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항 재개발 때문에 사라진 '유수지' 건설 되살리고, '거제시의 직무유기' 책임 물어야

지난 5일 태풍 ‘차바’가 외도보타니아, 남부면 여차항, 장목면 황포 방파제, 연초 한내, 내도 등 거제 전역 곳곳에 피해를 입혔다. 고현동 장평동 중곡동 구 신현읍 일부 지역이 침수되는 피해도 입었다.

모든 시민들이 까맣게 잊고 있었던 ‘유수지(遊水池)’ 건설을 공론화시켜줬다는 점에서는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풍수해, 해일 등으로 구 신현읍 해안가 지역의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유수지(遊水池)’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거제시는 유수지 건설 계획을 세웠다. 정부 예산도 받았다. 고현항 재개발 때문에 받은 예산을 반납했다. 고현항 재개발은 1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고현항 재개발 계획에 유수지가 없다. 당초 계획한 독봉산 지하에도 없다. 유수지 건설에 들어가는 480억원은 정부에서 돈을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고현항 재개발 구역에도 없고, 완전히 사라졌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먼저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유수지(遊水池)와 저류조(貯流槽)는 빗물, 오수, 폐수 등을 저장하는 시설로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여기서 몇 가지 팩트를 정리해보자. 2003년 태풍 ‘매미’ 내습 때는 장평동(93,000㎡), 고현동(32만㎡), 중곡동(50만2,000㎡), 연초 오비(3만3,000㎡) 등 95만㎡가 침수됐다.

▲ 5일 오전 고현동 신세계 사우나 앞
소방방재청은 고현동 등 구 신현읍 지역의 침수 대책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5일과 같이 만조(滿潮)에 해일이 밀려오고, 육지에서는 집중 호우로 고현천 등이 범람해 기존 시가지가 침수됐다. 이에 따라 독봉산 지하에 땅을 파 고현천 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5만톤 규모 유수지(遊水池)를 만들기로 했다. 전체 사업비는 480억원이었다. 거제시는 2011년 전후, 계획을 세워 소방방재청과 협의를 했다. 2012년 설계비 및 보상비로 40억원의 예산을 소방방재청으로 받았다.

고현항 항만재개발 때문에 받은 예산을 반납했다. 추후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유수지 건설이 확정되면 정부에 예산을 다시 신청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명백한 증거 발언이 있다. 이형철 시의원은 2013년 7월 4일 거제시의회 161회 회의 때 시정질문을 했다. 이형철 시의원은 “과거 480억 독봉산 저류지 사업을 포기하며 반납했던 국비를 향후 다시 받기로 했다고 집행부는 밝힌 바가 있는데 그 근거가 무엇인지 또 그 약속이 문서화된 것인지 답변해주기 바란다”고 권민호 시장에게 물었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답변에서 “독봉산 저류지(유수지) 사업은 당초 독봉산 지하로 계획하였으나, 고현항 재개발사업이 가시화됨에 따라 저류지 설치사업의 위치 변경과 시기를 보다 합리적으로 판단·재검토하기 위해 사업비를 반납하였다”고 답변했다. 권 시장은 이어서 “향후 저류지 설치사업의 위치와 시기가 확정되어 재신청하면 반영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소방방재청에 제출한 바 있다”고 답변했다.

옥영문 도의원은 또 지난 5일 “(유수지 건설을 위해) 받은 국비를 반납하면서 건설 위치를 바꿨다. 침수에 대한 대책으로 고현항 매립지에, 현 시외버스터미널에 가까운 곳에, 유수지를 만들기로 했다. 위치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민호 거제시장의 발언, 옥영문 도의원 증언 등을 요약 종합하면 ‘독봉산 지하에 만들기로 한 유수지 건설은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으로 옮긴다. 현 시외버스터미널과 가까운 지점, 즉 고현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유수지를 만들기로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현항 재개발 1단계 사업은 지난해 9월 4일 공사를 시작한 후 13개월이 지났다. 1단계 매립면적은 16만7474㎡(5만660평)이다. 1단계 공사는 사업 구역 매립이 거의 다돼 육지화됐다.

1단계 매립 면적 중에 공공시설 용지는 항만용지 4,094㎡, 도로‧녹지 등의 공공용지 6만4,889㎡를 합친 6만8,983㎡다. 1단계 사업 구간 안에 5만톤 규모의 유수지 건설 계획은 빠졌다.

▲ 고현항 재개발 1단계 사업구역
권민호 시장의 시정질문 답변에서도 나타나듯 고현항 재개발 사업 때문에 독봉산에 만들기로 한 유수지를 보류시켰고, 받은 사업비를 반납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거제시는 고현항 재개발 사업 구역 안에 유수지를 포함시켜 달라고 공문으로 공식적으로 요청했어야 할 것이다. 거제시는 고현항 재개발 사업시행자인 거제빅아이랜드PFV(주)에 지분투자를 한 공동사업자다. 고현항 항만재개발에 지분을 가진 주인이다.

심정섭 거제빅아일랜드PFV(주) 대표는 지난 6일 거제시를 방문했을 때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유수지를 만드는 문제는 한 두번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유수지를 고현항 재개발 구역안에 포함시켜 달라고 거제시에서 공식적인 공문 요청이 없었다. 그래서 유수지 건설이 고현항 재개발 설계에서부터 빠졌다. 차후에 설계를 변경해서 유수지를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다시 포함시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심정섭 대표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거제시는 유수지 건설을 공문으로 요청하지도 않았다. 고현항 재개발 사업의 시행자이기도 한 거제시는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내가 살 곳에 침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으면 주인인 나는 옆 집에 가서 우리집 침수 피해 대책을 세워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주인인 내가 나서서 내 집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주인인 거제시는 응당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결과가 됐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만약에 의도적(?)으로 유수지를 빠뜨렸다면 ‘범죄행위’에 해당되지 않는지도 한번 따져 봐야 할 문제다.

