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종 경남도의회 의원

▲ 이길종 도의원
거제시민의 혈세 수십 억 원을 부당 편취했던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거제시의 행정처분 경감은, 기업 사정과 거제시 실리를 고민한 결과라 하더라도 경과를 돌이켜보건데 결코 있어선 안될 일이었다.

주지하다시피 현대산업개발은 4년 전 드러난 거제시 하수관거 비리사건의 ‘몸통’이었다. 하도급 업체에 책임을 전가할 일이 아니었다. 하도급 업체가 저질렀으니 원청이 나 몰라라 발뺌할 수도 없는 사건으로서 공사내역이 빤히 계산되는 대기업이 몰랐을리 없기 때문이다.실체가 드러나게 되자 부당 편취한 돈을 거제시에 돌려줬으나, 이 역시 거제시가 소송을 제기해 법원 조정을 거쳐 겨우 받아낸 것이었다.

거제시가 사과 기자회견까지 열 정도로 파문이 컸던 사건이었음에도 현대산업개발은 입찰참가제한 5개월이라는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되려 소송까지 제기했던 것이다.

요약하자면 ‘비리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시민 혈세 수십 억 원은 고스란히 그들의 주머니에 들어갔을 것이고 줄줄 새는 하수에 거제 환경은 심각하게 오염됐을 것인데 사법당국이 개입하는 사건이 되니 어쩔 도리 없이 돈을 토해냈으며, 뒤에선 소송을 거는 작태’를 보여온 것이다. 이 얼마나 치졸한 짓인가? 거제시민을 상대로 사기를 쳐놓고서도 응당 감수해야 할 처분은 과하다는 격이니 현대산업개발의 ‘도덕적 해이’가 혀를 찰 수준이다!

더군다나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승소 여부는 예측불허가 되자 한 술 더 떠 전방위로 로비를 벌여왔던 것이다.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듣도 보도 못한 ‘민원 재심의 자문위원회’였다. 전례가 없는 이 위원회가 논란이 되자 ‘자문회의’로 이름만 바꾸고, 결국은 가부를 결정하는 계약심의위윈회의 ‘감경 결정’을 끌어냈다.

현대산업개발이 약속했다는 수십 억 상당의 거제시 현안사업 지원도 믿기 힘들다. 거제시와 시민을 속인 부도덕한 기업이 나중엔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를 일 아닌가? 또 다시 기업 사정 운운하며 헌신짝 버리듯 약속을 파기하거나 미룰지 누가 알겠는가? 또 다시 뒤로는 소송을 불사할 가능성도 꽤 크다.

이행을 떠나 약속 자체가 사리에 반한다. 입찰참가에 결격사유가 분명한 기업이 돈을 매개로 행정과 거래를 한 셈인데, 거제시가 아무리 실리를 취한다 한들 대기업의 농간에 놀아났다는 비판은 면키 힘든 것이다.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현대가 자청해서 소송을 걸었던 만큼 대법원의 최종판단에 맡기면 될 일이었다!

거제시는 실책을 범한 셈이나 다름 없다. 부도덕한 대기업에게 합당해야 할 행정처분을 깎아주고 말았으니 엄정해야 할 행정 근간을 뒤흔든 선례로 남을 것이고 다른 기업들에게도 행정처분을 확실히 줄일 수 있는 ‘요긴한 전략’으로 회자되지 않을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밝혀져야 한다. 애당초 ‘민원 재심의 자문위원회’가 만들어지기까지 누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인지, 계약심의위원회 면면은 누구인지, 누가 찬성을 했고 반대를 했는지, 몇 차례 이어진 회의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 행정처분 경감이 철회돼야 함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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