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대 아파트 사업지구 민간사업자 "개발이익 10% 이상 나오면 市에 내겠다" 협약
거제시민들은 지난 2013년 일어난 ‘70억원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70억원 사건의 요지는 거제시가 2009년에 현대산업개발에 내린 5개월의 입찰 참가 제한조처를 1개월로 감경해주면 ‘현대산업개발이 70억원에 상당하는 사회공헌 기금을 거제시에 내겠다’고 했다.
거제시는 이같은 약속을 믿고 입찰 참가제한 조처를 5개월에서 1개월로 감경해줬다. 하지만 ‘70억원’은 받지 못했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지난해 3월 거제시의회서 최양희 시의원의 시정질문에 답변하면서 “현대산업개발한테 70억원을 받고 싶은데, (시민단체가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달라고 할 입장 못 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요지 답변을 했다.
거제시가 현대산업개발에 입찰참가 제한 조처를 내린 것은 옥포지구 하수관거 정비사업 때문이었다. 현대산업개발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옥포지구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하면서 공사를 하지 않았는데, 한 것처럼 속여 44억7천만원을 편취했다. 거제시는 2009년 5개월의 부정당업자 입찰 제한 처분을 내렸다.
현대산업개발은 2013년 4월 거제시에 입찰참가 제한 재심의를 신청했다. 거제시 계약심의위원회는 2013년 5월 31일 입찰 참가제한을 5개월에서 1개월로 감경해줬다.
거제시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70억원’ 사건과 판박이가 될 또 다른 ‘142억원 사건’이 시민의 관심을 끈다.
‘142억원’은 올해 4월에 실시한 경상남도의 ‘거제시 종합 감사’ 때 밝혀진 새로운 사실이다. 통칭 ‘300만원 대’ 아파트 사업지역과 관련된 사안이다.
‘300만원 대 아파트’ 사업과 관련해 거제시와 평산산업 간에 맺은 ‘협약서’는 크게 두 종류임이 경남도 감사 결과 밝혀졌다. 언론 지상에 이미 공개된 2013년 3월 11일 거제시와 평산산업이 맺은 협약서 외에도 평산산업이 거제시에 낸 다른 협약서에 142억원이 언급돼 있다.
2013년 3월 11일 맺은 협약서는 거제시장과 평산산업(주) 상호간 역할 분담이 주 내용이다. 양정동 산 123-2번지 외 56필지 189,370㎡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용도지역 변경을 추진하면서 업무 분담협약을 맺었다.
또 원활한 진출입을 위해 지방도 1018호선부터 본 사업 부지까지의 도로(시도8호선) 4차로 25m 확포장 공사의 편입 토지 보상 및 취득을 하는 것이 두 번째다. 세 번째 토지 매입이 원활치 않을 경우 토지의 수용 및 보상에 관련 업무를 맡았다.
평산산업이 맡은 역할은 공동주택 용지 24,111㎡를 토목공사를 마쳐 부지를 조성하여 거제시장에게 기부채납하는 일이 첫 번째고, 또 진출입로 확포장 공사를 해야 한다.
경상남도는 올해 4월에 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최근 발표하면서 ‘300만원 대 아파트 사업 추진 소홀’을 지적했다. 감사 지적 사항에 “거제시는 (300만원 대 아파트 사업)지구에 대하여 민간사업자가 개발이익 10% 이상 발생 시, 공익사업에 투자하거나 사회복지기금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협약하였으나, 현재 231억원(25.9%) 정도의 개발이익이 발생하였음에도 이에 대하여 확인‧조치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고 했다.
경남도는 감사결과 처분 요구에 “현재 시점에 추정한 개발이익 231억원(25.9%)에 대하여는 전문기관 의뢰 등을 통해 검증하여 초과분 142억원 정도에 대하여 환수해라”고 했다. 민간사업자는 사업부지에 아파트 16개 동 1,279세대를 짓고 있다. 시공은 현대산업개발이 맡고 있다.
결론적으로 양정문동지구 개발사업의 경우는 거제시가 각종 행정 편의를 봐주는 댓가로 민간사업자로부터 24,111㎡를 기부채납받더라도 민간사업자에게 추가 이익이 남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토지 기부채납 외에 추가 개발이익금을 내겠다고 하는 것은 '이 사업이 특혜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개발이익 납부 협약서를 받은 거제시도 기부채납받는 부지 외에 더 많은 특혜가 있었다는 것을 사전에 충분히 알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경남도는 거제시가 민간사업자에게 준 특혜를 환수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산산업이 개발이익을 내겠다는 ‘협약서’를 어디에 냈을까?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결과 평산산업이 낸 협약서는 거제시에 보관돼 있다. 올해 4월 거제시를 감사한 경남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최근 본사와 통화에서 “사업자측에서 거제시로 보낸 문서가 하나 있다. 거기에 ‘개발이익을 내겠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민간사업자가 낸 문서가 법적인 효력을 가지느냐’는 물음에 경남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거제시에서 협약서 이행을 약속하는 공증을 요구하면 ‘민간사업자가 공증까지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했다.
거제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최근 “개발이익을 내겠다는 협약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지 경남도에서 적시한 것처럼 142억원은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개발이익을 정확히 산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지금은 개발이익 금액을 알 수 없다. 개발이익을 정확히 산출하는 절차를 밟으라고 민간사업자에게 요구할 것이다”고 했다.
거제시는 공개된 협약서 내용에 따라 토지 2만4,000여㎡를 받는 대신에 3-9호선 진입도로 보상비 121억원(2공구)과 공사비 16억5,000만원(1공구) 등 137억5,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거제시는 예산이 넉넉지 않아 빚을 내 민간사업자와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지난 5월 거제시의회서 23억원의 기채 발행을 승인 받았다. 추후 빚을 내거나 거제시 예산으로 부담해야할 돈이 114억5,000만원이다.
공교롭게도 거제시가 부담해야 할 137억5,000만원과 개발이익 환수금 142억원과 거의 일치한다.
거제시 도로과 관계자는 “먼저 지방채 발행을 통해 3-9호선을 개설한 후, 나중에 민간 사업자가 내는 개발이익금으로 지방채 발행을 갈음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다”고 밝히면서 “거제시의회서 기채 발행을 승인 받기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300만원 대 아파트 사업지구) 개발이익 환수가 흐지부지된 ‘70억원’의 재탕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거제시는 민간사업자로부터 기부채납받은 2만4,111㎡에 575세대의 공공임대주택과 200세대 교사‧공무원 통합 숙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483억원, 교사‧공무원 통합숙소는 125억원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