소방방재청은 구 신현읍 지역의 침수를 막기 위해 유수지 건설 비용 48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비용은 전액 국비다. 고현항 재개발 전체 사업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심정섭 거제빅아일랜드PFV(주) 대표는 “설계 변경을 통해 유수지를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넣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거제시민이 바라는 심정섭 대표의 ‘책임있는’ 답변은 무엇일까를 상상해보았다. ‘구 신현읍 지역의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유수지 건설이 계획돼 있었지만, 고현항 재개발 때문에 유수지 건설이 보류됐다. 고현항 재개발 설계에 유수지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누구의 책임을 따지기 이전에 큰 잘못이다. 고현항 항만재개발 공사를 중단하는 일이 있더라도 ’시민의 생명이 걸려있는‘ 유수지 건설 문제는 다시 공론화시켜야 하고 매듭지어야 한다. 1단계 공사 매립이 거의 다 된 상태서 설계 변경을 통해 유수지를 다시 넣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2단계 사업구간에 유수지를 넣거나, 당초 계획대로 독봉산 지하에 유수지를 다시 건설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유수지를 건설할 곳이 확정되면, 거제빅아이랜드PFV도 정부 예산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고현항 재개발이 완공되기 전에 유수지 건설도 마쳐야 할 것이다.’

고현항 매립과 관련해 구 신현읍 지역 침수 문제를 다룬 한국연안방재학회의 보고서가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고현항 매립이 지금과 같이 ‘통매립’을 하는 것과 삼성중공업이 계획했던 ‘수로형’ 매립을 하는 경우 어느 것이 더 침수 피해가 많고 적을까를 검증하는 수준이었다. 그 당시 결론은 ‘통매립형’이 ‘수로형’보다 기존 시가지에 침수 피해를 적게 입힌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 집중호후‧해일이 생길 경우 기존 시가지는 침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고현항 매립으로 침수 피해가 완전히 해소될 것이다는 결론은 없다.

▲ 한국연안방재협회 보고서. 이 보고서는 고현항을 매립할 경우 '수로형'과 '매립형'을 비교평가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해일 침수가 있을 경우, 연접 매립안은 매립지가 1차 방어선 역할을 해, 장평동 전체와 고현동 일부의 침수를 방지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중호우로 고현천이 범람할 경우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장차 매립될 고현항 매립 지역은 기존 시가지보다 1.5m 내외로 높게 매립된다. 매립 지역이 기존 시가지보다 높으면 매립지가 해일을 막아줄 것이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해일 때 ‘가림막’이 해일이 밀려드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일부 펼치고 있다. 그런데 ‘가림막’이 해일을 막는 역할을 했다면 장평동과 고현동 지역에는 침수 피해가 없었어야 했다.  지난 5일 가림막 뒤로 도심이 침수가 됐다. 또 만조와 밀려드는 해일로 고현천 물이 바다로 흘려가지 못하고 역류한다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 5일 중곡동 침수현황. 가림막 뒤로 물이 넘치고 있다.
이제 거제시도, 거제시정을 책임진 거제시장도, 거제빅아일랜드PFV도 믿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몇몇 양심적인 정치인과 함께, 시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거제시민이 영원히 살 곳이고, 거제시민의 땅이기 때문이다.

고현항 매립 공사는 중단해야 한다. 수리 모형 실험을 통해 기존 시가지의 완벽한 침수 방지 대책이 무엇인지 먼저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얼마의 예산이 들더라도 유수지 등을 매립에 앞서 만들어야 한다. 그러고 난 후 ‘시민이 고개를 끄떡일 때’ 공사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한표 국회의원도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이같이 중대한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유수지 건설이 왜 유야무야(有耶無耶) 됐는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써 응당 해야 할 책임을 다했는지 등. 그래야 최근 몇몇 불미스런 일로 잃었던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고현항 반대대책위도 고현항 매립 반대를 '당당히'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정 및 반론보도]5만톤 유수지 계획, 고현항 항만재개발 사업에 포함돼
고현항 배수펌프장 준공시 기존 시가지 침수 개선 기대

본 신문은 10월 6일자 “고현항 매립지 ‘5만톤 유수지(遊水池)’ 건설 왜 빼먹었을까(?)” 제목의 기사 및 10월 10일자 “유수지(遊水池) 건설될 때까지 고현항 매립 중단해야” 제목의 논평에서 2011년 거제시가 태풍 등으로 인한 고현동 등 저지대 침수를 막기 위해 독봉산 지하에 땅을 파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5만톤 규모 유수지를 만들기로 계획하고 정부로부터 480억원의 예산을 지원 받기로 했다가 이후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유수지 건설을 검토하기로 했으나, 현재 고현항 재개발 1단계 사업 구역 매립이 거의 완료되었음에도 5만톤 규모의 유수지 건설 계획은 누락돼 있어 유수지를 건설할 때까지 고현항 매립을 중단하고 거제시의 직무유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고현항 항만 재개발 사업에는 당초 고현지구 우수저류시설 사업계획을 포함한 배수펌프장 및 우수저류시설을 사업계획에 반영하여 현재 공사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또한 거제시는 고현항 항만재개발상의 배수펌프장 및 우수저류시설은 고현지구 우수저류시설 보다 넓은 지역의 홍수량을 처리하도록 계획돼 일명 독봉산 우수저류시설보다 몇 배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계획되어 있고, 국비 및 지방비가 투입되어야 할 우수저류시설을 재정사업에서 민자사업으로 변경함으로써 국가 및 지방재정 절감에도 기여(총 사업비 480억 중 시비 144억원 절감)했다고 밝혀 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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