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부산시와 협의 '미적미적'…"시·정치권·시민단체·양대조선노조 힘으로 관철시켜야"

12일 아침 출근길에 거제~부산 간 시내직행좌석버스 거제쪽 종점인 연초면 임전마을 맑은샘병원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겨울비가 세찬 바람과 함께 어깨를 움추려들게 했다. 부산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2명의 승객은 ‘버스가 빨리 오지않나’ E-편한세상 아파트 입구에 정차해 있는 시내직행버스에 눈짓을 연거푸 보냈다.

▲ 거제~부산 간 시내직행버스 거제쪽 종점 정류장
이곳은 거제 시내버스 정류장과 거제~부산 간 직행버스 정류장을 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거제 시내버스 정류장은 바람이나 비를 피할 수 있는 ‘칸막이형’ 정류장이다. 하지만 이곳만은 ‘개방형’ 정류장으로 바람이나 비를 피할 수 없는 구조였다. ‘힘없고 차 없는’ 서민들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야 한다.

지난 2014년 1월 22일 개통한 거제~부산 간 시내직행버스가 2년을 넘기고 있다. 전체 왕복운행거리는 110㎞로, 부산 버스업체 5대, 거제 버스업체 5대 등 모두 10대의 차량이 대당 4회씩 40회 운행하고 있다. 종점 불편, 단일노선 등의 아직까지 흑자로 전환하지 못하고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거제쪽에는 두 운수회사가 시내버스 5대를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한 회사당 815만원의 적자를 냈다. 두 회사의 지난해 12월 적자 는 1630만원이다.  

하지만, 시민의 오랜 바람이고, 흑자 전환 토대가 될 ‘노선 분리’와 ‘종점 연장’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선 분리는 현재의 단일 노선을 장승포 방향, 고현 방향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종점 연장은 고현 방향 종점을 기존의 고현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연장하는 것이다.

시내직행버스가 개통된 후 지난 2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먼저 ‘거제~부산 간 시내직행버스’ 운행에 대한 법적인 당위성 확보였다.

시외버스 업체인 경원여객자동차(주), 대한여객자동차(주), 신흥여객자동차(주) 등 3곳은 2014년 2월 4일 부산시장를 상대로 ‘시외버스 노선에 시내버스 운행은 무효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2심을 거쳐,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24일 '부산∼거제 간 시내버스 인가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부산시가 최종적으로 승소했다. ‘부산과 거제를 연결하는 시내직행버스 노선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다. 이로써 부산∼거제 간 광역 시내버스 노선의 인가와 운행 등 절차가 제도적,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대한여객과 신흥여객은 두 시외버스 업체는 부산시 상대 소송과는 별도로 2014년 9월 29일 거제시장을 상대로 똑같은 거제~부산 시내직행버스 인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창원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지난해 10월 6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거제시가 승소했다. 시외버스 업체는 이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항소, 현재 항소심리가 진행 중이다.

거제시는 지난해 1월 30일 고현‧장승포 노선 분리 및 종점 연장과 관련해 부산광역시와 협의가 완료하고, 지난해 2월 3일 경남도에 협의를 요청했다.

경남도에 협의를 요청한 이유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때문이다. 시행규칙에는 ‘노선이 둘 이상의 시·도에 걸치는 경우 노선의 신설 또는 변경이나 노선과 관련되는 사업계획 변경의 인가·등록 또는 사업개선명령을 하려면 관계 시·도지사와 미리 협의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부산광역시와 협의권한을 가진 경상남도는 거제시가 지난해 2월 3일 협의를 요청했지만, 1년 넘게 미적거리고 있다. 그 당시 경상남도 교통정책과 담당공무원은 “시외버스 업체와 거제시 소송 1심 판결 결과를 보고 협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1심 판결은 지난해 10월 결론이 났다. 시외버스 업체들이 부산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까지 갔지만 패소했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거제시도 승소할 것이다. 경남도가 부산시와 협의를 미적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외버스 허가권을 쥐고 있는 경상남도가 시외버스편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올해 들어 2월 초 경상남도에 지난해 2월 보냈던 ‘협의 요청’ 공문을 다시 보냈다. 경남도 교통정책과 담당공무원은 최근 본사와 통화에서 “시외버스 업체 2개사가 제기한 소송은 고등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거제서 올라온 ‘협의 재요청’ 공문은 보완요청을 해놓은 상태다”고 미적거리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거제시가 지역구인 세 명의 도의원이 지난해부터 경남도 도시교통국장에게 ‘거제~부산 간 시내직행버스’ 노선분리 및 종점연장을 집요하게 요청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정치적 발언 외에는 상급자 눈치보기에 급급했는지 진척이 없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총애(寵愛‧?)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해룡 거제시 부시장이 올해 1월 14일 부임했다. 강 부시장 동년배의 다른 공무원들은 공로연수‧명예퇴직으로 일선에서 물러난반면, 강해룡 부시장은 거제시와 인연의 끈을 더 연장했다. 힘있는(?) 강해룡 거제부시장에게 힘없는 거제 민초(民草)들이 추위에 떨지 않고,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거제쪽 시내직행버스 정류장을 기대해본다. 또 시민들이 이곳 저곳 여러 곳이 아닌 고현쪽은 고현 종점에, 장승포 방향은 장승포 종점에 곧잘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출근길 자동차가 고현동에 접어들자, 시민들 눈에 잘 띄는 사무실 곳곳에는 4‧13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의 대 시민 약속 구호가 걸려 있었다. ‘내가 국회의원이 되면 거제시민과 거제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등의 구호 현수막이 형형색색(形形色色)이다.

귀이천위본 고이하위기(貴以賤爲本 高以下爲基), 고귀한 것은 비천한 것을 본으로 삼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기초로 삼는다. 국회의원이 되고자하는 잠룡(潛龍)들은 신분이 낮은 민초의 아픔에 귀기울여야 ‘근본과 토대’가 튼튼해질 것이다.

또 여러 거제시민단체는 거제시 각종 정치적 현안마다 ‘무슨무슨 연대협의회’다 하면서 성명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힌다. 그런데 시민단체는 정작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을 ‘거제~부산 간 시내직행버스 노선분리 및 종점연장’ 요구 목소리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새해에는 거제시, 정치권, 시민단체,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의 노동자 단체 등이 거제시민의 힘을 한 곳으로 모아, 서민의 발 거제~부산 간 시내직행버스가 거가대교 위를 ‘쌩쌩’ 달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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