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복합 해양플랜트’선 최조 건조…LNG 기술력 ‘세계 최고’

4일 오전 11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E3 안벽엔 사람들로 붐볐다. 부슬부슬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짙은 회색 작업복 차림의 조선소 직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쁘게 움직였다.

직원들은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Petronas)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 부유식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 명명식(命名式)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FLNG는 깊은 바다에 묻힌 LNG를 채굴하고 정제하고 액화시키고 저장하고 하역하는 이동식 복합 해양플랜트다. 대우조선해양이 2012년 6월 페트로나스로부터 10억달러(한화 1조1200억원)에 수주, 세계 최초로 건조했다.

“명명식하는 날에 비가 내리면 징크스가 있나요?”

“비가 오면 더 좋다고 합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얼굴에선 웃음 꽃이 피었다. 선주사가 선박 이름을 공개하고 선박 탄생을 알리는 명명식에 정 사장과 완 즐키플키 완 아리핀 페트로나스 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 4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명명식에서 ‘P.FLNG 사투’ 대모(代母) 아주라 아흐마드 타주딘 여사(왼쪽 두번째)가 도끼로 선체에 연결된 밧줄을 끊고 있다.
완 아리핀 회장의 부인 아주라 아흐마드 타주딘 여사가 행사의 주인공인 대모(代母)를 맡았다. 타주딘 여사가 선체에 연결된 밧줄을 도끼로 힘차게 내려치자 배에 달려 있던 둥근 박이 터지며 꽃가루가 화려하게 흩날렸다. 중세 유럽 바이킹들이 배를 바다로 보낼 때 묶여 있는 밧줄을 끊은 것에서 유래한 의식이다.

첫 FLNG의 이름은 ‘P.FLNG 사투(SATU)’로 결정됐다. 사투는 말레이어로 ‘1(숫자)’을 뜻한다. ‘P.FLNG 사투’는 오는 4월 29일 선주인 페트로나스에 인도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사라와크주(州) 북서부 해역에 있는 카노윗 유전에 투입돼 연간 120만톤의 액화천연가스를 생산할 예정이다.

◆ ‘바다 위 LNG 공장’…에펠탑보다 길고, 축구장 3개 합친 것보다 넓어

▲ 지난 4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세계 최초로 건조한 PFLNG SATU의 모습.

도크 아래에서 본 FLNG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바다 위 LNG 공장’이라는 별명처럼 땅 위에 있는 공장을 바다에 옮겨 놓은 것 같았다. 배 옆에 주차된 대형버스가 미니어쳐 장난감 같이 작아 보였다. 선체 내부엔 온갖 파이프들이 미로처럼 연결돼 있었다.

페트로나스 FLNG의 길이는 365m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펠탑(364m)보다 더 높고 축구장 3개 면적 보다 넓다. 신장 130m로 40층 빌딩과 맘먹는다.

대우조선해양은 ‘P.FLNG 사투’에 최대 18만㎥의 LNG를 저장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가 3일 동안 쓰는 LNG(17만3400㎥)보다 많다. 생산 설비 무게만 4만6000톤이 넘는다.

FLNG는 기존 고정식 해양 채굴 설비보다 생산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기존 고정식 해양 채굴설비는 가스를 액화‧저장하기 위해 육지에 설치된 별도 처리 시설을 이용한다. 따라서 장거리 파이프 라인을 이용해 가스를 해상에서 육상으로 수송해야 하지만, FLNG는 해상에서 가스를 바로 액화시켜 운반선으로 옮긴다.

육상 기지로 가스를 옮기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비용이 대폭 절감된다. 이동이 가능해 가스전에서 가스를 다 빨아 올린 뒤 다른 가스전으로 옮길 수도 있다.

정성립 사장은 “FLNG는 생산, 액화, 정제, 저장, 하역 등 모든 설비를 한 곳에 모아둔 올인원(All in One) 제품이다. 해저 가스 생산 설비의 개념을 바꾼 새로운 대안”이라고 했다.

◆ 대우조선해양의 신성장동력은 ‘LNG 기술’

대우조선해양은 FLNG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LNG 설비 관련 모든 기술을 총동원했다. FLNG는 다른 해상 설비에 비해 필요한 장비도 많고, 설치 과정도 복잡하다. 생산 현장을 나눠 지역별 책임자에게 생산 공정을 맡겼다.

대우조선해양은 FLNG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12월 파리협정 체결로 국제적인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LNG가 새로운 클린 에너지로 주목 받아 매년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해상 가스전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LNG 생산에 특화된 FLNG 수주 전망도 밝다”고 했다.

LNG 관련 설비는 위기의 대우조선해양에겐 회생의 원동력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992년 LNG운반선 수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48척을 수주했다. 세계 최대 수주 실적을 자랑한다.

차세대 선박으로 손꼽히는 천연가스 추진 LNG운반선, 쇄빙 LNG운반선의 최초 수주, 최초 건조도 대우조선 몫이었다. LNG 재기화(Re-gasification) 설비 분야의 최고 기술도 대우조선해양이 가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LNG운반선, LNG 재기화 설비에 이어 해양플랜트 분야까지 진출하면서 LNG 관련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조선소로 거듭났다. 압둘라 카림 페트로나스 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은 LNG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경쟁력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성립 사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생산 공정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어 남은 대형 프로젝트들도 순조롭게 끝날 것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회사가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선박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FLNG 등 LNG 관련 설비가 대우조선해양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안호균 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작년 말 불어닥친 저유가의 광풍으로 당장 선박 수주의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대우조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주 잔량을 가지고 있어 당분간 일감 걱정은 없다. 선박 인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옥포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여전히 차고 매서웠다. 하지만 살짝 봄 기운이 실린듯도 했다.<조선비즈 3월 7일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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