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승화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초고빌딩 파급효과 국민이 공유"

▲유승화 대한건설 상근부회장
세계 유수의 도시가 초고층화를 지향한다. 산업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른 인구 과밀화와 도시 내 상업지구의 확대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초고층 빌딩은 건립 목적 외에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는 독특한 이미지로 유무형의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경제 기술적 파급효과 못잖게 건축문화 및 국가 위상을 고양한다는 측면에서 미래지향적 아이콘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흥 도시는 물론이고 기존의 거대 도시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식하면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중이다.

미국의 프리덤타워(541m)는 2001년 9월 11일의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 건립된다. 이 타워는 자유의 여신상과 조화를 이루는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표상하면서 비극적 충격을 극복하려는 국민의 의지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이베이101(508m)은 대만의 경제 저력을 상징하면서 중국과의 초고층 높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올가을 완공될 버즈두바이(818M)는 중동의 자그마한 토호국 두바이를 세계적인 명소로 부상시키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사막에 핀 꽃(desert flower)’을 연상시키는 평면 또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설계이다.

1998년 완공돼 6년 동안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로 군림했던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와 올가을이면 다시 가장 높은 건물로 등극할 버즈두바이는 모두 우리나라 건설업체와 기술진의 손으로 건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100층 혹은 400m를 넘어선 건축물이 하나도 없다. 가장 높은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264m에 불과하며 목동 하이페리온(256m) 여의도 63빌딩(249m) 삼성동 무역센터(228m)가 뒤를 잇는다. 건설산업의 기술력으로나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감안할 때 이해하기 어렵다. 초고층 빌딩의 건립 시도가 있었지만 외환위기 및 인근 주민의 반대로 무산됐다.

2012∼2016년이면 주요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확 바뀔 것으로 보인다. 서울 부산 인천에서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 건설 계획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60층 이상의 건물이 속속 건립된다. 특히 한강변은 초고층 빌딩의 높이 경쟁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9월에는 상암DMC에 서울라이트(Seoulite) 빌딩이 133층 높이(640m)로 착공될 예정인데 이 빌딩은 세계에서 세 번째 높은 건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잠실 제2롯데월드(112층·555m)도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 외에 뚝섬의 현대차그룹 사옥(110층·550m)과 용산 국제업무지구의 랜드마크타워(106층·665m), 여의도 파크원 및 서울IFC도 건립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조성되는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에는 305m 높이(68층)의 동북아트레이드타워가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송도지구에는 인천타워(151층·610m), 인근 청라지구에는 인천 시티타워(110층·450m)가 건립될 계획이다.

이들 계획이 모두 성사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서울 부산 인천에서 적어도 5건은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그 자체로서 지역을 대표하는 마일스톤으로 자리 잡게 된다. 더 나아가 국민의 자부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나 대만이 우리보다 앞섰다는 현실에 국민의 자존심이 상해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초고층 빌딩의 등기상 소유주는 건축주이겠지만 시설과 파급효과는 국민이 공유한다. 초고층 건물 건설이 국가 경쟁력의 척도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는 공감대 형성을 소망한다. 복잡다단한 건축 규제를 과감하게 손질하고 도시 스카이라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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