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2일 지방선거 목표로 '주류 되찾기' 대장정에 나설 때이다

▲ 김철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20여일이 지났다. 자발적인 500만명의 추모 인파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기고 간 '서민정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학교수 종교계 등에서는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고,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사회당 5개 야당과 500여개 시민사회노동단체, 4대종단(불교·천주교·기독교·원불교) 등이 6·10민주화운동 22돌을 맞아 단일 대오로 전열을 정비하고 '6월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대회'로 결집시켰다.

거제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기간 동안 2만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분향소를 찾아 가슴 속에 잠재돼 있는 '민주주의 의식'에 불을 지폈다.

힘없는 민초(民草)나 다름없는 서민들은 세상 풍파가 거셀 때는 몸을 낮추고 엎드려 숨죽여 살아야 한다. 하지만 힘없는 서민들은 '죽지않고' 다시 꼿꼿하게 일어서서 역사의 주체로 우뚝 설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노무현 서거의 역사적 사실(史實)'이 여실히 증명했다.

이제 남은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역사적 사실(史實)'을 통해 역사적 교훈을 어떻게 가슴 속에 새기고, 거제 역사의 대장정에 어떻게 나설 것인가를 논의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동지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문 전 실장은 "노 대통령을 비주류의 정치인이라고들 표현하는데, 사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주류는 수적 다수로 봐도 서민들이고 지방사람들이다. 그동안 질서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사람들이 진정한 주류 아니냐. 그럼에도 소수의 특권적 사람들이 주류 행세를 하면서 진짜 주류 행세를 할 사람들이 소외되고 배제되어 왔다"고 했다.

문 전 실장은 덧붙여 "진정한 주류한테 주류 몫을 돌려주려고 노력한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싶다. 어떤 부분은 성취를 이루고 어떤 부분은 좌절하기도 했지만, 노 대통령이 그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만은 분명히 심었다. (그런 과제를) 앞으로 다른 정치 세력이 언젠가 이뤄야 한다는 당위성을 분명히 제시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면 되겠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주류는 서민이고 지방사람들이다'는 문 전 실장의 관점(paradigm)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거제시의 역사적 주류 세력은 농민·어민·노동자·회사원·양심적지식인등이며 시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문 전 실장의 표현처럼 "주류 행세를 하는 소수의 특권적 시민은" 그 수가 거제 시민 전체의 극소수에 불과하다. 1945년 해방 전후, 48년 좌우익 사상대립, 6·25전쟁을 거치면서 거제의 민족주의 항일독립 운동세력의 역사적 정통성이 단절된 후 60년 가까이 '비주류'가 '주류'처럼 거제를 지배했다.

이제는 '거제의 주류 되찾기' 대장정에 모두가 나설 때이다. 잃어버린 주류를 되찾는 방법은 흔히 '혁명'을 통해서 이루어졌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류 되찾기'의 지난한 과정 중 한 방법은 선거를 통해서이다.

그런 점에서 내년 6월 2일 실시되는 지방선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마침 내년 지방선거 한 가운데, 5월 23일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맞이한다. 내년 1주기 때 '노무현 정신'이 얼마만한 크기로 다시 되살아날 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결코 만만치 않을 '노무현 정신'이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거제의 진보세력은 정파적 이익을 버리고 대동단결하여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여 내년 6월 2일 저녁, 거제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의 선거에서 '승리의 만세'를 불러야 한다.

여기서 잠시 '노무현 정신'이 무엇인 지 잠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하방연대(下方連帶)'의 넓은 바다를 선택했다. 바다는 모든 물을 받아들여 그 큼을 이룬다는 평범한 진리를 몸소 실천했다. 바다가 모든 물의 으뜸이 될 수 있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처중인지소오(處衆人之所惡),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곳, 비천한 곳, 소외된 곳, 억압받는 곳에 서 있었다.

거제의 진보진영도 많은 세력을 한 곳으로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대해(大海)' 같은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해야 한다. 해불양수 능성기대(海不讓水 能成其大), 바다는 모든 물을 받아들여 그 큼을 이룬다는 평범한 진리만 몸소 실천하면 큰 세력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멸찬 싸움을 위해 '진지(陣地)'를 구축했다. 서울이 아닌 고향 봉하마을과 인터넷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을 진지로 삼았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 연대의 바다, 희망의 바다, 미래의 바다, 꿈의 바다를 향해 끝없이 항해할 수 있는 '진지 중의 진지'이다. 거제의 진보진영도 견고한 진지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묵자의 겸애(兼愛)편에 "천하가 두루 평등하게 서로 사랑하면 다스려지고 서로 차별하고 미워하면 어지러운 것이다."(天下兼相愛則治 交相惡則亂)를 몸소 실천했다.

모든 일에는 역사적 정통성을 가져야 한다. 거제의 진보진영은 거제의 역사적 정통성에 '현재의 진보진영세력'을 접목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제 역사의 본류의 나무가 어디에 있는 지 먼저 찾아야 한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12월 '한국 전쟁 전후 거제서 민간인 집단 학살이 있었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령사업을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그 때 희생된 1천여명의 민간인들은 좌익, 보도연맹 등의 굴레가 씌워져 희생당했지만,  '거제의 양심세력'이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거제의 진보진영이 먼저 나서 위령사업을 펼치고, 위령사업을 통해 거제 역사적 정통성을 오늘에 되살리고 맥을 이어야 한다.

'하방연대'와 조직의 과학적 실천방법 7가지는 노자의 도덕경에 잘 밝혀져 있다. '거선지(居善地)', 현실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다수 대중들과 정치적 목표를 일관되게 공유하는 철저한 대중노선을 견지해야 한다. '심선연(心善淵)', 마음은 사사로운 이기심을 경계하고, 자기 자신을 비워야 한다.

'여선인(與善仁)', 서로간의 인간관계는 동지적 애정으로 결속해야 한다. '언선신(言善信)', 말과 주장은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정선치(正善治)',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방법이 민주적이며 합리적이어야 한다. '사선능(事善能)', 일 처리는 전문성과 완벽성을 갖추어야 한다. '동선시(動善時)', 주체적 역량과 객관적 조건이 성숙되었을 때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움직여야 한다.

묵자의 겸애편에 나오는 아래의 글귀는 2,500년 역사를 건너뛰어 지금도 생생히 살아있는 명언이다.

'평등하게 아우르는 길만이 바른 길이다.
이로써 귀 밝은 장님과 눈 밝은 귀머거리가 협동하면
장님도 볼 수 있고 귀머거리도 들을 수 있으며
팔 없는 사람과 다리 없는 사람이 서로 협동하면
모두 동작을 온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거제의 진보 진영은 거제 선조들의 역사를 올곧게 이어받고, 미래 세대에게 희망찬 거제를 물려주기 위한 막중한 출발점에 이제 섰다. 거대한 용틀임을 거제 역사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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