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호 시장 "하청 덕곡 입지 변경 불가피하다"…3년 허송세월 보내

권민호 거제시장은 지난 11일 본사와 인터뷰에서 대표 공약인 차세대산업단지 조성 문제와 관련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권 시장은 “용역에 덕곡‧해안 마을을 이주시키고 60만 평을 조성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마을 이주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하청 덕곡만은 현실적으로 (차세대산업단지 조성 후보지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권 시장은 “차세대산업단지 예상 후보지로 ‘덕곡만이다 사곡만이다’ 정하지를 못하고 있다”며 “향후 들어설 철도 종착역 필요 부지도 확보하고, 차세대산업단지도 함께 조성하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 시장은 “입장을 정리해서 시민, 거제시의회, 언론, 시민단체 등과 동의 절차를 거쳐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의 발언을 간추리면 ‘용역을 거쳐 하청 덕곡만이 차세대산업단지 우선 후보지로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하청 덕곡만은 차세대산업단지 조성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들어설 철도 종착역과 연계해 시민, 시의회, 언론, 시민단체 등과 공감대를 형성해 차세대 산업단지를 다시 검토하자’는 것이다.

권 시장의 발언을 통해 제기되는 문제점은 여러 가지다. 거제시의 미래성장 동력 확보 시기 일실(逸失), 행정행위 일관성 결여, 거제시의회 동반 책임론, 전문성이 결여된 일부 공무원의 여론 호도 등이다.

권민호 거제시장이 ‘차세대 산업단지’ 조성 공약을 하기 전에 거제에 산업단지 조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곳은 거제상공회의소의 상공인들 중심이었다.

거제상공회의소는 2006년부터 산업단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장목 군항포, 사등면 지석‧청곡‧사곡 등 4곳을 놓고 검토를 벌였다. 검토 후 사등면 사곡지역 90만㎡가 산업단지 입지로는 적지다는 결론을 얻었다. 전임 시장 시절인 2006년에 18개 업체로부터 참여 의향서를 받아 거제시에 건의했다. 거제시는 하지만 ‘사등면 사곡은 마리나 개발이 예정된 곳으로 산업단지 추진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 상공인 중심의 산업단지 추진은 2006년 중단됐다.

2010년 7월 권민호 거제시장이 취임한 후 상황은 달라졌다. 권민호 시장은 “100만평 규모 차세대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거제상공회의소 측은 권 시장을 여러 차례 방문해 거제시가 추진하는 차세대산업단지와 상공회의소측의 산업단지와 합일점을 찾는 노력을 했다.

거제시에서 사등면 사곡만 일원에 429만㎡(130만평·토취장 30만평 포함)의 차세대산업단지를 조성할 경우 거제상공회의소측도 적극 참여할 의향을 나타냈다.

▲ 권민호 시장의 핵심 공약인 차세대산업단지는 당초 사곡만을 염두해두고 추진하는 듯 했으나, 거제시의회 제동으로 사곡만은 최종 입지로는 선정되지 못했다.
거제시의회는 2010년 10월 8일 제138회 임시회서 대규모산업단지조성 타당성 조사 용역비 4억원을 통과시켰다. 거제시의회는 차세대 산업단지 입지선정 및 기본계획 타당성 조사용역비 4억원은 거제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용역할 수 있도록 하고, 입지 선정 용역 진행은 시의회 협의하는 조건으로 원안 가결했다.

거제상공회의소는 2010년 11월에 거제시가 추진하는 차세대산업단지에 참여하기 위해 지역 상공인 21명과 거제상공회의소 등 22개 참여 업체가 1천만원씩을 출자해 2억2천만원으로 (주)거상 법인을 설립했다.

거제시 도시과는 2010년 12월부터 3억1300만원을 들여 (주)동호엔지니어링에 330만㎡ 규모의 ‘차세대 산업단지 입지 선정 및 기본계획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겼다.

거제시는 그 당시 “거제시 전역을 대상으로 과학적이고 타당한 입지선정을 위해 자연입지환경, 사업추진환경, 개발효과에 대한 분석 등을 바탕으로 차세대산업단지 적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제시는 2011년 연초에 정기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을 통해 전략사업담당관실을 새롭게 신설했다. 차세대산업단지 관련 업무는 도시과에서 전략사업담관실로 이관됐다.

당초 1년인 용역 기간을 6개월 이상 연장해 지난해 6월 말 차세대산업단지 용역을 완료했다. 용역과 거제시의회 보고 과정에서 차세대산업단지 유력 후보지가 하청면 덕곡만 일원, 사등면 사곡만‧청포만‧금포 등 4곳이 거론됐다. 차세대산업단지 면적도 당초 330만㎡서 198만㎡로 축소됐다.

