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학살 60년, 진실 규명을 통해 상생과 화해의 길로 나서야...위령공원건립 등 호소

“아직도 숨겨지고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아 규명되지 못한 억울한 죽음에 대하여 그 진실을 반드시 규명하고 절절히 맺힌 한을 벗기고 풀어주어야 합니다. 거제도 앞바다와 산골짜기에서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는 영령들을 위해 이름 석 자 새긴 위령비라도 세워 맑은 술 한 잔 따르며 넋이라도 달랠 수 있는 장소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여기 모인 후손들의 소원이요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거제유족회 박우영 회장이 23일 11시 거제 연초면 천곡사에서 열린 ‘63주기 민간인 희생자 제4회 합동위령제’의 추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거제유족회가 주관하고 거제시의 지원과 거제시의회,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 법무법인 '희망'의 후원을 받아 이날 열린 합동위령제에는 ‘거제시 민간인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유영수 시의원을 비롯해 이행규, 전기풍, 김은동, 옥영문 시의원과 이길종 도의원 그리고 옥영윤 거제시 행정안전국장, 법무법인 희망 김한주 변호사,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윤호상 상임대표와 유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합동위령제는 잘못된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살풀이와 해원무를 시작으로 추모식, 제례봉행의 순으로 진행됐다

박우영 유족회 회장은 추모사에서 “생명은 인간의 탄생과 함께 주어지는 것이며, 그 어떤 이유로도 함부로 침해당해선 안 된다”며 “국민의 생명 보호는 국가가 담당해야 할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헌법적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쟁을 전후로 우리 거제에서 1000명에 이르는 양민들이 국가 폭력에 의해 법적절차도 없이 천인공노할 학살과 만행에 의해 희생당했다”고 밝혔다.

박회장은 “어둡고 숨겨진 아픈 현대 역사를 하루 빨리 진실규명을 통해 정리하고 화해와 상생 그리고 지역 화합의 장을 열어 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영수 시의원은 “지난달 27일 입법예고 된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조례제정을 통하여 억울한 영혼들과 유가족 여러분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달래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추모사를 통해 거제시의회의 입장을 전했다.

거제시장을 대신해 추모사를 읽은 옥영윤 행정안전국장은 “암울했던 역사의 진실을 흔들어 깨워 아직도 구천을 떠도는 외로운 영혼들의 넋을 달래고, 유가족의 피맺힌 한이 풀어지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며 “유족들의 뜻을 모아 진실의 규명과 명예회복, 그리고 위령사업 등도 차근차근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거제시민단체를 대표해서 추모사에 나선 강학도 거제경실련 공동대표는 "진실화해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령제 봉행과 위령비 건립 등의 위령사업 지원과 희생 현장 안내판 설치, 유해발굴, 유해안치장소 설치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으나 정부와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앞으로 유해 발굴과 위령공원 건립을 위해 정부와 거제시가 앞장서도록 유족회와 함께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족회 자문변호사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희망 김한주 변호사는 거제에서 발생된 거제민간인희생사건과 보도연맹 희생사건에 대한 소송과정을 설명하며 “60여년 동안 방치했던 유족들의 어려운 처지를 보아서라도 국가가 자행한 불법적인 폭력에 희생된 유족들에게 이에 합당한 배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과 2009년 거제지역 민간인·보도연맹 희생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유가족들은 그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