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아우성이 넘쳐난다. 노동자들이 낙엽처럼 흩날리고 있다. 구조조정 광풍 속에 묵묵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대부분은 아무런 바람막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불법적인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이들이다. 원청 조선소도 나 몰라라, 정부도 나 몰라라 하는 사이 수만 명의 노동자가 생계 터전을 떠나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 누군가 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어야 한다.
조선 하청노동자 대량해고, 정부와 재벌이 책임져야 한다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지난 상반기에만 2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하청 노동자들이 1만8천명이다. 원청 조선소의 일방적인 ‘부실 떠넘기기’와 ‘기획 폐업’으로 하청업체가 줄도산 했기 때문이다.

조선소가 밀집한 지역경제도 꽁꽁 얼어붙었다. 실업급여 신청자가 거제에서 85%, 울산에서 30% 급증했다. 임금체불도 20-30%가 늘어났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2년간 5만6천에서 6만3천의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정부 발표에 뒤이어 조선소 별로 속속 추가적인 구조조정 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른바 ‘빅3‘를 ’빅2‘ 체제로 재편한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도합 1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추가로 구조조정 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이다. 정규직이 이럴 정도니 그보다 훨씬 취약한 비정규직의 해고는 몇 배나 더할 것이다.

그러나 조선 노동자 대량해고를 불러온 정부와 재벌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정책실패, 경영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자, 희생하는 자 하나 없다.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이라 말하지만 실상은 노동자 고용조정이다.

노동자가 아니라 재벌을 구조조정 해야 한다. 어제까지 ‘미래 먹거리’로 떠받들던 조선업을 하루아침에 ‘천덕꾸러기’라며 내팽개친 박근혜 정부가 정책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

아무짝에 쓸모없는 정부 실업대책,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얼마 전에 끝난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구조조정 실업대책이 아무런 효과가 없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는 7월부터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고용유지지원제도, 조선 근로자 일자리 희망센터 설치, 고용보험 미가입자 실업급여 지급 방안 마련, 임금체불 문제 해소 등의 대책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대책 시행 후 100여 일 동안 고용유지 지원제도를 활용해 무급휴업·휴직자 지원을 신청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으며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확인 청구를 신청한 노동자도 38명에 불과했다.

흔히 ‘물량팀’으로 불리는 재하청 일용직 노동자들의 체당금 신청도 5개 사업장 81명 2억8천만 원에 그쳤다. 정부 대책이‘빛 좋은 개살구’,‘요란한 빈 수레’,‘속빈 강정’이었음이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사실 노동자들은 처음부터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언 발에 오줌누기’식 전시행정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업 총고용과 계속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아니라 대량해고를 전제로 일부를 구제한다는 미봉책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량해고와 임금체불의 가장 큰 원인인 조선업 불법 다단계 하청구조를 개선할 아무런 방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청 조선소의‘사람장사’‘중간착취’‘위험과 죽음의 외주 화’를 방치하고 키워왔기 때이다.

양심들이 모여 희망버스를 타자, 고용안정호를 띄우자

다시 한 번 주장한다. 조선업 위기의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위기 주범 정부와 재벌이 정책실패와 경영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 재벌과 채권단, 대주주만 살리는 ‘노동자 구조조정’이 아니라 노동자를 살리는‘재벌 구조조정’이 되어야 한다. ‘진짜 사장’원청 조선소가 업체폐업과 임금체불 문제를 책임져야 합니다. 다단계 불법 하도급 물량 팀 구조를 폐지해야 한다.

이런 요구와 바람을 담고 시민사회가 뭉쳤다. 직접행동에 나선다. 61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조선 하청노동자 대량해고저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29일 거제 행 희망버스에 몸을 싣는다.

무법천지에서 고통 받는 하청노동자들을 위해 노무사와 변호사들도 부당해고·임금체불 상담과 노조 결성 등 지원 활동에 나섰다.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등 고난의 현장에서 예술 혼을 피워 올린 문화예술인들도 노동자들의 기량과 염원을 담아‘고용안정호’를 제작, 진수한다.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삶을 바라는 조선 노동자들과 거제 시민들 모두가 대행진에 나선다.

벼랑 끝에 내몰린 조선 하청노동자들의 버팀목이 되자. 작은 양심들이 모여 희망버스를 타고 고용안정호를 띄우자. 10·29 조선하청노동자 대행진에 시민 여러분의 동참을 간절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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