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희망복지재단 이사장, 최양희 시의원 발언 문제 삼아 '명예훼손죄' 고소

▲ 남해안 거제시희망복지재단 이사장과 최양희 시의원
남해안 거제희망복지재단 이사장이 27일 최양희 거제시의회 의원을 거제경찰서에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로 고소한 사실이 29일 밝혀져 ‘죄가 되느냐 안 되느냐’를 놓고 회자(膾炙)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통화자와 동의 없이 전화 통화 녹취, 시의원에게 전달, 시의원 의회 발언 후 언론 보도로 진행된 일련의 흐름에서 ‘유무죄 성립’ 여부다.

일련의 과정은 '남해안 이사장과 거제종합사회복지관 박 모 관장은 지난 3월 전화 통화를 했다. 박 모 전 관장은 남해안 이사장 동의를 받지 않고 전화 통화를 녹음했다. 최양희 시의원은 남해안 이사장과 박 모 전 관장이 통화한 내용을 넘겨받았다. 최양희 의원은 통화 내용 일부를 인용해 의회 단상에서 발언했다. 이 발언은 언론에 보도됐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남해안 이사장은 최양희 시의원이 지난 15일 거제시의회 175회 임시회 본회의 때 한 ‘5분 자유발언’ 내용을 문제삼았다.

최양희 시의원은 이날 ‘희망 없는 거제희망복지재단’ 제목으로 5분 자유발언을 하면서 “희망복지재단은 경영상의 이유로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 부설기관인 노인주간보호시설의 사회복지사를 해고시켰다”고 밝히면서 “재단 이사장이 위탁받은 시설의 직원 해고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거제희망복지재단은 올해 1월 1일부터 거제종합사회복지관과 옥포사회복지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또 거제희망복지재단은 ‘경영상의 이유’를 내세워 노인주간보호시설 ‘예다움’ 오 모 사회복지사를 지난 3월 16일부로 해고시켰다. 오 모 사회복지사는 매일 아침 거제시청 정문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최양희 의원의 주장은 ‘거제희망복지재단을 대표하고, 재단업무 전반에 지휘‧감독 권한을 가진 남해안 재단 이사장이 예다움 오 모 사회복지사의 해고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고 5분 자유발언에서 적시한 후 발언 원고를 지역 언론에 배포했다.

남해안 이사장은 29일 전화통화에서 “희망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사회복지사 해고 의안을 지난 2월 6일과 26일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사회 의장으로써 결정된 내용을 선포하는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했다”며 “최양희 의원이 희망복지재단을 방문해 회의록을 직접 확인했다. 그런데 최양희 시의원은 ‘이사장이 직원 해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식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시켜 고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양희 의원은 이에 대해 “5분 자유발언에서 ‘이사장이 직원 해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한 것은 남해안 이사장과 박 모 전 거제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사이 주고 받은 전화 통화 녹취록에 근거해 발언했다”고 밝혔다.

남해안 이사장은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박 모 전 관장이 지난 3월 전화가 와서 ‘박 모 전 관장이 지급 정지시킨 노인복지센터 예다움 운영비 통장을 풀어달라’는 등 가벼운 대화를 했다. ‘직원 해고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지 않았는데, 박 모 전 관장은 전화 통화 내용을 녹취해 최양희 시의원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 모 전 관장은 지난 3월 3일 예다움 노인복지센터 운영비 계좌를 지급정지시켜놓고, 29일까지 풀지 않고 있다. 1,582만원이다.

최양희 시의원은 “총무사회위원회 소속으로 거제종합사회복지관 운영에 당연히 관심을 가졌다. 박 모 전 관장을 만나 대화하는 중에 녹취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건네받았다”고 했다.

남해안 이사장이 경찰에 고소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녹취록 유포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남해안 이사장은 “사람이 서로 믿고 사람답게 살아야 하는데, 상대자 몰래 녹취해서 퍼뜨리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올해 2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나눈 대화 내용이 ‘녹음 파일’로 공개된 것과 유사한 사례에 해당된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일보 기자가 대화 내용을 녹음해, 야당 국회의원실에 건넸다. 야당 국회의원실은 KBS에 전달해, KBS가 보도했다.

녹음화일이 공개된 후 2월 11일 조선일보 양은경 법조전문기자(변호사)가 이 사건과 관련된 ‘법적인 문제’를 정리한 기사 보도가 있었다. 양은경 기자 기사를 남해안 이사장, 박 모 전 관장, 최양희 의원 등을 대입시켜, 적용해 보면 쉽게 ‘죄의 유무’를 추측해볼 수 있다.<아래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 기사전문> 

[Law & Life] 대화 몰래 녹음·유출… 동석(同席)자가 하면 합법, 3者라면 처벌

양은경 법조전문기자·변호사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 녹음 파일 공개 파문은 그 내용 못지않게 취재와 보도 과정도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일보 기자가 이 후보자 몰래 발언 내용을 녹음했고, 녹음 파일이 야당 국회의원실을 거쳐 KBS에 전달돼 한국일보가 아닌 KBS가 보도하게 된 것은 언론 윤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취재원 몰래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까.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14조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식사 자리에서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타인'이 아니기 때문에 동석했던 기자가 녹음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화를 몰래 녹음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합법이다. 통비법의 취지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의 청취나 녹음 행위를 막는 것이고 녹음 방법을 가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화에 얼마나 주도적으로 참여하느냐와 관계없이 그 자리에서 대화하고 있다면 합법이다.

대법원은 인터넷 방송을 위해 주로 승객들의 대화를 녹음하면서 간간이 질문을 던진 택시 기사 역시 '대화 참여자'로 보아 무죄 취지로 선고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일보 기자의 녹음 행위는 적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대화 참여자'가 아니라서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사례로는 2012년 대선 직전 한겨레 기자가 당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간의 대화를 녹음 보도한 것을 들 수 있다.

한겨레 기자는 최 이사장과 통화하며 녹음을 하고 있었는데 최 이사장이 미처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이 본부장과 대화를 했다. 해당 기자는 우연히 전화기로 대화 내용을 듣게 돼 이를 녹음해 보도했는데 통비법 위반으로 기소된 것이다. 법원은 기자가 대화 참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하고, 다만 유죄판결 중 가장 가벼운 처벌인 선고유예를 했다.

녹음이 합법적이라면 한국일보 기자가 녹음 파일을 야당 의원실에 넘겨준 행위도 합법일까. 통신비밀보호법은 대화 참여자라면 녹음이나 청취뿐 아니라 배포 등 이후 행위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적어도 이 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일보 기자에게도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소지는 있다. 명예훼손은 '공연(公然)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면 성립하는데, 우리 법원은 A가 B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을 C가 다른 사람에게 퍼뜨릴 가능성을 알고도 C에게 알렸다면 '공연성'을 인정한다.

이 사건은 이 후보자의 명예가 훼손됐다면 녹취물이 의원실에서 KBS로 넘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의원실 관계자가, KBS에서 보도한 행위에 대해서는 KBS 기자가 각각 명예훼손의 책임을 지게 될 수는 있다. 다만 KBS의 보도 행위는 사실로서 공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阻却)돼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또 명예훼손은 '반(反)의사 불벌죄'이기 때문에 이 후보자가 요구할 경우에만 관련자들을 처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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