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거제시, 시 상수도 관리정책 획기적 변화자세 가져야

거제시의회(의장 황종명)는 1일 ‘2013년도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거제시 집행부, 유관기관 올해 행정사무감사를 사실상 끝냈다.

이름은 행정사무감사이지만 예년의 업무보고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행정사무감사가 함량 미달로 끝난 가장 큰 원인은 거제시의회 의원들의 자질 문제다. 거제시 집행부에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문제를 파헤쳐 개선시킬지에 대해 ‘공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각종 문제점이 그대로 파묻혀 그냥 흘려가고 있다.

이번 행정사무감사 중에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이 한국수자원공사 거제관리단에 대한 감사였다. 거제시는 2007년 11월 1일 한국수자원공사와 ‘지방상수도 운영효율화 사업 실시협약’을 맺고 거제시민의 '생명수‘ 관리를 맡겼다. 그 당시 거제시가 낸 보도자료를 다시 살펴봤다.

“(한국수자원공사가) 향후 20년간 블록시스템 구축과 노후관 개량, 시설 운영의 과학화 및 현대화 등 누수율을 낮추는 선진 수도 기술과 경영기법을 통해 거제시 수돗물 공급을 책임 경영함으로써 시민들에게 보다 안정된 수돗물 서비스를 제공하는 책임을 맡았다.”

또 “시 관계자는 ‘모든 국민이 깨끗하고 몸에 좋은 물을 평상시에도 부족함 없이 마실 수 있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거제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시(市)와 물 전문기관 K-WATER가 손을 잡은 것은 21만 거제시민에게 맛있고 안전한 고품질 수돗물 서비스 제공을 본격화 한다는 의미에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고 했다.

거제시는 한국수자원공사에 거제시 지방상수도사업 위‧수탁 비용으로 올해는 87억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한편 거제시는 7월부터 상‧하수도 요금을 각각 15%, 25%씩 인상했다.

위탁 관리를 맡긴 2008년부터 5년이 지났다. 거제시민은 그동안 정부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 거제관리단이 거제시민에게 ‘맛있고 안전한 고품질 수돗물 서비스’를 하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 행정사무감사 때 현장 확인 통해 드러난 사실은 한국수자원공사 거제관리단은 거제시민에게 ‘녹 맛이 나고 안전하지 않은 저품질 수돗물 서비스’를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수십억원을 들여 녹물을 줄이고, 누수율(漏水率)을 높이기 위해 하는 ‘노후관 교체공사’가 아무것도 모르는 거제시민쯤이야 하면서 제멋대로였다.

노후관 교체를 완벽하게 했다기에 능포동 옥수로 6길 거제세관 기숙사 앞 도로와 능포로 8길 능포경로당 옆 도로에 묻혀있는 배수관을 파보았다. 능포동 옥수로 6길 배수관이 묻혀 있는 곳에는 상수관을 보호하는 모래부설량이 기준치에 미달했으며, 모래에는 자갈이 섞여 있었다. 능포경로당 옆 배수관도 모래부설이 기준치에 미치치 못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거제관리단 김익동 단장이 거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때 이 정도의 문제는 “관로 안전성이나 물 공급에는 그렇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 것처럼 백걸음 양보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근 40년 만에 노후관을 교체하면서 전면 교체가 아닌 부분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가정집으로 들어가는 급수관과 수압조절장치인 제수변을 일부 교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내 집 마당을 파지 마라’는 민원 때문에 능포지역 급수관 교체비율이 15% 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맑고 좋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급수관을 바꿉니다’라고 했을 경우 시민들이 반대할 사람이 있었는지 의아스럽다. 주철로 만들어진 제수변 주위에서 녹물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제수변도 부분적으로만 교체했다.

40년 만에 노후관을 교체했다면 앞으로 40년 더 있다가 노후관을 교체하면 이번에 교체하지 않은 노후관은 수령이 80년이 된다. 한국수자원공사 거제관리단의 변명(?)을 받아주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체한 노후관과 교체하지 않은 노후관의 설계 도면을 정확히 남겨놓는 것이다. 교체한 것과 교체하지 않은 것을 정확히 구별해놓아야 다음에 노후관을 바꾸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 변경 정산도면
한국수자원공사 거제관리단은 “당초 설계도면에서 교체하지 않은 것은 변경도면을 통해 구별해 놓았고, 정산도 변경도면에 맞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제시 행정사무감사 때 당초 노후관 교체 설계도면과 설계 변경 도면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은 점도 일부 드러났다. 땅 속에 묻혀있는 것이니 ‘얼렁뚱땅 얼버무린’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또 새로운 배수관이나 급수관을 교체하면 기존의 노후관은 걷어내야 한다. 그럼에도 능포경로당 앞 도로를 파보았을 때 새로 묻은 관과 기존의 노후관이 그대로 있었다. 노후관을 걷어내지 않았다. 물이 흐르지 않는 노후관은 더 빨리 부식돼 결국 도로가 침하될 것이며, 부식된 노후관은 지하수를 오염시킬 것이다.

▲ 능포마을회관 앞에는 노후관이 그대로 묻혀 있다.
거제시 행정은 책임은 없는가. 거제시 상하수도과 주양운 과장은 행정사무감사장에서 “(노후관 교체 등) 공사를 한 것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도 1년에 한 번씩 하게 돼있다”며 “2008년, 2009년, 2010년 점검한 결과가 있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점검을 했는데 한국수자원공사 거제관리단이 ‘눈가림식 노후관 교체 공사’를 했다면, 거제시도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거제시와 한국수자원공사 거제관리단에 묻고 싶다. ‘조선소 현장에서 쇳가루 마시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거제시민들이야 녹물이 좀 섞인 물을 마신다고 무슨 영향이 있겠느냐고 이번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지.’

거제시의회가 행정사무조사 특위를 구성키로 해 시민들은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다.

옛 말에 ‘임금은 배이고 서민을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엎기도 한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고 했다. 위정자(爲政者)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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