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구조조정 밑그림 작성한 컨설팅 내용 알려져 파장…대우조선, 강력 반발

■ 맥킨지 "분할하거나 매각", 대우조선서 특수선 부문 분리, 상선은 설비 50% 이상 감축, 해양 플랜트 사업은 청산
■ 대우조선 강력 반발, "가정 엉터리… 자구안 반영 안돼"
■ 금융위·産銀 "일단 살려야"…산자부는 "정리" 의견 강해

국내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 초안(草案)인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보고서가 '실체'를 드러냈다. 보고서는 3년 연속 총 5조원 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에 대해 '독자 생존 불가'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대우조선은 12일 "터무니없는 가정하에 진행된 결론을 수용할 수 없다"고 공개 반박했다. 고용 규모만 4만여 명(사내 협력사 포함)인 대우조선이 문을 닫을 경우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에도 적잖은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맥킨지 "대우조선 독자생존 어려워"

정부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맥킨지는 지난 8월 산업은행과 3대 조선업체 등에 전달한 컨설팅 보고서 초안에 '독자 생존 가능성이 낮은 대우조선을 매각하거나 분할해 빅3 체제를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2020년까지 3조3000억원의 자금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독자 생존이 힘든 만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2대 대형 조선소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맥킨지 보고서 가운데 대우조선 부분은 ▲특수선(방산) 부문은 분리 ▲상선(商船) 부문은 설비 50% 이상 감축 ▲해양 플랜트 부문은 수주받아 놓은 계약만 이행한 뒤 철수한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대우조선은 사실상 공중분해 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맥킨지는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은 재무구조가 튼튼해 자율적 구조조정으로, 삼성중공업은 다음 달 예정된 1조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을 통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극심한 수주 가뭄으로 3대 조선업체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은 생존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민간 자율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정부는 직접 구조조정안을 만들지 않고 대신 조선사들 연합체인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만든 구조조정 방안을 보고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맥킨지는 지난 6월 컨설팅에 들어가 당초 8월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업계 반발 등으로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 컨설팅 결과에 강력 반발

대우조선은 이날 "맥킨지 보고서는 과거 5년(2011~2015) 동안 매출 구성과 영업이익률 등이 향후 5년(2016~ 2020년)에도 반복되고 시장 상황 악화에 맞물려 사업 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가정했다"면서 "향후 전략과 자구 노력 등이 반영이 안 돼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맥킨지는 대우조선 영업이익률이 과거 5년 동안 -5%를 기록했고 수주 절벽에 따른 매출 감소 여파로 향후 5년 동안 -1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제로 자금 부족분을 계산했다. 보고서에 나오는 특수선 부문 분리나 상선 부문 설비 감축이 이미 대우조선이 마련한 자구안에 포함된 내용이란 지적도 나왔다. 또 해상 원유 시추·생산 설비인 해양 플랜트 부문은 당장은 발주가 없어 사업성이 떨어지지만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영역인데도 굳이 완전 철수하라고 결론 내린 점도 과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과거 잘못을 앞으로 계속 반복하고 이 때문에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가능성과 능력을 무시한 것"이라면서 "섣부른 판단으로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 경쟁력을 폄하하는 건 해외 경쟁 업체에 기회를 제공해 국부(國富)를 유출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해법… 정부 내에서도 이견

조선업 구조조정을 집행할 정부 내에서도 컨설팅 결과에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대우조선 처리 문제다.

금융위원회는 대량 실업 발생과 국책은행 부실을 우려, 조선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2018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을 일단 끌고 가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에만 대출과 보증으로 15조원 가까운 자금이 물려 있다.

반면 조선업 구조조정 실무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빅2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선 정부가 구조조정 밑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은 채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 맡긴 것 자체가 이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특정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업무에 정부가 나서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논란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민간업체를 동원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없지 않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 부처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조선업 구조조정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면서 "빅3 이든 빅2 이든 정부가 하루빨리 결론을 내리고 국가 경제의 기둥인 조선업에 대한 확실한 구조조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조선일보 인용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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