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기자회견 자청, "44억7200만원 하수관거 편취사건 깊이 사죄한다"

현대산업개발(대표이사 박창민)이 거제시민에게 머리를 크게 숙였다.

2005년 8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장승포‧옥포지구 하수관거 정비사업 공사 때 가설시설물을 설치하지 않고 가설시설물을 설치한 것처럼 속여 44억7200만원을 편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에서 대표로 참석한 정순국 상무는 22일 거체시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사의 도급인으로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가설시설물을 설치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였고, 공사대금(44억7200만원)을 수령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거제시민에게 송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정 상무는 또 “부당하게 수령한 공사대금 44억7200만원은 2010년 10월 거제시에 전액 반환했으며, 관련된 관계자들은 형사 처벌을 받았다”며 “지역 발전을 위한 노력과 지원을 지속하겠으며 거제 지역사회에 이바지 하겠다”고 했다.

현대산업개발이 거제시민에게 머리를 숙인 또 다른 이유는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때문이다. 거제시는 현대산업개발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계약 이행을 조잡하게 한 자 또는 설계서와 달리 구조물 내구성 연한의 단축, 안전도의 위해 가져오는 등 부당한 시공을 하거나 설계서 상의 기준 규격 보다 낮은 다른 자재를 쓰는 등 부정한 시공을 한 자’에 해당된다며 2009년 9월 11일 5개월 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내렸다.

현대산업개발은 거제시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에 불복해 2009년 9월 16일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5월 6일 1심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승소했지만, 2011년 11월 30일 2심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패소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중이며, 대법원 판결이 곧 있을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승소하면 입찰참가제한처분이 법적 효력을 잃게 되나, 만약에 현대산업개발이 패소를 하면 5개월 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아야 한다.

현대산업개발은 관련 자료에서 “5개월 간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따른 수주 손실액은 1조2,629억원으로 추정되고,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경우 1026개의 협력업체도 줄 도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중순 거제시에 ‘입찰참가 자격 제한 5개월은 과하다’며 행정처분에 대한 재심의 요청서를 냈다. 현대산업개발은 요청서에 “처음 행정처분을 할 때는 (44억7200만원의 거제시 납부 등) 정상 참작해야 사유들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재심의를 통해 당초 내린 행정처분의 경감 처분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6조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경우 그 위반 정도가 경미하거나 그 밖에 정상을 참작할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그 입찰 참가자격의 제한기간을 경감할 수 있다”고 밝혀져 있다. 제한기간을 경감하는 경우 그 제한기간이 1개월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거제시 회계과 담당공무원은 “재심의 요청서를 민원서류로 접수를 했다”며 “변호사 자문 결과 재심의할 필요는 있다는 의견에 따라서 24일 계약심의위원회서 재심의를 해 결론을 낼 것이다”고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계약심의위원회를 거쳐 입찰참가자격 제한 기한이 5개월에서 최소 1개월 이상으로 줄어들었을 경우 “‘거제시를 지원할 구체적 계획’,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과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재심의 과정에서 거제시와 세부적 지원계획에 관하여 협의를 통해 결정지은 후 재심의 때 그 내용이 참작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의원이 ‘현대산업개발이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 사업에 역할을 할 것이다’는 이야기가 한 때 흘려나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순국 상무는 기자회견에서 “장승포 호국평화공원을 거론한 적이 없고 지원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정순국 상무는 “거제시민의 뜻에 따라 현대산업개발이 지역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이 결정되면 공증을 해서 거제시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정 상무는 또 “계약심의위원회의 재심의를 통해 입찰참가제한 조처를 경감 받으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 현대산업개발 정순국 상무가 22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시민의 의견도 엇갈린다. A(56)씨는 “현대산업개발이 대법원에서 패소하면 사회정의 차원에서 5개월의 입찰참가제한 조처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B(72)씨는 “44억7200만원도 소송을 통해 받아냈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재심의를 요청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거제시도 신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C(52)씨는 “현대산업개발이 편취한 44억7200만원을 거제시에 냈고, 관련자들도 법적인 처분을 받은 상태서, 거제시에 특별한 유불리가 없는 상태이다”며 “재심의를 통해 입찰참가제한 조처를 경감해주어 현대산업개발에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거제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했다.

D 시의원은 “현대산업개발이 거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는 만큼 청소년수련관 건립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이 시민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장승포(옥포)하수관거 정비사업 편취사건은 2005년 1월부터 2008년 4월 30일까지 장승포하수처리장 오수관로 33.4㎞를 장승포, 능포, 아주, 옥포지역 등에 매설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공사금액은 162억원이며, 현대산업개발, 태우건설, 대도종합건설이 공동도급을 받았다. 하도급자는 삼지건설이다.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하면서 설계서 상에 시설토록 돼 있는 가설시설물(H-화일, SHEET-파일)을 6.2㎞ 시설해야하나 실제로는 800m만 시공하고, 나머지 5.4㎞는 시공하지 않고 허위 검사를 받아 44억7200만원을 편취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하도급자 삼지건설 대표, 감리회사 관계자 등 10명이 배임수재, 배임중재, 허위공문서 작성, 뇌물수수, 뇌물공여 등의 형사 처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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