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거제시 계약심의위원회 결정 신중해야"

“거제시 하수관거 불법 편취사건 형량 재심의” 타당한가?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하수관거 부실시공, 공사비 불법편취 사건은 이미 형사처벌까지 받은 중죄

최근 현대산업개발은 2009년 ‘장승포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공사의 부실시공과 사업비 불법 편취 건에 대한 거제시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재심의를 요청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 2009년 행정처분 당시 현대산업개발은 하수관거 가설시설설치비 60억 중 약 45억 원을 편취하였는데, 공사구간 6,248미터 중 13% 가량만 시공하고 나머지 구간은 허위서류를 꾸며 거제시 계약심의위원회로부터 5개월간의 입찰참가제한조치를 받았다. 국가의 공사대금 “먹튀”를 일벌백계한 사건으로 당시 환경연합은 계약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참가하여 현대산업개발 등 불법행위를 한 기업에는 입찰참가제한의 행정처분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및 하도급 업체, 감리회사 관계자 등 10여 명은 배임수재, 배임중재, 허위공문서 작성, 뇌물수수, 뇌물공여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현대산업개발은 2009년 거제시의 행정처분에 대하여 거제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거제시 계약심의위원회의 결정과 거제시의 행정처분을 전면 부정하였으며,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만약 현대산업개발이 승소한다면 거제시가 불법에 대해 내린 행정처분은 효력이 사라지는 것인데, 이 경우 부패와 불법으로 국가의 돈을 공사비로 받아가면서 돈을 떼먹는 행위에 대해 어느 국가 기관이 불법행위를 단속하겠는가? 자자체의 심의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뒤집기 위한 농간에 어느 심의위원이 선뜻 객관성과 타당성을 이유로 불법행위를 막고 나서겠는가? 현대산업개발의 불법행위를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신뢰관계와 각자가 가진 권한을 송두리째 뒤집는 중범죄이다. 

시민의 안전 위협하는 불법은 “원스트라이크아웃”제로 엄단해야

하수관거 부실시공을 단순히 공사업체의 관리감독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님은2010년 서울 강남역 일대의 홍수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2013년 환경연합의 현장조사를 통해 약 400억의 공사비에도 불구하고 설계변경으로 인한 역경사시공, 통수단면축소와 통수각변경 등 총체적 부실공사가 밝혀졌으며, 이로 인해 대표적인 인재 사건으로 남은 강남역 하수관거 공사는 현재까지도 이 지역을 상습침수지역으로 꼽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구조물 자체를 빼고 공사한 장승포 하수관거 공사는 공사구간 대부분에서 가설시설물을 누락시켰으며, 내구성, 안정성이 문제되는 자재로 부실시공했다는 점에서 고의적인 부실관행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하수관거 공사 시 시공을 하지 않은 채 공사를 마감하고 재시공으로 부당이익을 수령하던 관행을 현대산업개발 같은 대기업이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너무나 무겁다 할 수 있다. 

강남역의 홍수사태 이후 서울시가 부실시공의 심각성을 제도적으로 검토한 결과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한 이유도 사전예방만이 유일한 해법이며, 불법시공으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피해가 극심한 것을 감안한 때문이다. 이에 비한다면 거제시가 현대산업개발 등 장승포 하수관거 부실공사와 공사대금 불법편취에 대해 5개월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 것은 총체적인 부실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가벼운 처벌이다. 더군다나 최근 언론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이 “계약심의위원회의 재심의 결과 입찰참가제한조처의 경감을 받으면 본인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식으로 계약심의위원회의 고유한 결정권을 제약하고 행위는 오만하기 그지없다. 

전국적인 하수관거 부실시공 예방차원에서 현대산업개발 사태를 바라봐야 

이외에도 현대산업개발이 강남역의 하수관거 부실시공과 설계변경보다 죄질이 더 무거운 경우임을 증명하는 증거는 여럿이다. 현대산업개발 소장을 비롯하여 관련자들이 허위서류작성, 배임, 뇌물수수 등의 불법행위로 설계 자체를 조직적으로 무시하고 시공한 것이며, 관련 책임감독자를 매수해 부실시공을 오랫동안 감춘 점, 국가사업비를 불법으로 가로채고도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행위 등 불법행위의 심각성에도 정상참작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더군다나 하수관거 부실시공으로 인한 행정처분을 부정한 것은 전국적으로도 유일하다. 

