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까지 맞물려 국가산단 추진 답보…거제 '백년대계'에 찬물 끼얹는 격

6일 아침 신문에 해양플랜트와 관련된 두 건의 기사를 접했다.

먼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5일 애버딘대학교 하동캠퍼스 유치 심의위원회를 열어 하동 갈사만 산업단지에 영국애버딘대 캠퍼스 조성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며 “애버딘대 하동캠퍼스는 해양플랜트 분야의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해 연구개발과 기술자립화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애버딘대 하동캠퍼스는 내년 하반기 개교를 목표로 설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교육부에 설립 승인 신청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보도됐다.

애버딘대학교 하동캠퍼스는 공학석사 과정과 MBA 석사과정, 공학박사 과정을 운영하는데 공학석사 100명, MBA 25명, 공학박사 20명 등 매년 145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며 학생교육과 별도로 매년 300명 정도의 산업체 재직자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다른 기사는 “농협은행 경남본부는 4일 국가산단 전담팀을 출범시켰다”는 내용이다. NH농협은행 경남영업본부에서 경남도의 미래 50년 전략 사업을 지원하고 진주‧사천 항공, 밀양 나노융합, 거제 해양플랜트 등 새 국가산단에 대한 종합 금융 지원을 담당할 TFT(Task Force Team‧추진위원회)가 출범시켰다. 국가산단에 대한 신속한 자금 지원과 경영 컨설팅 등을 위해 경남심사센터가 신설되고, 서부경남 기업 여신 지원 확대를 위해 기업금융센터도 추가로 설립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거제시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거제시장 불투명한 부동산‧주식 논란’이란 제목으로 보도된 신동아 3월호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및 형사고소 등 법적 대응을 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보도자료에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추진 등 거제 미래 100년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전 시민의 힘을 집중시키고 매진해 나가야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일부 개인 및 집단의 불합리한 이익을 위하여 언론 등을 이용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시민을 분열시키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쟁송(爭訟) 과정에서 권민호 거제시장의 주식 백지신탁 문제와 하청 덕곡일반산업단지 인허가 과정에 (주)진명 소유 부지 특혜 의혹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는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지루한 쟁송(爭訟) 파편이 전 시민의 힘으로 어렵게 얻어낸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개발’에 불통이 튀어 ‘국간산단 조성’이 시작도 못하고 좌초(坐礁)되지 않을까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사곡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
하청 덕곡일반산업단지 인허가 과정과 정부의 사곡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개발 확정 발표까지 일련의 과정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앞두고 (주)진명 소유 부지가 있는 하청 덕곡에서 사곡으로 국가산업단지 예정지를 변경하고, 하청 덕곡은 일반산업단지를 인허가받아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논리 비약이다.

차세대산업단지, 특화산업단지, 국가산단업단지 등의 용어가 등장하는 지난 몇 년간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문제점이 명확해진다. 거제시는 권민호 거제시장의 공약으로,. 2010년 11월 330만㎡ 규모의 ‘차세대 산업단지 입지 선정 및 기본계획 타당성 조사 용역’을 조달청에 발주했다. 거제시는 2012년 2월 3일 “차세대 산업단지 입지 및 타당성 조사용역 중간 보고를 통해 (주)진명 소유부지가 포함된 하청면 덕곡리 일원이 가장 적정한 입지인 것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거제시는 그 당시 (주)진명 소유부지가 포함된 하청 덕곡이 ‘차세대 산업단지 적정 입지’라는 입장은 밝혔지만, ‘하청 덕곡이 최종 입지’로 결론내리지 못했다. (주)진명 소유 부지가 차세대산업단지에 포함되자 또 다른 특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다.

