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지리산·통영·밀양·사천 등 '케이블카 춘추전국시대'…'착공이 곧 성공보장', 큰 오산

▲ 거제 학동케이블카 하부 승강장 조감도
▲ 지난달 31일, 거제 학동케이블카 착공식
지난달 31일 거제시‧거제관광개발(주)는 ‘거제 케이블카 시대’를 열는 거제 학동케이블카 착공식을 가졌다.

‘거제 학동케이블카’는 노선 길이는 동부면 학동고개서 출발해 노자산 전망대까지 1.93km다. 사업비는 420억원이 투입된다. 곤돌라 8인승 52대가 운행예정이다.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2017년 3월 준공예정이다.

거제시는 “연간 100만 명이상의 이용객이 거제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거제시 한 해 1,000만 관광객 유치에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연간 2,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케이블카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돼 2017년에 완공하더라도 거제시 기대만큼 관광객을 유치하고, 경쟁력을 가진 ‘거제 관광’의 효자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거가대교는 오랜 기간에 걸쳐 건설됐다. 하지만 황금 준비 시기를 놓쳤다. 거가대교 개통 후 거제 관광에 미칠 영향‧대응책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하지 않았다. 2011년 초 거가대교 개통 특수로 반짝하다가 시들해졌다.

얼핏 생각해봐도 케이블카의 수려한 경관과 조망, 우수하고 안전한 시설, 최고 서비스 수준, 홍보, 접근성 용이, 각종 편의시설 등 기타 인프라 등이 조화롭게 어우려지고, 차별성을 가질 때 ‘성공시대’를 열 수 있다. 또 케이블카 탑승 후 외도‧학동‧바람의 언덕‧해금강‧지심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등 여타 관광지 이용으로 이어져야 거제 관광 효자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내외적 조건은 녹록치 않다. 먼저 외적인 환경을 살펴보자. 전국에 관광용 케이블카는 21곳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 대다수 케이블카는 적자 운영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경남지역서는 2008년 4월 18일 운행을 시작한 통영 케이블카는 그나마 수익을 올리고 있다. 7년 동안 탑승객은 900여만 명에 이르며,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 646억원, 영업이익 221억원, 당기 순이익 177억원 수준이다.

2012년 9월 개통한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는 개장 초기, 하루 평균 탑승객이 2천10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불법 건축물과 산림 훼손으로 개통 후 2개월 만에 운행 중단 사태, 8~10인 승의 ‘삭도(索道)’가 아닌 50명 탑승인원의 케이블카 운행으로 대기시간 증대 등으로 이용객이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는 하루 평균 탑승객이 700명으로 3분의 1로 곤두박질쳤다.

또 케이블카는 특이한 관광 상품이 아니라 전국 어디에도 있는 ‘케이블카 관광 대중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최근 강원도 양양군이 제출한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산청군과 함양군이 경남개발공사와 함께 추진하는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경남도만 해도 사천시 바다케이블카, 창원시 구산면 일대 해상케이블카, 하동군 금남면 금오산 케이블카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 경남 케이블카 건설 추진 현황
사천 케이블카는 올해 말 착공예정이며, 하동군은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다. 남해군도 이에 뒤질세라 상주면 금산∼상주해수욕장 구간 케이블카를 구상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야말로 몇 년 뒤면 ‘전국 케이블카 춘추전국시대’를 맞을 것이다.

내적인 환경 중 접근성도 썩 좋지 않다. 학동케이블카 탑승을 위해 접근하는 도로는 크게 세 갈래다. 거제면~동부면~연담삼거리~탑승장, 상문동~구천댐~구천삼거리~연담삼거리~탑승장, 장승포~일운면~동부면 학동~학동고개~탑승장, 이 밖에도 일운면 망치고개~구천삼거리~연담삼거리~탑승장, 동부면 우회도로~동부면 부춘~평지마을 삼거리~탑승장 접근이다.

▲ 동부면 학동 고개지점에 있는 케이블카 탑승장까지 접근하는 여러 도로 노선이 있으나,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 접근로마다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탑승장 접근도로는 하나같이 문제점을 안고 있다. 거제면에서 접근하는 도로는 동부면 면소재지가 있는 산양마을을 통과해야 한다. 상문동에서 접근하는 도로는 구천댐으로 인해 굴곡이 심하고, 구천삼거리 교통 흐름이 원활치 않다. 학동에서 접근하는 도로는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학동을 통과해야 한다.

거제시는 학동케이블카 접근 및 탑승 후 거제 지역 기타 관광지 이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처에 나서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부 산양 우회도로는 실시설계가 완료됐지만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다. 연담삼거리서 탑승장까지 지방도 1018호선을 3차선으로 확장하기 위해 거제시가 실시설계를 하고 있으나 건설비는 경남도 예산으로 확보해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농어촌도로인 동부우회도로는 보상 중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국도 14호선 동부 학동 우회도로 건설은 사업을 정부 부처에 건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탑승장서 학동까지 연결되는 학동고개 노선을 확장하는 것도 시급하다. 거제시는 3차선 확장을 경남도에 비공식적으로 건의를 하고 있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설상 케이블카에 접근하는 도로가 완벽하게 정비되더라도 케이블카를 이용한 탑승객이 이용할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통영 서호시장처럼 대형회센타 등도 인접 지역에는 없는 실정이다. 국립공원에서 해제돼 개발계획을 세우고 있는 학동 2지구, 구조라 유람선 선착장 인근 국유지 등에 케이블카 탑승객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해산물 먹거리센터 건립 등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금은 가을 수확철이다. 봄에 심은 벼도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내기만 해놓으면 벼가 스스로 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은 농부의 숨은 노력이 베여 있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듣고 자란다’는 옛말이 있다. 준비하고 정성을 들일 때만이라야 ‘가을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케이블카 착공식은 단지 모내기 한 것에 불과하다. 거제 관광을 배부르게 하는 ‘황금벼’가 되기 위한 출발선에 선 것에 불과하다. 착공했으니 ‘응당’ 성공할 것이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학동 케이블카가 ‘가을 수확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서는 완공 때까지 2년 정도 남은 기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저그만한 거제 학동케이블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거제관광개발(주), 거제시,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관광 업계 관계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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