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용역 최종 보고회 가져…검토 대상지 6곳 중 일운 '조선해양문화관 내' 부각시켜(?)

자기 거주 지역 주변에 쓰레기 처리장 등 기피․혐오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현상을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이라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자기 거주 지역 주변에 시설이 유치되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해, 유치에 적극 나서는 현상을 ‘임피((IMFY·in my front yard) 또는 핌비(PIMBY·play in my back yard) 현상’이라고 한다.

거제시가 시립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최근 ‘건립 타당성 용역’을 하고 있는 중에 거제시의원과 몇몇 지역 인사를 중심으로 ‘시립 박물관은 우리 지역에 와야 한다. 그 지역으로 가야 한다’는 식으로 유치 경쟁(?)을 벌이는 일이 벌어졌다.

또 지난 5월에 열린 타당성 용역 중간보고서, 지난 13일 열린 타당성 용역 최종 보고서 어디에도 ‘어느 지역이 시립박물관 건립 후보지로 점수가 가장 높게 나왔다’는 내용이 없는데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어느 지역이 점수가 가장 높게 나왔다’는 결론을 내리는 우를 범했다.

13일 최종 용역 보고회 후, 손삼석 시 문화공보과장은 “시립 박물관은 건립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건립 입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 박물관 건립 입지는 용역보고서를 면밀히 분석한 후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다”고 했다.

거제시가 구상하고 있는 시립박물관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3000㎡ 크기며, 수장고, 전시실, 교육실, 관람 편의시설, 수장고 등의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시립박물관 건립 예산은 부지 매입비를 제외하고 100억원(국비 40%, 도비 20%, 시비 40%)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다수 시민들은 거제 역사의 과거․현재․미래가 오롯이 담겨 있는 ‘시립 박물관’ 건립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거기다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도 거제 역사를 잘 보존·관리한 거제박물관(관장 황수원)의 각종 유물 3,500점을 이제는 거제시가 나서 관리할 시대도 됐다는 여론이다. 마침 거제박물관이 보존·관리하고 있는 유물을 시립박물관이 지어지면 ‘기부채납’하겠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

13일 최종 보고회서 ‘시립박물관 건립 타당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보고회 때도 박물관은 경제적 타당성은 부족하지만 정책적 타당성으로 건립에 무게를 두는 결론을 내렸다. 용역보고서에도 박물관 건립 필요성에 대해 “경제적 분석에서 사업성이 다소 부족해도 주민들의 교육 및 문화예술 향유 기회, 삶의 질 개선, 지역 정체성 확립 등 비계량적인 효과가 크다”고 했다.

용역 중간보고서에는 건립 예정지를 고현동 유람선 선착장 인근, 일운면 조선해양문화관 인근, 옥포대첩 기념공원 내, 사등성 주변, 둔덕기성 인근, 거제면 옥산성지 인근 6곳을 놓고 장․단점을 비교·검토했다.

대상지 비교․검토는 접근성, 일정 반경 내의 수요층 밀집성 등 수요극대성, 부지확보 조건 등의 현실성, 다른 문화 시설에 대한 인접성 등 주변환경 등 4개 항목으로 나눠 분석했다. 평가는 10개 항목으로 나눠 항목별로 매우 좋음(◎), 좋음(○), 보통(△), 보통 이하(×)로 표시했으며, 점수화시킨 것은 없다.

최종 보고서에는 검토된 지역이 6개로 중간보고서 때와는 숫자는 같으나 약간의 변화가 있다. 중간보고서에는 조선해양문화관 ‘인근’이 최종보고서에는 조선해양문화관 ‘부지’로 변경됐다. 중간보고서에는 돌고래 체험장인 ‘거제씨월드’와 붙은 북쪽 지역 8007㎡를 검토 대상지로 삼았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에는 기존 조선해양문화관과 거제어촌민속전시관 사이 7580㎡를 건립 후보지로 검토했다.

또 고현동 유람선 선착장 인근은 최종보고서에는 빠지고, 대신에 사등면 가조도 수협효시공원 건립예정지 인근이 추가됐다. 어떤 연유인지 최종보고서에는 중간보고서에 나타나 있는 각 건립 후보지별 10개 항목 평가 매우 좋음(◎), 좋음(○), 보통(△), 보통 이하(×)는 사라졌다. 단지 각 후보지별 장점·단점만 열거해놓았다.

최종 보고서에 조선해양문화관 부지 외 다섯 곳은 위치도, 소재지·지목·면적·공시지가·지역지구 등 지정여부·건폐율·용적률 등 입지 기본 조사와 장점·단점 분석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조선해양문화관 부지는 위치도, 입지 기본 조사 자료, 장점, 단점 분석 외에도 ‘시립박물관 건물이 들어설 경우 기존 전체 부지 면적 내에서 용적률·건폐율을 충족하느냐, 주차장 면적은 부족함이 없느냐’ 등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까지 보고서에 담겨 있다.

최종 보고서 내용은 권민호 거제시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9일 중간보고회 때 권민호 시장은 “시립박물관은 공약사업이기도 하지만, 부족한 거제시의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민의 질 향상을 위해 빠른 시일 내 시행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관광객 및 시민의 관람이 유리한 조선해양문화관 인근 지역 건립이 현실성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보고서에는 “기존 조선해양문화관 부지 내 시립박물관을 신축 건립할 경우 조선해양문화관과 거제어촌민속전시관을 통합 운영할 수 있다”며 “통합 운영을 통한 기존 거제시 공립 박물관의 적자재정으로 인한 시 재정 부담률 감소 및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혀놓았다.

최종보고회 때 위원으로 참석한 한 인사는 “중간보고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원주역사박물관, 양산시립박물관, 경산시립박물관, 충주박물관의 하루 평균 관람 인원이 286명에 불과하다”며 “시립박물관은 관광객을 위한 박물관이 아니라 거제시민을 위한 박물관이 돼야 한다. 박물관을 통해 거제시민의 역사의식 고양과 자긍심을 고취하고, 미래 세대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고 주문했다.

▲ 조선해양문화관 부지 안에 시립박물관 건립 입지 분석 자료<최종용역보고서 참조>
권민호 시장은 최종용역보고회서 “시립박물관 건립은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 아니다”며 “거제의 문화수준을 높이고 지역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으로 봐야한다. 임기 내 사업을 진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시립박물관 건립은 충분히 고민하고 신중해야하는 사업이겠지만, 시민들과 약속한 공약인 만큼 임기 내 사업을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용역 최종보고회에는 권민호 시장을 비롯해 이형철 거제시의회 총무사회위원장, 임수환 의회운영위원장, 김운항 거제예총 지회장, 황수원 거제박물관장, 유천업 해금강테마박물관장, 김덕수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상임이사, 원동주 거제문화원 부원장, 21세기산업 연구소 관계자 및 관련 공무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 용역보고회 사진(거제시 제공)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