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상남도의회 의원 이 길 종

▲ 이길종 도의원
거제시가 추진하고 있는 ‘300만원대 아파트’는 특혜 시비에서 벗어나기 힘든 한계를 갖고 있다. 거제 아파트 가격의 고공행진 속에서 서민들의 삶을 안정시키기 위한 공약 자체는 환영받아 마땅하다. 본 의원도 권민호 시장의 진정성을 무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본 의원이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절차가 합당한지에 관한 문제다. 왜냐하면 ‘행정절차의 선례’가 향후 추진될 다른 아파트 사업에서 잣대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300만원대 아파트 사업이 현재까지 이르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어떤 한계를 갖고 있는지 명백해진다.

아파트 사업자의 부지 가운데 원칙적으로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농림지역)을 아파트 사업이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으로 풀어주는 행정절차를 거제시가 자청해서 진행시켜 주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유례가 없는 이 행정절차는 3.3㎡당 아파트 시세를 300만원대로 낮춘다는 것이 조건이다.

애시당초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 사업은,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한 행정절차’를 억지로 바꾸면서 추진하려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한다면 본 의원만의 생각일까.

아파트 사업자도 원래는 농림지를 제외한 계획관리지역에만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였다는데 인허가 과정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거제시의 요구에 한편으로는 울며 겨자먹기로, 한 편으로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기에 받아들였을 것이 분명하다.

손해 볼 것이 없는 사업자는 특혜를 얻는 셈이 되었고, 거제시는 ‘300만원대 아파트’라는 공약사업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거제시의 무리수는 사업부지 도시계획 변경을 위한 용역 예산 1억 원을 거제시의회에 보고하지 않은 채 집행한 것만 봐도 분명해진다.

공약 달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절차의 합당성’이라 할 것이다. 향후에 또 다른 아파트사업자가 분양가 조정을 빌미로 농림지를 계획관리지역으로 바꿔달라 한다면 어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어차피 사업자는 손해 볼 것이 없지 않은가. 개발이 안되는 땅을 풀었으니 더 이익일 것이다.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소유한 부지를 거제시가 되사서 스스로 시행자가 되어 시공사를 정하고, 거제시의 공익사업이라는 점을 근거로 사업 전반을 조정하여 추진하는 방법을 신중히 검토함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취득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는 자치단체가 주택사업 또는 택지조성을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제시 예산이 별도로 수반되니 지금의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하더라도 특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반쪽짜리 공약’ 밖에 더 되겠는가.

현재의 거제시 아파트가격은 정상이라 할 수 없다. 대도시에 비해 교통이나 문화시설 따위의 도시 인프라는 부족한데도 아파트가격은 대도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아파트건설회사의 끝모를 이윤 추구와 ‘프리미엄’을 노리는 일부 투기세력, 관련법의 한계 따위로 인하여 거품이 끼일대로 끼면서 나타난 거제의 자화상이다.

이런 현실속에 손익계산에 철저한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하면서까지 무리한 공약을 추진하는 거제시의 행정행위가 정말 타당한 것이었는지는 시민들이 곱씹어 보게 될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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