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형식적인 산림 복구로 예산 낭비 초래

최재룡 아주동발전협의회장

거제시가 지난해 거제시 산림조합이 중장비로 파헤친 옥녀봉 등산로 산림 훼손에 대해 산림 훼손이 아니라고 해놓고서는 모순되게도 이를 "복구조치 완료했다"고 지난 6월 민원 답변으로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복구가 제대로 되었을까?9월 말 현재 산림 훼손 현장 복구 상태를 살펴보니 지난 5월에 심은 편백 등 어린나무 800본 중 160여 그루만 살아남아서 4개월 만에 80%가 고사하고 말았다.

복구란 "손실 이전의 상태로 회복함"이라고 사전에 정의돼 있다. 따라서 이를 어찌 복구라 할 수 있겠는가. 엄밀히 따지면 파헤쳐 넓힌 등산로는 그대로 두더라도 잘린 나무는 어린나무가 아니라 잘린 나무와 같은 크기의 나무를 심어서 살려야 진정한 복구가 아닐까.

그나마 아직 살아남은 어린나무들 가운데 고사 직전인 나무도 적지 않다. 이 중 과연 몇 그루가 온전히 자라서 베어진 수십 년 수령의 큰 나무들처럼 제구실하겠는가. 원상회복은 그야말로 아득하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소중히 여겨 제대로 자라게 보살피고 관리할 작정이 아니었으면 차라리 어린나무를 심는 이런 복구조치는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했다.

민원이 제기되자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안일한 자세로 자연의 섭리를 먼저 살피는 세밀한 검토나 고민 없이 부랴부랴 나무 심기에만 급급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것은 훼손 당사자 봐주기 전시 행정이요 전형적인 예산 낭비다.

게다가 복구조치에 따른 사후 관리나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 순간까지도 방치한 것은 직무 유기다. 만약 이런 사실을 사전에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더 큰 일이요 역시 직무 유기라서 둘 다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그렇다고 심은 나무가 고사한 자리에 또다시 어린나무를 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대신 이제라도 산림 훼손으로 인해 기존 오솔길을 대신하여 등산로로 자리 잡은, 새로 낸 넓은 길은 막아서 숲이 자연 치유하도록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또 넓어진 등산로는 옛 오솔길로 되살려야 한다. 길 가장자리를 새싹들이 자라도록 보호해야 한다.옥녀봉을 찾는 타지 등산객들이나 주민들은 긴 능선 등산로가 평평한 오솔길이라서 옥녀봉에서 국사봉까지의 등산로 가운데 제일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한다.

임도와 다름없는 인위적인 길보다 자연 그대의 옛 오솔길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관광상품은 거창하지도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거제시의 발 빠른 조치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