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지역경제특위 우수 지자체‧기관 견학 동행 취재 후기

정저지와(井底之蛙)는 속담 ‘우물 안 개구리’를 일컫는 말이다.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에 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황하(黃河)의 신 하백(河伯)은 홍수로 황하의 물이 불어나자, 세상의 모든 훌륭함이 자신에게 모여들고 있으며, 자신이 가장 크고 위대하다고 흡족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백은 물길을 따라 여행을 했다. 북해에 도달했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고 경악했다. 자신의 좁은 식견을 반성했다.

그러자 바다를 다스리는 신, 약(若)이 그에게 세 가지 깨우침을 주었다.

“첫째, 우물 속에 있는 개구리에게는 바다에 대하여 설명할 수 없다. 우물속의 개구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그 우물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한 여름만 살다가는 매미에게는 찬 얼음에 대하여 설명할 수 없다. 매미는 자신이 사는 여름이라는 시간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셋째, 편협한 지식인에게는 진정한 도의 세계를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즉 모든 사람은 공간의 동굴, 시간의 동굴, 지식의 동굴에 얽매여 있다는 것이다.

거제시의회 지역경제활성화 대책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2박3일 동안 가진 ‘국내 선진지 견학’을 통해 ‘우물안 개구리’임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시의회 특위 위원은 7명이다. 선진지 견학에는 반대식 위원장, 유영수 부위원장, 한기수‧전기풍 시의원이 참여했다. 나머지 3명의 시의원은 함께 가지 못한 개개인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못내 아쉬웠다. 이 밖에도 거제관광협의회 진선도 회장, 거제사랑지역경제협의회 백말숙 회장, 거제상공회의소 이정학 부장, 거제경실련 박동철 공동대표가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 자격으로 참여했다.

주요 방문지는 충남 태안군, 한국관광공사, 서울 인사동 거리, 대전 대덕연구단지 안에 있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였다. 충남 태안군에서 눈여겨 본 것은 태안사랑 상품권 유통실태, 재래시장 활성화 전제조건, 요즘 각광받고 있는 트레킹 코스 등이었다. 우리나라 관광 산업의 중추기관인 한국관광공사 방문을 통해 거제시 관광 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거리’로 지정된 인사동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탈바꿈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방문을 통해, 지난해 거제 지역에 유치한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의 건립 규모, 건립 계획 등에 대한 사실을 확인했다.

태안군은 인구 6만3천 여 명이다. 태안사랑상품권은 2001년부터 발행해 지난해까지 발행액이 350억원이다. 상품권 규모면에서는 2006년부터 638억원을 발행한 거제사랑상품권에 미치지 못했다.

태안군 김도수 경제진흥과장은 “인근에 있는 서산시로 지역경제가 자꾸 흡수되는 추세여서서 지역경제 역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상품권이 필요하지 않나 해서 2001년부터 조례를 정해 발매를 했다”고 했다. 350억원 발행액 중 공무원 등 유관기관 구매율 25%, 삼성중공업 등 기업 구매율 69%, 주민 등 기타 구매율 6%를 차지했다.

특히 태안 유류피해 후 삼성중공업은 237억원의 태안사랑상품권을 구매해 전체 상품권 발행액의 68%를 차지했다. 반대식 위원장은 “삼성이 거제사랑상품권을 많이 안 사가지고 거제서 원망을 듣고 하는데 여기 와서 많이 사가네요”라며 여운을 남겼다.

태안군에 등록된 도소매업이 5,100개인데 반해 상품권 가맹업체가 2,067개로 40%를 넘었다. 도소매업은 말할 것 없고, 노래방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도 가맹업체로 등록돼 있었다. 반대식 위원장은 “상권 유출이 심각해 태안군 지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상품권을 도입한 것이 거제시와 다른 점이다”며 “거제시도 거가대교 개통 후 지역 경제 유출이 문제가 되고 있어 거제사랑상품권의 유통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태안서부시장은 전통적인 생활시장이었지만, 깔끔한 현대적 시설, 노점상인에 대한 배려 등 눈에 띄었다. 특히 서부시장 지척 거리 13,456㎡(4,070평) 부지에 306면을 갖춘 공영주차장 시설은 여름 피서철 관광객이 쉽게 주차할 수 있어, 상권 활성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 태안군 서부시장. 현대적 시설로 깔끔하게 단장돼 있다.
‘아름다운 휴양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태안군은 2007년 유류 유출사고 전에는 한 해 20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었다. 유류 유출 사고 후 관광객이 400만명까지 내려갔다가, 최근에는 회복세를 보여 한 해 1000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다.

