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대학교 박상철

타쉬켄트(Tashkent)는 투르크어로 돌(Tash)의 도시(Kent)라는 뜻으로 약 2,000년 역사를 가진 인구 220만의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행정수도이다. 천산산맥 아래 치르칙(Chirchik) 강변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로 과거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유서깊은 도시이다.

타쉬켄트의 역사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약 2,000년 전에는 차치(Chach)로 불렸으며 7세기경 현장(玄奘)법사가 인도로 가는 도중에 이 지역을 지나갔는데 그 때는 제쉬(Zhěshí, 赭時)로 불렸고, 10세기경 카라-카니드(Kara-Khanid)왕국 때부터 타쉬켄트로 불리게 되었다. 1219년 징기스칸의 침입이후 몽골의 지배하에 있다가 그 후 아미르 티무르의 지배를 받았다. 16세기부터 셰이바니(Shaybani)왕조 치하에 들어갔다가 1809년 코칸트 칸국(Kokand Khanate)에 합병되었는데 그 때 도시 인구가 약 10만 명이었고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1865년 러시아군에 의하여 점령되어 1867년 투르키스탄 총독부가 설치되었으며 그 후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지배의 중심지가 되었다. 1917년 중앙아시아 최초의 혁명 소비에트 자치공화국 건국이 선언되었으며, 타쉬켄트는 1930년 우즈베키스탄 소비에트 사회주의공화국의 수도가 되었다가 1991년 12월 소련연방의 붕괴와 함께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수도가 되었다. 그러나 1966년 대지진이후 약 70% 파괴되었던 도시는 소련연방 각지에서 3만 이상의 노동자들이 투입되어 2∼3년 만에 현대적인 도시로 탈바꿈되어 현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및 철도, 도로, 항공 등의 교통의 중심지인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Amir Timur 박물관 ▲Amir Timur 박물관 내부모습
아미르 티무르(Amir Timur) 박물관은 타쉬켄트 시내 중심부에 있으며 하늘색 돔 지붕이 이슬람 사원을 연상케 하며 현대와 이슬람 건축기술을 융합한 매우 독특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미르 티무르 탄생 660주년을 기념하여 유네스코 후원으로 1996년 9월에 개관했으며, 박물관 내부는 중앙 천장에 매우 화려하고 커다란 샹들리에가 매달려있고 아름다운 이슬람 문양이 그려진 벽면, 대리석 기둥과 계단 등으로 매우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State Fine Arts 박물관 ▲State Fine Arts 박물관 전시물
1층에는 대리석 주춧대 위에 커다란 코란이 놓여있고 주변 벽면에는 티무르의 ‘탄생’, ‘성장’, ‘영광’에 관한 여러 가지 벽화가 그려져 있고 2층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나무기둥, 통치자가 입었던 관복과 갑옷, 울르그벡의 천문대 모형, 비비하님 모스크 모형 등 찬란했던 티무르 제국시대의 모습을 전시하고 있다. 타쉬켄트의 박물관 중 가장 아름다운 외관과 내부시설을 자랑한다.

우즈베키스탄 국립미술박물관(State Fine Arts Museum of Uzbekistan)은 1974년 소련연방시대에 러시아 황제 니꼴라이 2세의 삼촌이었던 니꼴라이 로마노프 공(公)에게서 몰수한 예술 수집품들을 전시하기 위하여 세워진 것이 시초이다. 박물관 1, 2층은 주로 유명인들의 미술전시회 등의 상설 전시관으로 쓰이며 3, 4층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일반적인 민속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주로 17∼19세기의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의 도예품들과 나무로 만든 다양한 대문과 덧문의 문양, 다양한 건축물 문양, 나무로 된 기둥의 조각, 수공예 카펫, 각 지방의 전통 의복, 금속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부하라 근교에서 출토된 궁전벽화와 조각상 그리고 15∼20세기의 유럽스타일의 그림과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4층에는 1993년에 설립된 대한민국 전시관이 있으며 그 외 아시아 몇 나라의 독특한 예술품을 볼 수 있다.

▲Amir Timur 동상 ▲Alisher Navoiy 동상
신도시 중심부에 아미르 티무르(Amir Timur) 광장이 있고 그 중앙에 아미르 티무르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전에는 칼 막스의 동상이 있었고 그 이전에는 스탈린, 레닌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카리모프 대통령은 13∼16세기에 이 지역을 바탕으로 광대한 중앙아시아 지역을 점령하고 비단길을 지배했던 티무르 제국의 영광을 되새기려는 민족주위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바로 그 중심에 중앙아시아 티무르 제국의 건설자이자 우즈벡 민족의 정신적 영웅인 아미르 티무르가 있다. 그는 1336년에 태어났으며 1370년 마와란나하르의 군주가 되어 사마르칸트를 수도로 정하였다. 그 후 해마다 사방으로 원정하여 1380년 호레즘을 병합하였고, 1397년 차카타이 칸국을 복속시켰다. 그는 수많은 지식인, 학자, 시인, 건축가들을 사마르칸트로 불러들여 그들로 하여금 지금 사마르칸트에 존재하는 많은 유적들을 건립하게 하였다.

