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조직인 주민자치위원회 위에 아무런 법적 근거 없는 연합회"…이상한 모양(?)

30일 ‘거제시 주민자치위원 연합회’ 창립총회를 갖는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전해졌다.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은 거제시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 시행규칙에 근거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 보다 더 높은 조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은 ‘거제시 주민자치위원 연합회’는 어디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일까? 이름도 혼돈스럽다. 주민자치위원'회' 연합회가 아니고 주민자치위원 연합회다.

‘제 일을 스스로 다스려 감‘의 자치(自治) 뜻과 ‘둘 이상의 것이 서로 합동함‘인 연합(聯合)은 상반된 의미를 다소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자치위원 연합회를 왜 만들까?‘

거제시 행정과 담당공무원은 이에 대해 “거제시 주민차치위원 연합회는 조례 등에 아무런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주민자치위원들이 스스로 만든 자생조직이다”고 했다. 법적인 근거도 없다. ‘각 면‧동에 주민자치위원이 있으니, 연합회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에 불과하다.

냉정하게 말하면 법적인 근거가 있는 주민자치위원회를 교묘하게 이용해 법적 근거도 없는 ‘옥상옥(屋上屋)’ 조직을 만드는 셈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경상남도 18개 지자체 중에서 주민자치위원 연합회 조직이 있는 곳은 5개 지자체, 28%에 불과하다. 18개 지자체 중 대다수 지자체는 주민자치위원 연합회를 두지 않고 있다.

주민자치위원 연합회는 창립총회도 하기 전에 회장, 부회장, 고문, 자문위원, 감사, 사무국장, 총무 등을 미리 선임해 홍보했다. 기업 활동에 바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고문에 포함시켰다. 조직 구성과 알리는 것은 자유다. 권민호 거제시장과 반대식 거제시의회 의장 등 지역의 모든 정치인들이 망라돼 있다.

하지만 권민호 거제시장과 거제시의원들의 주민자치위원 연합회 참여 절차와 참여 가능여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거제시‧거제시장, 거제시의회‧거제시의원 등은 연합회 참여 활동에 대해서는 ‘처신(處身)’을 신중히 해야 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조례에 근거했다. 하지만 ‘연합회’는 아무런 법적인 근거가 없다. 시민의 선출직 대표’인 거제시장과 거제시의원들은 연합회 참여에 시민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미 참여를 수락했기 때문에 고문‧자문위원으로 추대‧위촉됐다. 다른 선출직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선출직 공직자들이 모두 참여함으로 인해 연합회의 대표성에 시민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 참고(거제시주민자치위원연합회 조직도)
연합회는 조직도에 운영분과, 사회복지분과, 교육분과, 산업건설분과, 행사분과 등을 두었다. 이같은 분과를 두었다는 이야기는 ‘연합회’가 단순히 친목단체가 아닌 각 면‧동 주민자치위원회 보다 더 높고 힘있는 조직으로 활동하겠다는 뚜렷한 증거다.

춘천시에 이같은 폐해가 드러났다. 춘천시 주민자치위원 연합회는 춘천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춘천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했다는 이유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압력 단체로 ‘군림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사안이 있다. 면‧동 주민자치센터에 설치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은 공직선거법 제60조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에 해당된다. 정치 조직이 아니다. 순수자치 조직이다. 자치활동에 시민의 재산을 이용하고, 직‧간접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한다.

공직선거법에 주민자치위원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묶어놓은 것은 선거운동’에 대한 유혹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정치인들은 지역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고, 지역 주민 개개인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주민자치위원들을 1차적 포섭 대상으로 삼는다.

주민자치위원 스스로도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선기기간 중에 선거운동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선거운동을 위해 주민자치위원을 사퇴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구심이 든다.

주민자치 조직은 정치 조직이 아니다. 정치인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도 참여 의향을 물었을 때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당당히 밝혀야 한다. 그런데 지역의 정치인들은 여권 야권 무소속 할 것 없이 다 들어있다.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여당, 야당, 무소속 가릴 것 없이 모든 지역 정치인들이 다 들어가 있으니 ‘주민자치위원 연합회’는 25만 거제시민보다, 그리고 거제시보다 더 힘 있는 조직처럼 비춰진다.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편의 및 복리증진을 도모하고 주민자치기능을 강화하여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 개개인들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헌신‧봉사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주민자치위원 개개인은 존중받는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 연합회는 주민 자치(自治)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타치(他治)’ 조직처럼 느껴진다.

거제시민 의식에 무슨 큰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거제시는 최근 시민의식을 개혁하겠다며 시민의식 개혁운동본부 명칭 및 슬로건 공모에 나섰다. 운동본부도 곧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자치위원 연합회도 30일 창립총회를 갖는다.

최근의 ‘운동본부다. 연합회다’ 조직 결성 움직임이, 지난 22일 창립한 고현항 매립 반대대책위 ‘맞불’ 성격은 아닌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자치가 지향해야 방향은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옛말에 외밭에서 벗어진 신발을 다시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머리에 쓴 관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창립총회를 갖는 연합회가 ‘정치인의,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을 위한’ 조직이 안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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