의 조선사에는 최근 활기가 돌고 있다. 채권단으로부터 고강도 재무구조개선을 받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은 최근 15만7000톤급 셔틀탱커 2척을 수주하고 육상건조공법도 안정적으로 완수해냈다. 특히 참치선망선의 연이은 수주로 틈새시장 개척에서 성공했단 평가를 얻었다. 2년치 일감을 모두 확보해둔 SPP조선은 지난 7월 채권단으로부터 받은 4000억원의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불황으로 통영시가 입은 타격은 컸다. 조선소에 일하러 온 외부근로자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이들을 상대로 영업하던 원룸사업자나 식당 주인들이 어려워진 것이다. 한때 2만명에 이르던 조선업종 근로자 수는 최근 절반 아래로 줄었다.

통영시가 관광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통영시 지역 관계자는 "시내 한복판에 무려 두개의 조선소가 있다 보니 관광업에 종사하는 시민들로부터 민원 제기가 많다"며 "주민의 절반은 통영시가 관광지로 특화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통영시는 수년전 시내에 삼성중공업의 호텔 건설 유치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전례도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절반 이상이 생계를 조선업에 의존하는 만큼 그 반대 목소리도 강하다. 통영 지역 시민단체와 노조는 채권단과 정부를 향해 조선소의 회생 지원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통영시 국회의원인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중소조선소 특별지원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내 화력발전회사들이 공동 입찰할 예정인 9척의 15만톤급 유연탄 운반선에 대한 통영지역 조선소 할당을 요구했다.

글로벌 조선경기는 침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한 통영의 고민도 깊어갈 수 밖에 없어 보인다.<머니투데이>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