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 과정 지역 정치권 입체 작전 높이 평가…냉정하고 차분히 대응

▲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 입지 예정지 개략적인 위치(실제 위치는 맞지 않을 수 있음)
거제 시내 곳곳에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면‧동 발전협의회 등의 명의로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 유치 환영이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게첩돼 있다.

광역자치단체인 부산시를 비롯해 창원시, 김해시, 통영시, 하동군과 유치 경쟁을 벌여 거제시로 유치한 것은 반길 일이다.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는 말그대로 해양플랜트 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본사는 그동안 지역의 어느 언론 매체보다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의 거제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초 지원센터 건립 예산 삭감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거제시를 비롯해 김한표 국회의원, 황종명 거제시의회 의장 등의 입체 작전으로 지원센터 건립을 살려낸 점은 높이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사명감을 갖고 헌신적으로 움직인 거제시 실무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도 빠뜨릴 수 없다.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중소 조선기자재 업체 등 세계적 조선산업 집적(集積) 도시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수주한 127억 달러 중 해양플랜트 등 해양 부문 수주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해양플랜트 산업이 조선 선박 산업과 함께 해양 산업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2020년에는 해양플랜트 산업 규모가 3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제시는 급성장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산업의 세계적 생산 거점이다. 관련 산업이 집중돼 있는 곳에 해당 산업을 지원하는 센터가 들어서는 것은 가장 순리적이고 합당한 처사다.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 거제 유치는 당연히 올 곳에 왔다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가 거제시에 장차 설립되더라도 거제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할 때, 파급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으리라는 점도 깊게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지어질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의 주요 시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연구동(건평 800평)‧평가시험동(4800평), 기자재 시험성능동(2850평), 해양플랜트 사고 재현 및 훈련 시험동(2300평), 시설지원동(250평), 교육마케팅지원동(1500평), 다목적 시험장(3000평), 기숙사 및 게스트 하우스(300평) 등이다. 연 건평을 다 합쳐도 17100평으로 바닥면적이 1700평인 10층 규모인 건물 한 동(棟)이 들어서는 것에 불과하다. 차를 타고 몇 십 분을 돌아나녀야 하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야드 규모에 비하면 왜소하다.

산업지원센터를 건립하는 기간도 3단계로 나눠져 있다. 3단계 기간 동안 총 투자액은 901억원이고, 1단계 기간인 오는 2015년까지는 252억원이 투자된다. 올해 정부 예산 확보액은 30억원이다. 거제시가 부담해야할 부지 매입비 34억원을 합쳐도 올해 투자액은 64억원에 불과하다.

산업지원센터가 들어서는 장목면 장목리 99,000㎡의 위치는 장목면 장목리와 송진포리와 경계지점으로 도심권과는 거리가 멀고 한적한 곳이다. 수천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상주인원이 수천명에 달할 것 같으면 각종 생활 편의시설을 갖춘 도심 인근에 입지하게 될 것이다. 많아봐야 연구인력과 관련 종사원 2~3백 명이 활동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장목면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산하 남해연구소가 1997년에 건립돼 입지하고 있다. 남해연구소가 장목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미미하다.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는 대전에 있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산하 기관에 불과하다.

연초면 오비에는 146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4월 문을 연 해양플랜트 기자재 시험인증센터가 입지해 있지만, 거제시민들에게 존재조차 각인되지 않고 있다.

거제시 외에도 경남과 부산에는 해양플랜트 관련 기관이 입지해 있다. 하동군 갈사만에는 742억원 투자해 건립하는 해양플랜트 종합시험연구원이 지난해 12월 공사에 들어가 내년 6월 문을 연다. 이 연구소는 해양플랜트 폭발‧화재 시험연구, 초심해저에서의 고압 설계, 엔지니어링 설비와 시험와 시험 인증 체계를 구축한다.

부산 강서구에는 지난해 8월 ‘해양플랜트 기자재 R&D센터’가 이미 문을 열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부산 강서구, 영도구 등 부산 일대 약 14㎢가 ‘부산 연구개발 특구’로 지정됐다. 특구 지정 목적은 부산지역 대학의 연구 개발 역량과 인력, 기자재 산업 기반의 강점을 바탕으로 조선해양플랜트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부산 중구에 있는 ‘한진중공업 R&D 센터’에 ‘해양플랜트 설계 전문 인력 양성센터’가 문을 열었다. 해양플랜트 산업의 정부 주무 부처는 지식경제부다. 부산 강서구에 문을 연 해양플랜트 기자재 R&D 센터나 하동군의 해양플랜트 종합시험연구원 등은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이뤄지고 있다. 육상‧해양플랜트 산업 전반을 관장하고 있는 곳은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 주력산업정책관이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의 상위 부서를 거슬려 올라가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국토해양부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인 해양수산부가 부활되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해양수산부 산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해양플랜트가 산업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지식경제부에서 해양수산부로 업무가 이관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육상‧해양플랜트 산업 전반은 지식경제부가 계속 업무를 관장할 가능성이 높다. 해양수산부 산하의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는 지식경제부가 직접 관할하는 부산, 하동 등 여타 해양플랜트 산업 지원 기관에 비해서 중추적인 기관으로써의 기능‧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를 짓기 위해 올해 정부에 50억원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30억만 반영됐다. 당초 정부는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는 부산에 있는 해양플랜트 기자재 R&D센터와 중복투자다’는 이유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이었던 김한표 국회의원은 정부 예산 심의 과정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세 번이나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 예산 반영을 요구했다. 국회의원이 장관에게 똑같은 사안을 놓고 세 번에 걸쳐 예산 반영을 요구한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다. 끝까지 예산이 반영되지 않다가, 마지막 계수조정회의서 어렵게 30억원이 반영됐다. 앞으로 예산 확보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도 예견된다.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 거제 유치는 전체 사업비 중에 159억원을 투자하는 민간사업자가 거제 지역에 입지를 원했기 때문이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들린다. 정도(程度)를 지나치면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성과는 뒤로 하고, 이제는 냉철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조속한 토지 매입 등 다음 업무를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 대전 유성구에 있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전경. 일부 지역 언론에서는 앞으로 지어질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 조감도인양 보도하고 있어 시민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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