만약 거제시가 행정소송에 패소하거나 계약심의위원회를 통해 2009년 내린 행정처분을 경감시킬 경우 거제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하수관거 부실공사업체들을 제도적으로 양산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수관거 공사는 환경부가 2020년까지 총 33조원을 들여 추진하려는 국책사업이란 점에서 이같은 부실시공을 합법화한다면 4대강사업의 부실 못지않은 국가적 부실공사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2007년 환경부가 하수관거 국책사업을 발표하면서 부실시공관행을 우려하여 준공기준, 설계, 사업절차 등을 수차례의 토론회를 통해 점검한 바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재심의 신청서의 근거로 관급공사 입찰참가 자격제한으로 인해 1조 2,629억원의 공사비를 받을 수 없다고 선처를 바란다지만, 33조원 공사비 전체가 부실시공으로 얼룩지는 사태에 비한다면 얼마 되지 않는 돈이다. 그나마 1조 2,629억원이 국책사업비가 불법편취될 소지를 막음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이익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일벌백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는 더 이득이다.

거제시는 불법시공관행 끊는 계기로 삼아야 

문제의 중차대함을 감안하면 거제시는 이번 현대산업개발 사태에서 면죄부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가중처벌을 받아도 한참은 더 받아야 할 불법행위에 대해 계약심의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준 것은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행정기강을 잡아야 할 시 당국이 불법을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제시는 정식 계약심의위원회에 앞서 법적 구속력도 없는 자문회의를 개최해 재심의 여부를 논의하는 적절치 못한 행위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거제시가 2009년 하수관거 부실시공과 공사대금 불법편취에 대한 사건을 심의하면서 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을 존중하여 현대산업개발에 5개월의 입찰제한조처를 취하였음에도 자신의 행정처분을 번복하는 꼴이 된 재심의 개최는 문제가 크다. 재심의를 위한 객관적인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사업자가 신청한 재심의 요청을 받아들인 배경도 의문이다. 백보 양보하여 재심의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는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거제시가 현대산업개발을 옹호하거나 계약심의위원회의 결정권한을 무시한 것이나 진배없다. 거제시가 시민의 안전과 사회적 신뢰관계를 지키기 위해 내린 행정적인 조치를 번복한 것은 현대산업개발의 불법행위와 공모를 한 것이라 봐도 무관하지 않을까? 

현재까지는 거제시가 계약심의위원회를 핑계로 현대산업개발의 들러리를 자처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권한마저 민원 탓으로 돌리는 비겁한 작태이다. 계약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서지 못한다면 조직적인 부패의 온상을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한 이번 현대산업개발 사태의 시작은 거제시의 판단능력 부재에 있다. 소송 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재심의하는 것 자체가 이미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 신뢰관계 회복은 ‘면죄부’를 주는데서 시작해선 안 된다 

국가를 상대로 한 계약은 사회적 신뢰관계의 가장 중요한 주춧돌이다.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 용서는 관용과 연민의 미덕으로 칭송될 수 있지만, 이는 그 개인들을 규율할 사회적 관계가 탄탄한 경우에 그러하다. 마찬가지로 국가와 사회 속의 신뢰관계는 법을 어긴 행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당당하게 받고 무너진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가능하다. 현대산업개발이 궁지에 몰리다 못해 기자회견을 자청해 머리 숙인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다. 

애초 거제시 계약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부정하며 거제시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한 것이나, 최근 들어 계약심의위원회에 행정처분에 대하여 재심의를 요청한 파렴치한 행위는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망각한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현대산업개발이 국가를 상대로 행정처분의 ‘면죄부’를 받고자 하는 것 자체가 기업윤리를 위배한 행위로 지탄받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거제시와 시민을 또 다시 돈으로 회유하여 신뢰를 회복하려는 작태에 대해 용서하지 말아야 후세에 귀감이 되리라 본다. 

현대산업개발은 2009년 부실시공과 사업비 불법편취에 대한 벌을 당당하게 받길 바란다. 그리고 거제시와 시민을 상대로 한 신뢰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새로운 토대 위에서 하길 바란다. 자신의 잘못에 따른 책임을 경감시켜 주는 조건으로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꼼수를 자랑스레 떠벌리는 것이나, 정작 피해를 보는 장승포 주민들을 새로운 사업거리로 꼬드기는 추잡함은 대기업이 취해야 할 자세는 아니다. 

아울러 거제시는 33조원 규모의 국책사업을 부실시공과 공사대금 가로채기로 부당이익을 챙길 수 있는 부실공사의 사례로 남기게 될 현재의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체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하수관거 부실시공의 사례와 행정처분에 관한 환경부 문의, 관급 공사 부실관행에 대한 자체 감사 등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쳐 재심의를 요청한 것인지도 자문자답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거제시 계약심의위원회는 국가를 상대로 한 계약에 대하여 사회적 신뢰관계를 지킬 수 있는 2009년의 결정에 대해 번복함으로써 국책사업의 명분을 손상시키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편집자 주 : 성명서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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