또 실크로드 무역에도 관심이 많아 이 시기에 사마르칸트는 상업의 도시로 크게 발전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중국 명(明)나라를 정벌하려고 떠났다가 도중에 병사하였다. 사마르칸트에 있는 구르 에미르(Gur Emir)영묘가 그의 무덤이며 대담, 용맹하고 의지가 강하며 준엄하였지만 학자, 문인을 보호하고 문화예술 산업을 장려하기도 했다.

나보이 공원에는 우즈베키스탄 문학의 아버지라는 알리쉐르 나보이(Alisher Navoiy) 동상이 있다. 러시아의 푸쉬킨처럼 우즈베키스탄 민족문학의 창시자이자 대표적인 시인인 나보이는 1441년 헤라트(Herat,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다. 나보이가 살던 시대에 모든 시인은 페르시아어로 시를 썼지만 그는 중앙아시아에서 주로 쓰이던 차카타이어를 사용하여 문학활동을 하였다.

차카타이어로 문학활동을 함으로써 현재 우즈벡어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우즈벡인들은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작품으로 운율을 가진 5개의 서사시로 구성된 ‘함사(Xamsa)’라는 작품을 꼽을 수 있다. 나보이 문학박물관이 있으며 우즈벡 민족에게 있어서 그는 단지 시인일뿐만 아니라 정치가, 민족의 정체성을 고양한 위대한 인물로 존경받고 있는 우즈벡 민족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그 외에 함자(Hamja), 하미드 알림잔(Khamid Olimjon), 바부르(Babur), 아이벡(Aibek), 가프르 굴람(Gafur Gulom) 등 유명한 문인이 있다.

▲Mirzo Ulugbeg
위대한 왕이면서 천문학자인 울르그벡(Ulugbeg)은 아무르 티무르의 손자로 1394년 술탄니야(Sultaniyeh, 지금의 이란)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인 아미르 티무르를 따라 많은 나라와 도시를 다니며 견문을 넓혔다. 티무르가 죽은 후 아버지를 이어 왕위를 계승했으며 학문에 조예가 깊어 천문학자이며, 수학자 그리고 철학자였다.

또 음악과 예술에도 많은 관심이 있어 그가 통치하던 시절 사마르칸트는 문화와 지식의 중심지였으며 지금도 많은 유적지와 역사적 가치를 지닌 도시로 알려져 있다. 1428년 아프로시압 언덕 북동쪽 약 1km 지점에 천문대를 세우고 천문표를 만들었는데, 천문대는 그 당시 가장 훌륭하고 발전된 유적으로 손꼽히고 있다. 사마르칸드 구르 에미르에 아미르 티무르와 함께 묻혀있다.

▲바라크 칸 메드레세 ▲쿠켈다쉬 메드레세
타쉬켄트의 옛 이슬람 건축물들은 1966년에 있었던 대지진에 의하여 대부분 파손되었지만 아직도 구시가지에 조금 남아있다. 철수 바자르(Chorsu Bazar) 동쪽에 16세기 타쉬켄트를 지배하고 있던 셰이바니(Shaybani) 왕조의 바라크 칸(Barak Khan)에 의해 설립된 바르크 칸 메드레세(Madrassah, 신학교)가 있다. 이 건축물은 여러 번에 걸쳐 증축되었는데, 현재 건축물 동쪽에 있는 영묘(Mausoleum)가 초기에 건립되었고 그 후 2개의 돔이 있는 영묘가 추가 건립되었다가 바라크 칸에 의하여 신학교로 재건축되었다.

신학교 입구의 아치는 아름다운 모자이크 문양과 아라비아어 문양으로 유명하며, 입구에 들어서면 장미의 정원이 나오고 맞은 편에 보이는 건물에 아미르 티무르 후손의 묘가 있다. 이 신학교에는 소련연방시절부터 중앙아시아 이슬람교의 본청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지금도 실질적인 중앙아시아 이슬람교의 중심지이다.

