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측 거제(A안) 유력… 총 209㎞로 세계 최장, 규슈 사가현 가라쓰시 시발점

30년 가까이 논의만 이어져온 한·일 해저터널 건설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한·일 양국 해저터널 연구모임인 한국 측의 한·일 터널연구회(공동대표 서의택ㆍ이용흠)와 일본 측 일·한터널연구회(대표 노자와 다이조)는 지난해 1월 8일 구체적인 건설 플랜을 짜기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6일 거제에서도 시민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해 시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거제시발전연합회(회장 류문학)와 세계평화연합(UPF) 거제시지부(지부장 임효일)는 공동주관으로  26일 오후 2시 거제청소년수련관에서 28년 동안 일ㆍ한 터널연구를 해오고 있는 후지하시겐시(일ㆍ한터널연구회)공동대표와 김차웅(사단법인 한일해저터널 연구회)이사를 초청 거제시민을 대상으로 ‘한일해저터널논의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28년 전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처음 제안한 문선명 총재가 이끄는 통일교도 최근 산하 평화통일재단에 ‘한·일 터널 추진위원회’라는 민간조직을 만들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조직에는 전직 장관을 포함해 12명의 저명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한·일 터널 추진위원회 허문도 전 위원장은 “미국 발 경제위기로 인해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이 해저터널을 뚫어 경제 통합을 가속화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해저터널이 뚫리면 한·일 양국을 축으로 한 동북아 역내 경제통합의 가속화는 물론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도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 거제(A안) 유력… 총 209㎞로 세계 최장
일본 측 시발점, 규슈 사가현 가라쓰시 확정적

한·일해저터널의 노선은 3가지로 A안은 카라츠~이키~쓰시마(下島~上島)~거제도, B안은 카라츠~이키~쓰시마(下島)~거제도, C안은 카라츠~이키~쓰시마(下島~上島)~부산이며, 초기에는 B안을 선호하였으나 최근에는 A안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한·일 해저터널 예상노선표
아직 검토 중이지만 일본 측 시발점은 일본 규슈 서북부의 사가현(佐賀縣) 가라쓰시(唐津市·인구 13만명)가 거의 확정적이다. 바다 건너 한국과 연결하기에 가장 적합한 지형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라쓰시의 진세이초(鎭西町) 나고야(名護屋)성 터에는 1986년 지질조사를 위해 500m가량 바다 밑으로 파고 들어간 ‘한·일해저터널 나고야 사갱(斜坑)’이 있고, 현재도 지질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한·일터널 추진위원회에서도 지난해 말 국내 한 건설업체의 해저터널 기술요원들과 함께 가라쓰 사갱을 답사하고 왔다.

쓰시마(對馬島)를 향해 북쪽으로 튀어나온 가라쓰시는 해저터널의 중간 기착지가 될 이키섬(壹岐島)과는 불과 42㎞ 거리에 있다. 때문에 가라쓰와 이키섬 구간은 해저터널에 비해 공사비가 3분의 1밖에 들지않는 해상교량으로 잇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가라쓰와 이키섬 사이에는 가베시마(加部島·육지와 500m), 가카라시마(加唐島·육지와 7.5㎞) 등 작은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이어져 있어 교량건설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가라쓰에서 가베시마까지는 이미 요부코(呼子)대교라는 연륙교가 연결된 상태다.

한국 측 시발점은 거제도(경남 거제시)가 유력하다. 일본 측에서도 기술적 이유로 쓰시마에서 거제로 향하는 해저터널 노선을 최적으로 보고 있다. 부산으로 직행하는 노선의 경우 해저 단층대를 지나야 하고 최대 수심도 거제구간에 비해 70m가량 깊기 때문이다.

다만 해저터널이 거제도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여객터미널과 화물 환적장 등은 부산 강서구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거제도에는 이들 시설이 들어설 부지가 협소한 반면 부산 강서구에는 올 1월 해제된 그린벨트 33㎢를 포함한 부지가 있다. 가라쓰와 거제를 이을 경우 해저터널의 총 연장은 209㎞(해저 구간 145㎞)로 세계 최장 해저터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과들과 학자들은 거제에서도 여객터미널과 환적장 부지를 접근성이 좋은 곳에다 매립 등으로 인한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이번 설명회에서 밝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일해 저터널은 거가대교(부산~거제, 8.2㎞)와도 이어질 예정이다. 거제 장목면과 부산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는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때문에 한·일 해저터널의 실질적인 시발점은 부산 가덕도(부산 강서구 천가동)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권 신공항 부지로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부산 가덕도는 해저터널이 놓일 경우 육(한·일해저터널)·해(부산신항)·공(동남권 신공항) 물류가 한데 모이는 동북아 최대의 허브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본은 줄곧 적극적… 규슈지역선 추진연맹까지 발족
한국도 긍정적… 대통령실장 “예비타당성 조사 용의”

당초 한국 정부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이 강했다. 전두환 정부 때만 해도 특정 종교단체와 민간에서만 거론되는 얘기로 취급했다. 전두환 정부에서 통일원 장관을 역임한 허문도 한·일 터널 추진위원장은 “5공 때는 민간에서 거론되는 한·일 해저터널에는 관심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정부의 입장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1990년 5월 노태우 대통령이 한·일 해저터널의 필요성을 최초로 언급한 이후 김대중(1999년 9월), 노무현(2003년 2월) 대통령도 해저터널에 관해 긍정적 의사를 표명했었다.

현 이명박 정부 역시 해저터널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서 해저터널 타당성 여부를 묻는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경남 김해갑)의 질문에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한·일해저터널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할 용의가 있고,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일본 정부는 줄곧 적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00년 모리 요시로(森喜郞) 당시 일본 총리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방한한 자리에서 한·일해저터널 건설을 공식 제의한 바도 있다.

또 2003년 일본 자민당은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100년 동안 이뤄야 할 3대 국가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로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는 규슈 지역 중의원들이 한·일 해저터널을 추진하기 위한 초당파 의원연맹을 발족하기도 했다.

특히 공명당(公明黨)과 함께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자민당의 경우 전통적으로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경제성장 정책을 줄곧 펴왔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한·일 해저터널이 득이 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발전연구원 송기욱 박사팀은 “경남도가 이해당사자 간 정보교환 및 상호교류를 확대하는 등 해저터널 추진상황 및 여건 등을 주시, 한일 해저터널 건설의 객관적 판단이 요구 된다”고 지적하고 “해저터널의 적지로 일본 측이 거제도와의 연결이 최적이란 판단인 만큼 경남의 입장에서 교통, 물류, 경제적 측면 등을 고려한 연구가 수행돼야 한다”고 덧붙이고 “경남도는 민ㆍ관ㆍ산ㆍ학ㆍ연이 TF팀을 구성, 한일해저터널 관련 공동연구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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