권민호 시장은 2012년 3월 6일 인터뷰에서 (주)진명 소유 부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권 시장은 “땅이 있어서 시민들은 시장이 특혜를 받지 않느냐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의 공장은 차세대산업단지 안에서 빼고 가는 것이 시민들로부터 의혹의 눈초리를 해소하는 방법이 아닌가 고심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거제시는 차세대산업단지 입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차세대산업단지는 천마산, (주)진명, 광신기계 소유 부지를 사업부지에서 제외시켰다. 하청 덕곡․해안마을을 포함시켜 육지부 95만㎡(47.8%), 해면부 103만㎡(52.2%) 등 전체 면적 198만㎡로 한다고 2012년 중순 발표했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해양플랜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경남에 생산단지와 인력 양성 기관 설치가 필요하다”며 “거제에 해양플랜트 관련 기자재 생산단지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2013년 1월 22일 거제를 방문한 홍준표 도지사는 또 “2013년 1월 18일 대통령직 인수위를 방문해 ‘해양플랜트, 신재생 산업을 적극 지원해달라. 김천 거제 간 남부 내륙철도를 올해 착공해 달라. 저도 관리권을 거제로 넘겨달라’고 요청했다”고 거제 현안을 언급했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2013년 1월 28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곡은 100만평 이상의 대규모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앞으로 추가 확장이 쉬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차세대 산업단지 입지를 용역 1순위 지역인 하청면 덕곡만에서 사등면 사곡만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2013년 1월 28일 권민호 시장 기자회견 때 차세대산업단지 명칭이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명칭으로 변경돼 처음 거론됐다. 권 시장은 “차세대 산업단지를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로 변경해 추진할 경우 경제성 외에도 기존 산업단지와 연계성, 기반시설 인프라 및 확장성 등이 중점 검토대상이므로 국가산업단지인 삼성중공업과 연계할 경우 ‘사곡’ 입지가 유리하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2013년 4월 4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미래 창조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산업 입지 중점 지원’ 대상에 거제의 해양플랜트 산업을 포함시켰다. 거제의 해양플랜트 산업과 함께 밀양 나노산업, 사천 항공산업, 원주 의료산업 등이다. 이때 '지역특화산업단지'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모든 조건을 면밀히 검토해 국가산업단지, 도시첨단산업단지, 일반산업단지 중 한 유형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1년 6개월 여 시간을 끌다가 정부는 결국 지난해 12월 17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제6차 국토정책위원회를 열어 지역특화산업단지 개발방안 등을 발표했다. 정부는 “거제해양플랜트 특화 산업단지는 사업시행자로 민관(民官) SPC를 설립하여 추진하고, 2015년부터 '국가산업단지'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곡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는 LH공사가 주관하는 여타 국가산업단지와는 다르다. 사곡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은 민관SPC가 사업 주체이다. 민관SPC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국가산단 조성 ‘성공‧실패’가 달려 있다. 민관SPC를 조속히 구성한 후 산업단지 기본계획을 세워 정부에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신청해야 한다.

한편 사곡해양플랜트 국가산단 건설 투자자에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단독’ 응모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난 2월 선정됐다. 건설투자자 주관사인 현대산업개발이 거제시에서 저지른 과거 비리와 그 이후 입찰참가제한 경감 처분 등이 국가산단 추진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현대산업개발(50%)이 주관사이며, 대우건설(30%), 현대엔지니어링(10%), 창원 소재 중앙건설(10%)로 구성돼 있다. 지난 2월 5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이번달 5일까지 거제시와 협의하여 거제시, 실수요자 조합, 금융기관과 사업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협약 체결이 늦어지는 외형적 이유는 실수요자 조합인 강서산업단지(주)와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간에 ‘쟁점’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숨은 이유는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거제시민의 부정적 여론 때문에 거제시도 선뜻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준공 보증’ 등에 대한 핵심 쟁점이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결국 건설투자자 ‘재공모’ 절차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재공모 절차에 들어가면 또 다시 몇 개월의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지루한 쟁송, 건설투자자 재공모 등이 겹칠 경우 정부도 사곡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것은 뻔하다. 김한표 국회의원도 작금의 사태를 우려했다. 김 의원은 최근 “‘민관SPC 구성은 확실히 믿어도 좋다’고 정부를 설득해 어렵게 사곡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개발을 확정지었다"며 "지엽적이며 부차적인 문제로 산업단지 개발에 난항을 겪는다면 거제 백년대계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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