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몸에 좋다”는 옛말이 있다.
오늘 지적하는 문제가 당장은 ‘쓴 약’처럼 느껴질 것이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의회와 집행부가 함께 노력한다면 21만 시민과 거제시의 발전을 위해 ‘좋은 약’이 될 것이다.

본 의원은 문화재 보존 매뉴얼 구축과 상시 점검 시스템 마련에 대하여 5분 발언을 하고자 한다.

지난 2월 11일 발생한 국보 1호 숭례문 화재사건은 온 국민을 참담하게 만들었다. 끝내 화마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숭례문의 모습을 보며 국민들의 마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숭례문은 단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축조된지 6백년된 목조건물만은 아니었다.
숭례문 주변 상인들은 처참하게 불타버린 화재현장을 바라보며 ‘부모를 잃은 심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거제시에도 국가문화재 6개소와 도지정문화재 37개소 등 총43개소의 문화재가 있다. 그 중 거제현 관아, 학동 진석중 가옥, 장목진객사, 거제향교, 장흥사 지장보살시왕탱, 세진암 목조여래삼존불좌상 등 6개소는 화재에 쉽게 노출될 위험이 있는 목조문화재이다.

이들 문화재는 문화시민의 자긍심이자 우리가 보존하고 후손에 길이 물려줘야 될 유산이다.

그러나 지금 거제시의 문화재 관리는 어떠한가?

지난 3년간 거제시가 문화재 보호와 관련하여 지출한 예산 20억4천260만원 중 화재 및 도난 방지를 위해 지출한 예산은 거제향교 소화전 설치에 따른 급수공사 102만원, 문화재 도난방지 시스템 설치 1천7만원 등 총 1천11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소화전과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거제향교를 제외하고는 비치되어 있는 몇 개의 소화기가 문화재 재난 방재시설의 전부이며 도난 방지시설은 전무한 형편이다.

소화전이 설치되어 있는 거제향교의 경우에도 11동의 건물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수준이다. 게다가 거제시의 목조문화재에 비치되어 있는 소화기는 분말소화기다.

현재 소화기 중 CO2 소화기가 목조건축물에 가장 피해가 적으나 분말소화기에 비해 3배 비싼 것으로 알려져 예산절감을 위해 값싼 분말소화기를 사용함으로써 문화재 2차 훼손의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창경궁 문정전 화재의 경우 신속한 초기 진압으로 큰 문화재 손실은 막을 수 있었으나, 이때 사용한 분말소화기의 분사물이 목조 벽면에 붙어 이를 떼어내기 위해 벽면을 밀어내는 등 2차 훼손이 발생한 바 있다.

분말소화기가 다른 소화기에 비해 가격 면에서 싼 것은 사실이지만, 문화재가 훼손되면 그로 인해 손실되는 것은 가격으로 따질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목조문화재에 비치되어 있는 분말소화기를 청정소화기로 대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재 관련 범죄는 문화재 사범의 검거와 문화재의 회수가 어렵다는 점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도난당하기 전에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거제향교의 내삼문 화반 2점이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거제시의 문화재 43개소 중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거제향교 단 1곳에 불과하다.

따라서 보다 많은 문화재에 소화전, CCTV 등 재난방지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설치 예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CCTV의 경우 향후 시설설치 후 유지보수 및 사용자 교육을 위하여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필요하며, 사용자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장비운영비에 대한 지원 또한 필요하다.

문화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도굴, 훼손,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나 거제시에는 문화재의 도굴 훼손 화재발생시 대처할 매뉴얼 하나 책자로 제작된 것이 없다.

각 문화재 별로 마을의 이장과 통장 등이 ‘문화재 지킴이’로 위촉받아 명목상 관리는 하고 있으나 이들이 명예직이고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어서 실질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 의원은 거제시 관내 국가 지방 문화재의 훼손 및 도난 그리고 화재방지를 위한 매뉴얼 구축과 상시점검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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