전 국민의 걷기 열풍과 함께 태안군에도 솔향기길1‧2‧3‧4코스 57㎞, 해변길 1‧2‧3‧4길 53㎞ 등 110㎞ 트레킹 코스가 있어 관광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었다. 특히 솔향기길은 2007년 유류 유출사고 때 해안가 기름 제거를 위해 접근했던 산 길을 연결해 만든 길이며, 태안출신인 차윤천 씨가 귀향(歸鄕)해 개척한 길로 홍보되고 있었다. 차윤천 씨는 “솔향기 1길은 지난해 15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며 “한 해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오고 있다”고 했다.

▲ 솔향기길을 설명하는 차윤천 씨
2시간 여에 걸쳐 태안군 솔향기길을 직접 걸어본 진선도 거제관광협의회 회장은 “거제 해안의 절경은 태안 솔향기길에 비해 월등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관광공사를 방문했다. ‘한국관광공사는 관광을 성장동력으로 이끌고 국가 경제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모토를 설정하고 있다. 관광마케팅 지원, 관광컨설팅 지원, 관광홍보지원, 관광교육사업, 관광 투자 지원이 주요 업무다. 방문단이 처음 찾은 곳은 한국관광공사 건물 지하 ‘관광 홍보관’이었다. 그리고 방문단이 눈여겨 본 것은 관광 홍보관에 거제시 관련 자료였다.

▲ 한국관광공사 지하 1층 전국 지자체 특산물 전시대. 거제시 특산물은 방문단이 찾지 못했다.
전국 각 지자체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발행한 관광 안내 팜플렛이 광역시‧도 별로 비치돼 있었다. 거제시 관광 안내 팜플렛은 찾지 못했다. 관광 안내 직원에게 묻자, 따로 보관돼 있는 곳에서 ‘관광 안내 팜플렛’을 가지고 왔다. 관광 안내 팜플렛은 주로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팜플렛이었다. 거제시 관광 안내팜플렛은 외국인이 중심이 아니라 한글 안내 팜플렛에 영어‧중국어‧일본어는 부가적으로 병기돼 있었다.
▲ 한국관광공사 지하 1층에 있는 관광홍보관에 한 외국관광객이 전국 지자체 관광 홍보 안내 팜플렛을 고르고 있다. 거제시 관광 홍보 팜플렛은 비치대에 보이지 않았다.
방문단이 더 충격을 받은 것은 지하1층 벽면에 걸려있는 전국 지자체의 겨울축제였다. 화천 산천어 축제, 인제 빙어 축제 등 지역 특색의 겨울 축제가 몇 군데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축제는 신년 해맞이 축제였다. 거제시 관련 축제는 없었다.

백말숙 거제사랑지역경제협의회 회장은 “거제서 열리는 대구축제, 국제펭귄수영축제를 비롯해 거가대교 개통 후 해맞이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 거가대교 해맞이 축제 등을 개발해 전국에 이름난 겨울 축제로 만들 수 있을 것인데, 거제 관련 축제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너무나 속 상한다”고 했다.

▲ 전국 지자체 겨울 축제 현황
한국관광공사 이재경 부사장과 가진 간담회는 관광 산업의 정의, 관광 상품 개발 전략 등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이재경 부사장은 “거제시도 관광 도시로 가고자 한다면 한국 관광공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적극 도와주겠다”며 거제시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 변화를 주문했다.("국내 관광객 많이 찾아야 외국 관광객도 찾는다"와   "거제 관광 활성화의 시발점은 '사람'이다" 관련 기사 참조)

22일에는 대전 대덕연구단지 안에 있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산하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를 방문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지난해 12월 거제시 장목면에 유치가 확정된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의 건립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이다.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 이종갑 센터장 및 관계자와 간담회를 통해 거제에 건립예정인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의 건립 규모 및 거제의 중추산업인 조선‧해양플랜트산업에 대한 기여 가능성,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했다.('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 유치 효과 크지 않다' 별도기사 참고)

견문(見聞)을 넓히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단서 조항이 있다. 견문을 자기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문제의식과 소양을 가져야 한다. 기자의 좁은 소양이 2박3일의 값진 견문을 그릇에 다 담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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