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중앙고 1급 장애 유동엽 군 서울대 합격…가정 형편상 꿈 접을 위기

▲ 거제중앙고 유동엽 군
1급 장애를 딛고 2013학년도 서울대학교에 합격했으나 가정 형편상 꿈을 접어야 할 위기에 놓인 한 학생의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거제중앙고등학교(교장 박경래) 3학년 유동엽 군(19). 동엽이의 서울대 합격은 여간 놀라운 것이 아니다. 거제중앙고등학교에서 유일한 서울대 합격자이다. 올해 거제지역 전체 서울대 합격생은 동엽이를 포함해 4명뿐이다.

더 대단한 것은 동엽이는 '듀센형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1급 지체장애자다. 하반신 전체와 왼손은 이미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다. 상반신도 오른손가락만 조금 쓸 수 있을 정도다. 오른손도 다른사람이 책상에 올려주지 않으면 펜도 들 수 없는 지경으로 늘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이같은 신체적 불편함도 물론이지만, 집안형편 역시 좋지 않아 사교육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학교교육만으로 이뤄낸 성과라 더욱 빛이 난다.

'근이영양증'은 근육을 유지하는 단백질의 결핍에 의해 팔, 다리 등의 근육이 굳어져 결국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병이다. 유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소아기때부터 발병해 나이가 들면서 점점 근육의 힘이 약해지다가 폐렴 등 합병증까지 겹쳐 사망하게 되는 희귀성 난치병이다. 더욱 가슴 아픈건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의 평균 수명이 30세도 채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듀센형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1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픽 지도도 만들고 싶고 도시계획 설계도 하고 싶어요"
동엽이가 합격한 과는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지리학과다. 어릴 때부터 지도나 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지구본을 그렇게 좋아했다는 동엽이. 세계 각국의 수도, 인구수, 특징, 면적은 달달 외울 정도라고. 하지만 거제중앙고등학교에는 세계지리 과목이 없다. 오로지 독학으로 지리과목 만점을 받아 선생님들조차 대견스럽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더구나 지리경시대회 금상(1위), 영어능력경연대회 은상(2위), 교내 과학글짓기대회 우수상 등 다방면에서 특출한 재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수능에서도 동엽이는 언어영역 만점, 사회탐구영역 1등급 등 우수한 학습능력을 보여줬다. 동엽이는 그래픽 지도를 만들거나 도시계획을 하고 설계하는 것이 꿈이다. 특히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휠체어 생활을 시작한 동엽이는 오량초등학교, 성포중학교, 중앙고등학교 12년을 거치는 동안 개근상을 받을 만큼 누구보다 성실한 학생이다.

동엽이 본인도 힘들겠지만 어머니 정동애(44)씨의 고생은 말도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동엽이 뿐 아니라 올해 성포중학교 입학예정인 동생 동준(13)이도 안타깝게 같은 병을 앓고 있다. 동준이는 약간의 자폐증까지 있다. 동준이 역시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어 두 아이 모두 어머니 정씨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버지 유형근(50)씨는 거제대교 인근에서 낚시배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이들 부부에게 유일한 희망은 동엽이가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다. 유씨는 "어떻하든 동엽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다 해주고 싶죠. 그것이 우리 부부의 삶의 희망입니다. 동엽이의 꿈이 없으면 우리 부부가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동엽이의 삶의 의지는 대단했다. "교회를 다니는데 같은 병에 걸려 시설에 누워있는 형이 있어요. 나중에 나도 언제 저렇게 될지 모르는데 의미없이 사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다짐했어요" 동엽이 말에 비장함이 서려 있다.

또 "제가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또 있어요. 나와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동생에게 꿈을 줘야죠. 제가 꿈을 이루고 버텨야 동생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생기지 않겠어요"라는 동엽이의 말에 가슴이 먹먹했다.

동엽이에게 만약 장애가 없고 다른 친구들처럼 정상이라면 가장 해 보고 싶은게 뭐냐고 물었다. 동엽이의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걷는 것'이란다.

이런 동엽이의 서울대 합격이라는 기쁨도 잠시 걱정부터 앞선다. 아버지가 낚싯배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동엽이 가족은 서울 생활비는 엄두를 못 낸다. 혼자서 거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가 서울에서 함께 생활해야 한다. 게다가 동준이도 함께 가야 한다. 향후 4년간의 생활비 부담이 참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어머니는 "일단 어떻하든 방법을 구해보고 있죠. 그 동안 동엽이 대학등록금을 준비해 모아둔 돈과 여기저기 부탁도 해보고. 일단 해보는데 까지는 해보고도 안되면 동엽이에게 미안하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죠. 당장 서울에서 새살림을 차려야 하는데 집부터 어떻게 구해야 할지..." 말을 잇지 못했다.

학교에서도 모두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선생님들도 십시일반 돈을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지인들에게 부탁도 해보고 어떻하든 동엽이가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힘들게 대학을 가더라도 4년을 다 마칠 수 있을 지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동엽이의 꿈을 꼭 이루게 하고 싶어요"라는 정씨의 말이 코끝을 찡하게 했다. 동엽이 가족에게 '기적'이란 선물은 정녕 없는 것일까.
도움 주실 분 : 농협 351-0560-1503-13 (거제중앙고등학교총동창회장 이봉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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