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 전 국회의원, "시민 이익 부합되지 않을 경우 개발 중지가 옳다"

▲ 윤영 전 국회의원
고현항 재개발, 그 목적이 무엇인가?

전 국회의원 윤영

고현항 재개발(소위 인공섬) 문제로 거제가 떠들썩하다. 나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삼성중공업이 추진하던 인공섬 개발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웠고, 그 기본계획에 대해 승인여부를 결정하는 과거 국토해양부 공직자들에게 여러 가지 예상되는 부작용을 설명하고 신중한 추진을 당부했던 기억이 난다.

삼성중공업이 포기한 사업을 다시 거제시와 부강종합건설이 추진하여 그 사업계획에 대해 해양수산부와 거제시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하니 그 사업추진성의 당위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20만평의 아름다운 바다를 매립하여 고현항을 재개발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사업의 성패는 그 목적의 타당성과 사업추진의 적합성에 달려 있다. 그 목적이 거제시민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건주의 행정’,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고현항 재개발의 목적은 ‘항만기능 확대, 항만시설 재배치, 친수항만 개발, 항만광광시설의 조성’이라고 한다. 이 목적이 예상되는 부작용 즉,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시민의 행복추구권 박탈, 환경수질오염, 심각한 교통증체, 기존상권의 위축, 침수의 위험 등을 넘어서는 중요한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바다는 그 자체가 아름다운 관광자원이다. 고현항은 도심에 있는 보기 드문 아름다운 항구이다. 고현항은 삶에 지친 많은 시민들, 특히 과밀화 되고, 숨 가쁘게 개발되고 있는 고현의 주민들에겐 중요한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세계 각국은 국민이 바다를 조망 할 수 있는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항구의 스카이라인을 만들어 일정높이 이상의 건물 건축을 규제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고현항은 이미 상업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기능을 상실한 항구를 20만평이나 매립해서 항만기능을 확대하고 항만시설을 재배치 한다는 게 납득 할 수 있는 목적인가?

우리나라를 막론하고,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대규모 바다 매립은 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기 드문 일이다.

예컨대, 부산의 북항이나, 신항처럼 폭증하는 항만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국가기간산업단지를 조성하거나, 일본의 고오베시처럼 풍부한 녹지대 조성이나, 항만의 국제기능 강화를 위해 매립한 경우이다.

삼성중공업 건설의 경우, 일정규모의 사원 숙소를 만들고 공원조성 등 휴식복지공간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발하려고 하였으나, 그럴 경우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어 개발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규모 항만 재개발은 민간사업자보다는 공영개발이 주를 이루는 것이다.

부강종합건설이 제시한 고현항재개발 계획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파트, 근린생활시설, 판매, 위락시설 등이 그 주를 이루고 있고, 공원·문화·교육시설 등의 공공시설지구가 들어있다고는 하나 그 구체적 내용을 지금 현재로선 알기 힘들어 구색 맞추기용이 아닌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2000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민간업체가 개발할 경우 그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어 이렇게 개발방향을 잡은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이럴 경우, 항만재개발의 목적과 수단이 전도 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시민의 이익을 위해 항만을 재개발하기 보다는 업체의 이익을 위해 항만을 재개발하게 되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 상가가 들어설 경우,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재래시장의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관광인구의 유입을 기대한다고 말 할 수 있으나, 아파트 구경한다고 관광하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거제의 경우 세계최고의 조선기술인력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한국에서 손꼽히는 부자도시이다. 그런데, 이에 걸맞는 문화·예술·휴식공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문화·예술·복지·교육 공간의 대대적 확충과 거제-일본간 해저터널, 중국과 거제간의 카페리 직항로 개설 등에 대비해 국제기능의 강화를 목적으로 한 고현항 재개발이라면 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태풍 루사 때의 고현지역 침수, 대규모 아파트·상가 지구의 탄생으로 인한 수질오염과 교통의 정체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금 사업자 지정을 위한 해양수산부와의 협상이 계속되고 있으나, 이 협상과정뿐만 아니라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도시관리계획의 수립 시 거제시민의 이익에 부합되는 개발이 반드시 이루어져야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사업을 중지하는 것이 거제시의 백년대계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점에서, 더 많은 거제시민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거제시와 사업제안자의 신중하고 지혜로운 추진을 기대해 본다.<기고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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