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운 하수처리장 시설개보수·증설·확장 못하도록 '자물쇠'…市, 뒤늦게 수습 나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俗談)이 거제시 하수행정에 딱 들어맞는 말이 될 것 같다.

274억원을 들여 지은 후 지난해 9월부터 하루 최대 용량 1500톤의 생활하수를 처리하고 있는 일운면 공공하수처리시설에 기술상 큰 문제점이 드러났다.

▲ 일운면 지세포리에 있는 공공하수처리시설 전경
▲ 내부전경
하지만 일운면 공공하수처리시설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그 동안 여러 단계에서 전혀 체크되지 않았다. 공공하수처리시설을 지은 시공사와 감리사도 문제를 몰랐다. 거제시는 더군다나 더 모르고 있었다.

거제시는 2013년 12월 부산지방조달청을 통해 일운면 하수처리장에 사용할 ‘감시 제어 설비’를 구매했다. 감시제어설비 납품업체는 대한민국상이군경회(대표자 김덕남)였다. 입찰을 통해 결정됐다. 상이군경회는 투찰률 99.679%로 2억8000만원에 감시제어 설비를 납품했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가 납품한 일운면 공공하수처리장의 감시제어 설비 중 일부 부품에서 ‘락(Lock‧자물쇠)’이 걸려 있는 것이 최근 확인됐다. 공공 설비에 민간업체가 어떠한 목적으로도 ‘락(Lock)'을 걸면 안된다. 감시제어 설비에 ‘락(Lock)'이 걸려 있을 경우 앞으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운면 공공하수처리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코오롱워터앤에너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락(Lock)을 걸어놓아도 현재 운영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추가로 시설을 들여오거나, 증설, 설비 보완 등을 할 때 감시제어 설비 프로그램 수정을 해야 하는데, 락(Lock)이 걸려 있으면 수정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반쪽짜리 시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문제가 생긴 원인은 여러 제품 구매 단계를 거치면서 제품 대금을 제대로 결제하지 않은데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는 감시제어설비 중 일부 설비를 거제시에 납품할 때 A하청업체, B재하청업체를 거쳐 설비를 구매해 납품했다. A하청업체는 B재하청업체부터 3,000만원에 제품을 사 상이군경회에 납품했다. 상이군경회로부터 제품 대금을 전부 받은 A하청업체는 B재하청업체에다 1,500만원만 주고, 나머지를 주지 않았다. 이에 B재하청업체가 ‘락(Lock)'을 걸었다.

B재하청업체가 ‘락(Lock)'을 건 시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처음 하수처리시설을 지을 때 그렇게 했느냐, 아니면 시설을 다 지어 인계를 한 후 했느냐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기술 전문가는 “처음 건설을 할 때 기술적으로 프로그램에 ‘락(Lock)'을 걸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운면 공공하수처리시설과 관련이 있는 거제시 관련 기관은 상하수도과 하수시설담당과 하수처리과 면지역하수담당이다. 두 담당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상하수도과에서는 “일운 하수처리장 운영을 지난해 9월 하수처리과에 넘겼기 때문에 거기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고 있다. 반면에 하수처리과는 “애시 당초 하수처리장을 지을 때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상하수도과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거제시는 최근 부산지방조달청에 ‘락(자물쇠)을 풀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측 관계자는 “락(자물쇠)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조만간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고 11일 밝혔다.

거제시 하수처리장은 중앙하수처리장, 장승포하수처리장을 포함해 모두 36개다. 규모가 큰 하수처리장은 거제시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면 단위 작은 규모 하수처리장은 민간 위탁을 주고 있다. 민간위탁 하수처리장은 일운면 공공하수처리시설 등 현재 30개다. 관리 업체는 ‘코오롱워터앤에너지’다. 2014년부터 5년 동안 매년 8억4,300만원씩 42억1,700만원에 거제시와 관리 위탁 계약을 맺고, 관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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