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화 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국가산단 연연보다 시·도차원 일반산단 추진 바람직”

▲ 유승화 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거제시 사등면 사곡리 일원의 국가산업단지 건설을 앞두고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만약 사곡만에 100만평 이상의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조선관련 산업시설을 성공적으로 유치한다면 거제시는 또 한 번의 도약의 기회를 맞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2년 울산공업지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1,000여개의 크고 작은 산업단지를 조성하여 7만5천개에 달하는 기업들을 입지시켰으며 이들은 오늘날 한국경제의 심장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거제에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2개의 국가산업단지(이하 국가산단: 중앙정부가 추진)와 오비, 모사 등 2개의 일반산업단지(이하 일반산단: 시・도 등 자방자치단체가 추진)가 조성되어 있다. 지세포 원유비축기지도 국가산단이나 제조 설비 산업단지와 달라 제외시켰다. 청포일반산단 1개소는 현재 개발 중에 있다. 또 2013년에는 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 생산용으로 소규모 일반산단 3개소가 새롭게 지정될 예정이다.

거제시는 이미 결정된 이들 산업단지 외에 사등면 사곡만에 새로운 국가산단 건설을 추진하려면 먼저 미래의 산업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함과 동시에 각 산업분야별 장래 입지수요에 대한 자세한 분석결과도 제시해야 한다. 또 왜 일반산단이 아닌 국가산단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한다.

아직도 거제지역에는 대우, 삼성이 각각 7만평, 13만평 규모의 미개발 면적을 보유(保有)하고 있고, 또 앞으로 예정된 오비2지구 등 4개의 일반산단용으로 50만평 부지가 추가로 조성된다. 더욱이 작금의 조선산업 위축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여유부지가 새로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사전 충분한 입지수요 분석도 없이 국가산단건설 운운(云云)은 그야말로 선전(宣傳)수준과 다를 바 없다.

산업단지건설 추진방식에 있어서도 왜 행정적으로 용이한 일반산단이 아니고 국가산단인가 하는 점이다. 일반산단이라도 법규상 지정규모(指定規模) 면적에 제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관련규정상 정부지원 내용도 모두 동일하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책임이 국가산단은 중앙정부에, 일반산단은 지자체에 있을 뿐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산업단지 건설의 복잡한 인・허가절차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을 제정하였고 이 특례법에 따라 구미, 대구 포항, 광주, 장항, 익산지역 등에 무려 6개의 국가산단을 지정하였는데 이는 역대정권에 유례가 없는 많은 숫자다.

현재 이들 6개 국가산단은 “구미 하이테크 밸리”를 제외하고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라 함)에서 맡아 건설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산단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LH가 사업시행자로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지금 LH는 지난 수년간 주택・토지 등의 미분양으로 130여개의 신규사업(新規事業)이 중단상태에 있는 등 재정압박이 심각한 수준이다. 더 이상 사업시행자로서의 여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사곡만을 포함한 거제지역에 중앙정부 차원의 국가산업단지 지정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언급한 바와 같이 LH같은 신뢰성 있는 사업시행자 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새 정부의 산업입지 정책기조(政策基調)도 과거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자체 및 민간개발 쪽으로 변화했다. 따라서 새로운 산업단지를 계획한다면 국가산단에만 연연 할 것이 아니라 시・도차원의 일반산단으로 추진하면 될 일이다.

2013년 국토교통부의 “국정과제 실천계획”과 관련하여 이 보고가 곧 거제에 국가산업단지 지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성급한 결론은 우리들만의 욕심일 뿐이다. 산업단지건설의 성공비결은 추진방식보다는 꼭 필요한 부지를 어떻게 최대한으로 저렴하게 조성할 수 있느냐에 있다. 비교적 분양이 잘 되는 김해, 양산, 경주와는 달리 거제는 조선이라는 특수업종에 한정돼 있고, 시장(市場) 자체도 고비용(高費用) 구조라 대규모 산업단지의 분양성(分讓性)에 좋은 조건만은 아님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기고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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