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 신규 자금 요청할 듯…대우노조, 정부 주도 구조조정 반대, 단계별 투쟁

▲ 대우조선(왼쪽), 삼성중공업 전경
■ 삼성중, 사내 유보금 3조원 달하지만 최근 단기 운영자금 부족 경고음…産銀에 운용자금 지원 요청할 듯

조선 3사 중 비교적 '안전지대'에 있는 것으로 보였던 삼성중공업도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외형상 '정상 기업'인 삼성중공업에서 자구안(自救案)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주 중 산은에 자구안을 낼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이 산은에 자구안을 내면 삼성그룹 계열사로는 외환 위기 당시 삼성차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채권은행의 감독을 받게 되는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됐을까.

◇'빅3' 중 수주 잔량 최저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해양 플랜트(원유 시추 등 해양 설비) 등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어 1조5019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2005년 이후 11년 만의 첫 적자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수주 절벽이 닥쳤다. 올 들어 4월까지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처지다.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량은 354억달러어치이다. 2013년 대비 2년 사이 약 7%(약 21억달러)가 줄었다. 5조원대의 부실에 발목이 잡힌 대우조선해양이 같은 기간 10% 줄어든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수주 잔량이 떨어지면서 향후 1년 6개월치 일감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의 수주 절벽이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가장 먼저 독(dock·배를 만드는 대형 작업장)이 비게 된다. 3년치 일감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뒤진다.

최근 5년간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영업이익 외 게다가 조선사 적자 주범인 해양 플랜트 비중에서도 삼성중공업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높다. 해양 플랜트와 일반 선박 비중을 따지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40대60인 데 비해 삼성중공업은 65대35이다. 게다가 드릴십에서 남은 물량이 6척 있다. 모두 애초 계약보다 인도 시점이 연기된 물량이라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 기준 수주 잔량은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이라면서 "수주 잔량 고갈이 지속되고 해양 프로젝트가 여전히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어서 다른 회사보다 문제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삼성중공업의 부채 비율은 254%에 불과하고, 사내 유보금은 3조6102억원에 이른다. 재무 구조나 자금 흐름에 크게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에서는 자구안 제출 요구가 과하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조선업계에서는 "부채 비율이 4000% 넘는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은 적자를 사내 유보금 등으로 충분히 감당해내고 있는 등 경영 위기라고 할 상황이 아닌데 정부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신규 자금 지원 요청할 듯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요구해온 부채 비율 축소, 경영 개선 방안, 유동성 개선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자구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일시적 유동성 부족 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자산 매각 등을 통한 현금 확보에 주력했다. 지난 11일 두산엔진 주식(지분율 14.12%)을 370여억원에 매각하는 등 작년부터 진행 중인 자산 매각으로 약 1400억원을 확보했다. 경기도 화성 사업장(310억원), 당진 공장(205억원), 거제 사원 아파트(493억원) 등도 팔아 1000억원가량을 더 확보했다. 거제 삼성호텔 등도 처분해 2000억원 안팎의 유동성을 더 확보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현금을 총 3400억원 손에 쥐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런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상당한 운용 자금 지원을 요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3조원대의 사내 유보금 덕에 부채 비율 등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지만, 최근 수주 절벽으로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 운영 자금을 더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 대우조선노동조합, 정부 주도 구조조정 반대…단계별 투쟁할 듯

최악의 경영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추가 구조조정 압박을 받자 노동조합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채권단 지원 대가로 구조조정을 수용해 진행 중인데 추가 긴축안까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총력 투쟁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노조 또한 사측의 자구안에 반발하고 있어 올해 조선업계 노사 갈등이 경영 정상화에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 노조는 정부가 이달 말까지 추가 자구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사측을 강요하고 있다며 생존권 사수 차원에서 총력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정부 주도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반대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자구계획에 의해 구성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데 맞서 총력 투쟁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정부의 일방적 자구계획 강요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17일 노동조합 소식지 '새벽함성'을 통해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 노조는 최근 구조조정과 관련한 투쟁 방침을 재확인하고 그에 따른 단계별 투쟁 전술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 사측이 기존 자구안보다 강화해 추가 감원, 조직 축소 등 자구안을 낼 경우 항의 시위, 부분 파업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은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따라 현재 자구책보다 강화된 긴축안을 5월 말에 제출하기로 하고 경영 상황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추가 자구안에는 임원진 및 조직 추가 축소 개편, 희망퇴직을 통한 추가 인력 감축, 임금 동결 및 삭감, 순차적 독(dock·선박건조대)의 잠정 폐쇄, 비핵심 자산 매각 강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채권단 지원이 결정되면서 2019년까지 인력 2천300여명을 추가로 감축해 전체 인원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는 등 1조8천500억원 규모의 자구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한편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최근 올해 임금협상안으로 고용 보장을 조건으로 한 임금 동결을 사측에 제시한 상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내달부터 임금 인상률을 놓고 조선업체 노사 간 협상이 벌어졌는데 올해는 임금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 보장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면서 "인원 감축 폭에 따라 올해 하반기 노사 갈등의 수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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