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예산으로 부지 제공 논란일 듯…교육부 "MOU체결 사실 몰랐다"

거제 전역에는 각종 자생 단체 명의로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거제캠퍼스 유치’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해양대학교 거제캠퍼스 유치가 확정됐다면 모든 시민이 축제 분위기일텐데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의외로 조용하다.

몇몇 시민은 ‘해양대학교 거제캠퍼스가 확실히 들어오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권민호 거제시장, 김한표 국회의원, 박한일 한국해양대학교 총장이 참석한 협약서 체결식도 추석 전인 13일 절묘한(?) 시점이었다.

내년 지방선거 깜짝쇼(?) 성격이 다분히 있지만 앞으로 해양대학교 거제캠퍼스가 구축된다면 지역의 양대 조선소와 함께 교육‧연구‧생산이 집적된 ‘클러스터’ 구축의 청신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거제시, 의회, 시민이 한 마음 한 뜻이 돼 해양대학교 거제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있다.

지난 13일 거제시청 중회의실에서 가진 협약서 체결식도 약간의 혼돈을 초래한다. 중회의실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MOU 체결식’으로 돼 있는 반면, 시장‧국회의원‧총장이 서명한 문건 제목은 ‘거제시와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간 한국해양대학교 거제캠퍼스 구축을 위한 협약서’이다. MOU 즉 양해각서는 통상적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고 도덕적 책임만을 지게 된다. 이에 반해 협약서(Agreement)는 협약의 내용에 따라 법적 구속력 여부도 발생한다. 거제시 전략사업담당관실 담당 공무원은 “이번 체결식은 MOU(양해각서) 수준이고 앞으로 진행정도에 따라 협약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해양대학교 거제시 교육부 등의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것은 해양대학교 거제캠퍼스 구축을 위해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나 구체화된 것은 아직까지 하나도 없었다. 협약서 내용이 전부나 마찬가지다.

협약서 내용 중 중심적인 내용은 두 항목이다. 첫 번째 ‘거제시는 한국해양대학교 거제캠퍼스 조성을 위하여 부지 제공을 포함한 행‧재정적 지원을 행한다’이다. 두 번째 ‘한국해양대학교는 거제캠퍼스를 해양플랜트 특화갬퍼스로 운영하고 아래 과정을 개설한다’이다.

‘아래 과정’은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학부과정 운영, 해양(플랜트) 분야 연구‧개발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원 과정 운영, 해양산업 인력 재교육 및 전환교육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등 운영이다.

협약서 초안은 거제시에서 잡아 해양대학교가 검토해 협약서 내용을 최종 확정했다.

▲ 협약서 주요 내용
일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협약서 내용 중 ‘거제시는 해양대학교 거제캠퍼스 조성을 위해 부지를 제공한다’ 부분이다. 해양대학교가 요구하는 캠퍼스 부지 면적은 20만평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협약서에는 거제시가 부지를 제공하되 ‘최소 5만평 이상’을 제공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으나 MOU 체결식 당일 ‘최소 5만평 이상’ 문구는 삭제했다.

삭제된 문구가 오히려 해석 여하에 따라 해양대학교가 요구하는 20만평을 거제시가 모두 제공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거제시에서 부지제공에 대해서 해양대학교에 지원을 하고자 했기 때문에 거제캠퍼스와 클러스터 구축 논의가 시작이 된 거다”고 했다.  

거제시 전략사업담당관실 담당공무원은 이에 대해 “최소 5만평 이상 하한선을 없애 부지 제공 면적이 5만평 이하로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거제시 부담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해양대학교가 요구하는 20만평 부지 매입에는 최소 350억원에서 5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든다”고 했다.

거제시 가용예산 규모로 볼 때 500억원은 적지 않은 예산이다. 거제시의회 간담회 때 부지 제공 문제가 논란이 됐다. 또 황종명 의장 등 시의원들은 협약서의 ‘부지 제공’ 문구 삭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협약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해양대학교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거제시에서 부지를 제공해준다고 얘기했을 때 당연히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의회 승인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해양대학교와 거제시는 거제캠퍼스 구축가능성을 사전에 교육부에 질의한 것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26일 전화 통화에서 “MOU를 체결한 사실도 모르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확인해봐야 하고, (거제시나 해양대학교가) 교육부에 사전에 질의하거나 승인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해양대학교와 거제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준비된 것은 없다”며 “앞으로 실무추진단을 구성해서 교육부 인허가 절차 등을 밟아갈 것이다”고 했다.

이번 MOU는 공공기관인 해양대학교와 거제시, 지역구 국회의원이 시민에게 공개적으로 한 약속이기 때문에 ‘해양대학교 거제캠퍼스’ 구축이 흐지부지 됐을 경우 되돌아오는 ‘부메랑’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클 것이다.

교육부와 이번 일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경남도 등을 설득시켜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거제캠퍼스’를 가장 빠르게 구축하는 지름길은 거제시민 모두가 공감하고 뜻을 같이 하는 ‘시민의 힘’임을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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