2012년 6월 강영호 시 전략사업담당관은 “거제 전역을 대상으로 심도 깊은 조사‧분석을 실시한 결과, 하청면 덕곡리 일원 198만㎡을 (차세대산업단지) 최적 입지로 선정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조성원가는 3.3㎡당 120만원 추정사업비는 5,622억원으로 잡고 있다.

사등면 사곡만은 입지, 환경 분야에서 하청 덕곡만보다 높은 점수가 나왔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과 경제성 측면을 고려할 경우 하청 덕곡만이 사곡만보다 높은 점수가 나와 최종적으로 하청 덕곡만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차세대 산업단지 조사 입지별 평가표
▲ 차세대 산업단지 후보지 점수
거제시는 관련 자료에서 입지선정 및 타당성 분석 후 실수요자 모집, 산단개발계획 수립, 특구 지정, 공유수면 매립 승인, 산업단지 계획 승인, 공사착공 등의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 2020년까지 차세대산업단지를 조성할 것이다고 했다.

지난해 6월 하청 해안마을(이장 이석문)은 주민 101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달 29일 거제시와 거제시의회에 ‘차세대산업단지 반대 건의서’를 제출했다.

거제시는 차세대산업단지 입지 선정 용역을 끝낸 후 실수요자 확보 등 다음 단계의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역부족임이 지난해 11월 거제시의회 업무보고서 드러났다.

“차세대 산업단지 추진이 어떻게 돼 가고 있느냐”는 윤부원 시의원이 질의했다. 강영호 시 전략사업담당관은 “국내외 경기불황 및 민원 등으로 신규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수산자원보호구역 해제나 공유수면 매립 등의 인허가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집단 이주 문제 및 분양 등의 불확실성으로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답했다.

▲ 권민호 거제시장은 하청면 덕곡만으로 결정한 차세대산업단지는 현실적으로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11일 밝혔다.
강 담당관은 “편입되는 2개 마을에 덕곡과 해안마을 중 해안마을의 일부 주민들은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덕곡마을은 구체적인 보상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해안마을은 반대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있다.”고 했다.

강 담당관은 “인허가만 해도 2~3년이 소요되고 준공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사업인데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직원이 3명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강 담당관의 답변은 “실수요자 확보도 어렵다. 수산자원보호구역을 풀기 위한 특구 지정도 쉽지 않다. 주민들이 집단 이주를 거부한다.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도 없다”며 하청면 덕곡만의 차세대산업단지 추진은 백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제시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권민호 거제시장은 11일 인터뷰 외는 지금까지 차세대산업단지 최적 입지는 “하청면 덕곡만이다”고 한번도 발언한 적이 없다. 하지만 주무 부서인 시 전략사업담당관실 강영호 담당관은 “하청 덕곡만을 차세대산업단지로 결정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행정은 일관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 거제시민은 권민호 시장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주무부서 과장이 하청면 덕곡만으로 차세대산업단지 입지를 명백히 밝힌 것은 거제시 공식 입장이라고 모두 믿고 있다.

거제시의회 또한 하청면 덕곡만이 차세대산업단지 입지로 결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용역이 진행될 때 사사건건 개입했으며, 시 주무부서가 하청면 덕곡만으로 발표하는 것을 수수방관했다. 일부 지역구 시의원은 하청면 덕곡만이 차세대산업단지가 되어야 한다고 지역 주민을 부추겼다.

차세대 산업단지 입지 선정 용역에 들어간 거제시 예산은 3억1300만원이다. 또 올해 예산에 ‘지역특화 발전 특구 지정 및 산업용지 공급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 2억원을 배정해놓고 있다. 차세대 산업단지 입지 선정 등의 절차를 거치기 위해 5억이 넘는 예산을 낭비했다. 예산을 편성한 거제시도 문제지만, 예산을 승인하는 거제시의회도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행정 행위가 모두 순기능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행정행위가 역기능적으로 진행돼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차세대산업단지 조성과 관련된 행정행위의 혼란과 혼선의 가장 큰 문제는 거제시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3년 가까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권민호 거제시장이 차세대산업단지 입지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이상, 거제시의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거제시와 거제시의회는 의견을 조율해 시민에게 적절한 입장을 하루빨리 밝히고 시민이 수긍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차세대산업단지는 거제시와 거제시의회는 공동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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