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거제경실련은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주)웰리브가 국가산업단지 안의 준공업지역을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 외국인 전용숙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한 부분과 관련하여 21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을 게재한다.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웰리브가 일명 ‘옥포조각공원’ 약 1만평(비탈면 포함)의 부지에 외국인임대용 아파트를 건립해 임대사업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국가산업단지내의 ‘준공업지역’인 이곳을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2종일반주거지역’으로의 용도지역 변경을 꾀하고 있다.

거제경실련은 이번 사업계획이 ‘거제의 향토기업’이라고 자부하는 대우조선해양이 지역민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은 고사하고, 끝없는 이윤추구에만 매달린 모습을 보여주는 매우 실망스런 행보라 판단하고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외국인아파트 건립계획은 조선해양전문기업이 벌이는 임대수익 사업에 불과하다.

이번 사업계획의 핵심은 대우조선해양이 소유하고 있는 ‘준공업용지’ 약 1만여평을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고, 자회사인 웰리브가 이곳에 외국인전용 아파트를 건립하여 임대사업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웰리브가 이 사업의 주체(시행자)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이 토지를 매각한다는 보도가 없는 것으로 보아 사실상 출자형식일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웰리브가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임을 감안하면 이번 사업은 전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주도적인 계획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거제시 관계자(4.22 언론보도)에 따르면 ‘시행자가 194세대의 공동주택을 짓겠다는 사업계획을 제출했다’고 한다. 이 ‘공동주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외국인 선주사 가족이나 감독관들의 현재 주거형태가 아파트생활 임을 미루어볼 때, ‘기숙사’가 아닌 임대수익을 겨냥한 ‘임대아파트’ 건립임은 분명하다. ‘분양’이나 ‘매매’가 목적이 아닌 이유는 2~3년간 머물다가는 외국인이 굳이 아파트를 살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즉, ‘국제경쟁력 향상 및 생산, 주거, 지원시설의 효율적 배치를 통한 선박생산 부가가치의 극대화를 이루고자 한다’는 회사의 주장과는 달리 대자본을 이용해 현재 옥포, 아주, 장승포지역에 산재한 개인아파트 소유자의 임대나 원룸임대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지표현의 다름 아니다.

선박건조와 해양플랜트분야 세계최고의 비전을 분명히 하는 조선해양전문기업이 아파트를 지어 임대수익을 벌어보겠다는 발상은 대우조선해양의 격에 맞지 않는 초라한 대자본의 횡포이다.

2. 용도지역변경은 거제시 도시계획조례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2011년 9월 거제시의회는 ‘준공업지역에 공동주택 중 기숙사를 제외하고는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의 사업승인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거제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즉시 시행이 가져오는 기본권 침해에 대한 논란을 의식해 시행일을 2012년 7월 1일로 하기로 하였다.

이 조례의 취지는 고현중곡동 덕산아파트의 예에서 보듯이, 준공업용지에 대단위 아파트를 건립해 막대한 부동산건설 차익을 남기는 것을 방지하고, 준공업용지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이 이 조례의 근본취지를 무시하고 임대아파트를 짓기 위해 용도지역변경이라는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정당한 기업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용도지역변경에 대한 허가권을 갖고 있는 거제시, 경상남도, 국토해양부는 이번 용도지역변경이 준공업용지의 본래 목적이 아닌 대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불허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 비슷한 이유로 준공업용지인 자신의 토지를 주거지역으로 변경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면, 그때에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형평성의 측면에서도 용도지역변경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3. ‘옥포조각공원’ 아파트 건립은 경관의 사유화로 고착된다.

일명 ‘옥포조각공원’은 현재의 국도14호선 도로개선사업(직선화) 이후 수십년간 계속된 건축물의 과밀화와 고층화 과정에서 남겨진 몇 안되는 훌륭한 조망권을 가진 곳이다. 또한 이곳은 노동자, 시민들이 휴식하고, 체육활동을 즐기는 도심의 유일한 공원과도 같은 기능을 해오고 있다.

총 1만여평 중 비탈면을 제외한 약 5천여평의 평지에 200세대의 아파트가 건립된다면, 이 곳을 통해 옥포만을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토지가 아무리 사유지라고 하더라도 자연경관은 지역구성원 모두의 것인데, 아파트가 지어질 경우 옥포만의 자연경관은 소수의 외국인 입주자들만의 것으로 사유화된다.

나아가 여태 이곳을 휴식장소로 이용해 오던 시민의 출입은 봉쇄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지역사회의 소중한 공원이 없어져 문화, 복지의 후퇴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작년 ‘국가산업단지변경신청 설명회’에서 옥포지역 주민들이 “조각공원이 옥포만을 조망할 수 있는 도심의 유일한 공간이고, 근로자들의 여가활동장소”라며 이의 용도변경을 반대한 목소리를 귀담아 새겨야 할 것이다.

4. 필요하다면 다른 후보지를 물색해보기 바란다.

이번 외국인임대아파트건립의 추진배경이 진정으로 외국인선주나 감독관의 숙소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면, 회사가 소유한 다른 장소를 물색해 보기를 권한다. 대기업의 능력으로 기껏해야 200세대, 5천평 정도의 부지를 마련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그것이 어렵다면, 분양중이거나 건축예정인 아파트를 매입하여 임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옹색한 방법이 아니라, 조례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편법적 발상이 아니라, 다수 시민의 목소리에 반하는 독선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시민이 반대할 명분은 없다.

5. 기업의 성장은 지역민과의 신뢰관계가 전제될 때 가능하다.

기업이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이익을 남기고자 노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활동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기업이 속해있는 지역과 지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을 때 그 기업의 활동은 비로소 의미가 있고, 성장할 수 있다. 해외진출기업의 수많은 사례에서 ‘기업의 현지화’가 단지 그곳에 공장을 짓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 거제시민은 그간 대우조선해양이 우리 시민이 자랑할 수 있는 훌륭한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를 원했고, 앞으로도 그러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이러한 마음으로 거제시민은 지금껏 산업은행의 일방적인 매각에 반대하는 연대활동에 기꺼이 함께해 왔다. 기업활동의 편의를 위해 옥포해안도로를 회사 쪽에 양보하기도 했다. DSME호텔 건립과 관련한 용도지역변경에 대해서도 그 필요성을 존중해주었다.

하지만, 기업이익의 지역사회 환원이 얼마간의 후원금이나 소속된 직원의 봉사활동만이 아니라 지역민과의 공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그것이 경영의 전 영역에 걸쳐 파급되어야 되는 것임은 누구보다 기업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994년 울산의 현대자동차가 길이4.5km, 너비 25m의 왕복6차선 도로를 당시 금액 350억원을 들여 완공한 뒤 시에 기부하자, 시민은 그곳의 도로명을 창업주의 이름을 따 ‘아산로’라고 지어주었다. 1995년 울산의 향토기업인 SK(주)는 사업공헌사업으로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본따 100만평의 부지에 1천억원을 들인 우리나라 최대의 생태공원인 ‘울산대공원’을 지어 시와 시민에게 기부했다. 이곳의 연간 방문객이 600만 명에 이른다. 시민들은 이 공원의 중심을 ‘SK광장’이라 명명하고 기업의 공헌을 기린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일류기업이 거제에서 이 같은 일을 당장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업의 조그만 금전적 이익만을 앞세워 지역민의 신뢰와 지지라는 더 큰 이익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전향적인 결단을 기대한다.

2013. 5. 20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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