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문화예술회관 운영 시스템 근본적 논의 필요할 듯

거제문화예술회관 운영실태

장승포항의 대표적 건물이 거제문화예술회관이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을 바라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다. 먼저, 거제에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이만한 문화시설이 있다는 대내외적 과시용의 성격도 있다. 좋은 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시민에게 보다 더 양질의 문화향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그 도시의 문화수준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시설을 갖춘 멋진 문화시설이 있으니 거제에 한번 와서 공연이나 전시를 해주실 수 있습니까로 말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이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이라고 하면, 가장 중심 화두로 삼아야 하는 것이 '거제의' 문화 예술을 부흥시키는 곳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과연 그럴까? 문화예술회관의 운영 실태를 한번 들여다보았다.

▲ 기획공연 4억6천5백만원 들여, 수익 2억9천1백만원…수익률, 63.7%에 그쳐

▲ 예술회관 무대 천장, '제1호 발암물질' 석면 시공에 대한 대책 강구 필요할 듯

거제문화예술회관 2009년도 예산은 28억원이다. 거제시 지원 14억6천만원과 호텔, 수영장 임대료 2억7천만원, 공연수입 4억, 대관료 등을 합친 금액이다.

예술회관 상근 직원은 관장 1명, 부장 3명을 포함하여 19명이 근무하고 있다. 각 부서는 관리운영부 6명, 예술기획부 6명, 무대예술부 6명이 근무하고 있다.

관리운영부는 ▲ 재산의 서무 예산 회계, 직원급여 ▲ 전기 소방 설비 건축 등에 관한 사항 ▲ 이사회 운영 및 임대시설물 관리를 맡고 있다.

예술기획부는 ▲ 공연 전시 기획 및 진행 ▲ 대관 업무 및 회관 홍보 전반 ▲ 자원봉사자 운영 및 회원 관리를 맡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무대예술부는 ▲ 음향 조명 무대기계 등 극장 관리 운영을 맡고 있다.

▲ 거제문화예술회관 전경
지난해 거제시의회 업무보고에서 예술회관이 하는 업무는 크게 여섯 가지로 임대시설물 관리, 기획공연사업, 기획전시사업, 거제여성문화예술대학 운영, 청소년 동아리 공간지원 운영, 2008 블루 거제 페스티벌이 전부다고 밝혀놓았다.

임대시설물 관리는 호텔과 수영장으로 그야말로 임대사업으로 예술회관의 본래 목적의 업무 중요도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항목이다. 그런데 업무보고에서 첫 번째 항목으로 잡아놓았다.

예술회관에서 무게를 두어야 하는 사업이 기획공연사업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예술회관이 벌인 기획공연사업 내막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음을 알 수 있다.

'거제의 문화 예술'을 기획한 것이 아니라, '거제밖 문화 예술'을 비싼 돈주고 불러온 것이 전부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모두 21번의 공연이 있었다. 21번의 공연에 들어간 예산은 4억6천5백만원이다. 한번 공연에 평균 2천2백만원이 들어갔다. 21번의 공연을 통해 올린 수입은 2억9천1백만원으로 예산 투입 대비 수익률은 63.7%에 불과하다.
▲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거제문화예술회관의 기획공연 실적 현황
옥포대첩기념제 행사 등 자체 행사 소요예산 3천9백만원을 제외고도 투입 예산 4억2억6백만원 대비 수익 2억9천1백만원은 수익률 68%에 그친다.

옥포대첩기념제와 시민의 날 행사는 행사 주관 부서가 명확히 정해져 있고 예산도 부여되고 있는데 예술회관에서 왜 3백만원과 7백만원 예산이 지출됐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더구나 지난해는 경남생활체육대축전 행사로 인해 시민의 날 행사는 생략하고 청소년수련관에서 기념식으로 대체했다. 기념식에 앞서 식전행사로 섹스폰 1인 연주와 지역의 공연 단체 공연이 잠시 있은 것이 전부이다. 식전 행사에 7백만원이 지출되었다면 고개를 갸우뚱하고도 남음이 있다.

예술회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민의 날 행사에 참여한 개런티는 많지 않고, 음향 장비 렌탈비가 포함됐기 때문이다"고 했다.

21번의 기획공연 중 관객 입장료 수입이 예산을 초과했거나 수지를 맞춘 것은 2번에 불과하다. 나머지 19번의 공연은 흥행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10% 대의 수입을 올린 공연도 세 작품이나 있다.

예술회관의 세 번째 업무인 기획전시는 지난해 11월까지 일곱 번이 전시됐다. 총 소요 예산은 1억1천1백만원으로 1회당 1천5백8십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기획 전시는 수입이 없다.

지난해 일곱 번의 기획전시 중 '청마야! 놀자', '깃발, 나부끼는 그리움', '탄생, 문학그림 100년전'은 청마 유치환 시인과 관련된 행사로 세 행사에 6천9백만이나 쏟아부어 거제에는 청마 유치환 시인 밖에 없는 것으로 인식될 정도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기획전시 내용
예술회관의 네 번째 주요 업무인 거제여성문화예술대학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126명이 수료한 것으로 나타나 1개월에 평균 10명이 문화예술대학을 거쳐간 셈이다. 거제에는 문화적 욕구가 강한 젊은 세대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문화예술대학 운영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이처럼 '거제의' 문화예술은 없고, '거제밖' 문화예술만 가득한 '거제문화예술회관'에 대한 시민의 곱지 않은 시선은 언제쯤 제자리를 잡을 지 걱정이 앞선다.  해당 도시의 문화가 활성화돼 있는 척도는 그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에 대한 '대관업무'가 가장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지만, 거제예술회관은 대관업무는 큰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술회관 예술기획부 담당자는 이에 대해 "거제문화예술회관은 거제의 문화적 토양을 다지는 일과 거제만의 문화컨텐츠를 개발하는 일에는 예산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미치지 못하고, 예술회관 운영에 전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고 했다.
▲ 거제문화예술회관 회관은 문제가 없는 듯 보이지만, 내부 무대 천장에 석면으로 시고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으며, 건물 노후화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예술회관을 지으면서 그 당시에는 법적으로 허용된 무대 천장의 석면 시공에 대해서도 시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서 전면 수리 등이 검토되어야 할 대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열린 거제시의회 총무사회위원회에 거제문화예술회관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예술회관) 무대 상부의 석면 노출 및 이탈로 무대(객석) 출입시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내재돼 있다"며, "대체물질 시공 또는 덧씌움 작업으로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폐에 들어가면 절대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폐암이나 종피종 같은 치명적 질병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예술회관 천장에 시공돼 있고, 노출 위험이 있다는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한기수 의원은 이날 질의를 통해 "석면 규제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석면으로 시설이 됐지만, 발암물질인 석면은 덧씌움 차원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 걷어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형석 관장은 "새롭게 완전 시설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며, "보완대책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5일 거제문화예술회관 기계 설비를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천장에 석면이 시공돼 있는 것은 알지만, 노출 위험이 있다는 보고를 한 것은 금시초문이다"고 말해 보완대책은 전혀 세우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담당자는 "업무보고에 그렇게 적어놓은 것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고 밝혔다.

한기수 의원은 이날 추가 질문을 통해 "예산이 얼마 더 들지 모르지만 시민의 안전을 위해 걷어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김 관장은 "알겠다"는 말 외에는 더 이상의 답변은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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