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석 전 거제시교육장, " ‘느슨한 교육’의 비중보다는 학벌사회의 과감한 철폐가 우선이다."

▲윤동석 전 거제시교육장
필자가 학교 현장의 어느 고교의 관리자로 재직 중에 일어난 일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 고등학교의 가장 힘든 일이 자율학습으로서 어느 무더운 날 교내에서 자율학습 하는 현장을 둘러보는데 어찌된 일인가. 각 학년 반의 학생들 대부분이 졸거나 학생들이 도망을 쳐 학습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대책을 세우고 신문에 보도된 서울 대치동 어느 유명한 남고학교에서 웃옷을 모두 벗고 일사불란하게 진지한 모습으로 공부하는 자율학습 광경의 사진을 전 교실마다 오려붙여 자극한 일이 있었다. 그만큼 학생들도 통제에 얽매여 공부하기를 무척 싫어한다.

최고의 학습방법은 자기 주도적 학습(self-directed leaning)이다. 즉 자율학습이다. 학습자 스스로가 학습의 주체가 되는 수준 높은 교육 형태이다. 학습자 자신의 삶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지는 교육이다. 교사 중에서도 자율학습을 획일적 교육이라 반대하지만 오히려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교육이다.

필자가 앞에서 밝힌 것처럼 매우 힘들어 자율학습을 기피하지만 인생의 미래를 바꾸고 자신의 나태와 안일을 극복하는 성숙한 삶의 과정이 될 수 있어 자기 학습권을 지키는 시간으로 즐기는 마음을 갖도록 교사나 부모는 교육방법을 찾아 주어야 할 것이다.

자라나는 우리학생들에게 어떤 난관들도 슬기롭고 의연하게 헤쳐 나가면서 인생의 역경을 딛고 일어설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배부름보다는 배고픔에 머물러 그 고통이 나를 깨어있게 하였고 똑똑함 보단 늘 어리석고 바보의 자리에서 나를 채우게 하였다’는 디지털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의 명언과 ‘편안하고 안락한 삶은 성장을 멈출 수밖에 없고 우환과 역경은 나를 어렵고 힘들게 하지만 새로운 성공을 찾아내는 계기가 된다’고 한 맹자의 가르침이 바로 그런 뜻일 것이다.

요즘 우리 학생들의 나약한 생활 속에 학교현장의 일부 교직단체의 교사들은 물론 어른들마저 학생의 부담과 고통이 없이 느슨하게 공부하기를 원하고 있다. 더더욱 경쟁이 아닌 평등과 분배가 교육에도 접목된 흐름으로 정치적 포플리즘에 휩쓸려 시위, 집단 서명 등의 행동까지 하면서 학생들에 고통과 부담을 덜기위해 느슨한 교육으로 되게 하여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선거전 대선 후보들은 교육격차 해소와 사교육비 경감을 지나치게 앞세운 나머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문재인 후보는 폐지, 박근혜 후보는 초등학생만 폐지를 공약하고, 학교 선택권 확대와 고교다양화를 위해 만들어진 특수 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도 문 후보는 일반고로 전환, 박 후보는 특목고의 관리 감독 강화와 일반고 집중 육성을 내걸었다.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마저 ‘중1 시험폐지’ 공약으로 하였지만 당선 후 폐지보다는 보완 쪽으로 한다고 한다.

박 당선인의 선행학습을 법으로 금지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심히 우려된다. 지나친 선행학습으로 학생 부담이 늘려 학업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부작용도 사실이지만 예습 복습을 자녀에게 개별적으로 공부시키는 일은 헌법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모두가 교육 현장을 고려치 않고 단순한 학생의 고통과 부담에만 초점을 둔 느슨한 교육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인근 일본에서는 2002년에 도입되어 얼마 전 2010년까지 지속되어온 ‘유토리 교육’ 정책을 추진하다 실패하여 폐지하였다고 한다.

느슨한 교육과 같이 ‘여유교육’이란 뜻으로 학생의 자율성과 종합인성교육을 중시하는 것으로 토요일 수업을 없애고 학교 학습량을 약 30% 줄여 소위 학생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명분으로 공부를 덜 시켰다는 것이다. 기초실력의 부족은 물론 학력저하의 비판을 받아 폐지된 것이라고 한다.

일본 ‘유토리 교육’의 실패처럼 우리나라에서도 6년간 수요자중심(학생)의 교육으로 학생의 창의성과 소질을 계발하는 ‘열린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놀자판으로 붕괴되어 그 실패의 참담함을 우리는 분명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선행학습, 일제고사를 없애고, 중1시험을 폐지하고 수월성교육과 학력의 경쟁력을 완화하는 느슨한 교육으로 간다면 학력향상과 교육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공교육 개혁 바람은 유럽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방국인 미국도 수학 과학 등 중요과목의 국가 성취 기준 도입을 골자로 한 ‘목표 2000법’을 만들고 ‘교사인센티브제 도입’ ‘주 학력평가 시험(SOL)’, ‘점수별 학교 지원액 차등결정’, ‘자율적 공립학교 증대’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새 정부는 ‘느슨한 교육’의 비중보다는 학벌사회의 과감한 철폐가 우선이다.

학벌사회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기본학력 향상이 아닌 대학 입시위주의 고리를 연결시켜주는 풍토로써 대한민국 교육에 최악의 현실이다. 다시 말해 학벌 위주의 사회적 폐해로 공교육이 무너지고 엄청난 사교육비 증가로 교육격차 현상이 일어나는 망국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의 학원버스에는 재수생을 흡수하기 위해 ‘서,연,고,서,성,한 반 학생모집’의 현수막을 달고 다닌다고 한다.

‘서,연,고,서,성,한’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성대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학생의 성적에 따라 입학하는 ‘대학 입시 배치표’의 권력 같은 위력은 교육 관계자, 학부모는 가히 다 알 것이다. 결국 학교 계급은 우리사회의 학벌문화가 깨어지지 않는 한 더욱더 우리 교육을 멍들게 할 것이다.

새 정부는 선행학습 금지, 학교선택권 폐지, 수월성교육 완화, 일제고사 폐지, 자율학습 보충수업 금지 등의 학생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느슨한 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대학 입시 제도를 개선하여 학생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교육제도가 확립되고 과감히 능력에 따른 사회 환경을 조성하여 오랜 병폐인 학벌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인재육성은 시대 변화와 무관하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국가적과제이다. 특히 한때 연간 100만 명이 넘는 신생아수가 이제는 40만 명대까지 왔다니 우리나라가 장래를 위해선 교육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학생의 부담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느슨한 교육’이 국경 없는 무한 경쟁시대에 국가와 개인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낼 수 있는 참된 교육의 장을 이끌어낼지 우리 모두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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