쿠켈다쉬 메드레세는 16세기 중엽 셰이바니 왕조의 고관대신인 쿠켈다쉬가 세운 신학교이다. 소련연방시대에는 박물관과 창고로 쓰이다가 연방체제의 붕괴와 더불어 종교적 역할의 중요성이 확대됨에 따라 다시 신학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38개의 교실에 2,000여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으며 5년 과정으로 이슬람 교리를 배운다. 이 지역은 러시아제국에 병합되기 전에 레기스탄이라 불리는 타쉬켄트의 중심지였으며 신학교 뒤쪽 언덕에는 15세기에 세워진 자미 모스크가 있어 메드레세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지진희생자 기념탑

 

지진희생자 기념탑은 1996년 4월 26일 새벽 5시 22분 53초에 있었던 리히터 진도 7.5의 대지진으로부터 아이들과 여자들을 우즈벡 남자들이 지켜냈다는 의미로, 우즈벡 민족을 기념하고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1976년 대지진의 진원지였 이곳에 건립되었다. 커다란 동상 앞에는 진원지의 의미로 지진에 의해 갈라진 직육면체의 대리석이 있는데 오른쪽 면에는 1966년 4월 26일이 새겨져 있고 그 옆면에는 5시 23분에 멈추어 선 시계가 있어 참혹한 대지진이 발생한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기념탑 동상의 제목은 ‘용기’이며, 지진이 진원지로부터 아이들과 여자 쪽으로 다가오자 우즈벡 남자가 용기 있게 손으로 지진을 억누르는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대지진에 의한 정확한 인명피해는 알 수 없지만 약 5,000명이 사망하고 약 1만 명 이상이 부상을 당하였으며 약 30만 명의 시민들이 집을 잃었다고 알려졌다.

그 후 소련연방내의 여러 공화국들의 인적, 물적 도움에 의하여 타쉬켄트는 지금과 같은 현대적인 도시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상 뒤쪽에는 당시 도시를 재건하는 모습들이 동판에 조각되어 있는데 이것은 그 때 복구작업에 참여한 소련연방내의 여러 공화국 노동자들의 노력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추모의 광장의 비애하는 어머니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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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한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1999년 5월 9일 우즈벡 대통령의 지시로 추모의 날이 공포되고 타쉬켄트에 추모의 광장이 조성되었다. 무스타킬릭(독립)광장 왼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비애하는 어머니’ 동상, 꺼지지 않는 불꽃, 우즈벡 양식으로 지어진 회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군인들의 이름은 회랑에 출신 주별로 금속책자로 새겨져 있으며, 비애하는 어머니 동상 앞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고 있어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들의 영혼을 달래고 있다. 동상 뒤편에는 ‘당신은 항상 제 가슴속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라는 글귀가 벽에 새겨져 있다. 2차 세계대전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150여 만 명이 참전하여 42만 명 전사, 64만 명이 부상당하였다.

▲김병화 농장 입구에 세워진 탑 ▲김병화 박물관
타쉬켄트 남쪽에 위치한 김병화 농장은 고려인의 상징이자 한민족의 자랑이다. 소련연방시대에 꼴호즈(집단농장)의 지도자로서 한국인의 근면성을 우즈벡 현지인들에게 입증해 준 사람이 김병화이다. 우즈벡 공화국에서 노력훈장을 탄 사람이 650명인데 그 중에서 139명이 고려인이며 김병화 꼴호즈에서만 24명이 받았다.

그는 강제이주 직후 3백만 평의 갈대밭을 개간하여 면화, 밀, 옥수수, 벼농사 등으로 황금들녘을 만듦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중 후방에서 대대적인 식량지원을 한 공로로 훈장을 받았다. 원래는 북극성 꼴호즈로 불렸으나 1974년 김병화 사후에 그의 이름을 따 김병화 꼴호즈로 불렸다. 농장은 소련연방 해체 후 개인영농화 과정에서 토지분배를 받지 못한 다수의 고려인이 떠나 현재 전체 약 7,800여 명의 주민 중 고려인 수는 약 1,000여명으로 많이 줄어들었다. 마을 입구에 김병화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박물관과 동상이 있다.

타쉬켄트 시내를 하늘에서 바라보면 넓은 숲을 보는 것과 같다. 거리마다 아름드리 나무가 심어져 있어 도시 전체가 큰 공원같이 보인다. 원래 우즈베키스탄은 강수량이 적은 사막국가이나 소련연방시절에 집중적으로 수리시설 및 관개개선 사업이 이루어져 현재 세계적인 면화생산국이 되었다.

 타쉬켄트도 관개수로가 발달하여 치르칙 강에서 시작한 바즈수 운하, 안호르 운하 등 여러 개의 운하가 도시를 관통하여 흐르고 있어 무더운 여름철에도 거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프링클러나 분수에 의하여 도시 전체가 공원처럼 늘 푸르다. 도시 시내를 천천히 걸어가면 사막의 오아시스에 세워진 옛 실크로드의 건축물들과 현대적 건축물을 마주치게 되어 이슬람 문화와 러시아 문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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