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0억원 고현천 정비계획 새롭게 세우고 있어 그나마 '다행'…중곡동 치수 대책 시급

“고현항 재개발 1단계 사업 내용에 포함돼 있는 배수펌프장은 (당초 독봉산 지하에 건설키로 한) 5만톤 규모 저류조(貯流槽·유수지)를 수용한 것이다. 고현항 재개발 배수펌프장 건설 비용 400억원은 민간 사업자가 부담했기 때문에 국비‧시비로 충당하는 저류조 건설비용 480억원을 절약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 말은 고현항 재개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거제시 관계 공무원이 17일 한 발언이다.

먼저 지난 5일 태풍 ‘차바’ 영향으로 고현동 장평동 중곡동 일부 지역이 침수되는 재난이 발생했다. 본사가 자연 재해 관련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다. 구 신현읍 지역의 풍수해 등 자연재난으로 인한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5만톤 규모 저류조(유수지)를 독봉산 지하에 만들기로 했다. 고현항 재개발 때문에 저류조 건설 비용을 반납했다. 고현항 재개발 1단계 사업이 진행중인데, 저류조 건설은 누락됐다는 요지의 기사를 본사가 최근 보도했다. 거제시 관계 공무원의 발언은 본사 보도에 대한 반박 주장인 셈이다.

■ ‘배수펌프장’과 ‘저류조’는 다른 개념이다고 권민호 시장이 분명히 밝혀

먼저 거제시 공무원의 발언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기사에서 언급된 배수펌프장과 저류조(貯流槽)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자. 두 단어에 대한 차이는 2013년 7월 4일 권민호 거제시장이 거제시의회서 한 발언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먼저 권 시장은 이날 배수펌프장에 대해 “(장평동) 삼성호텔 진입로 입구에서부터 디큐브 백화점을 거쳐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해안을 따라 충분한 크기의 하수도를 매설하여 모든 우수를 차집하고, 시간당 최대 11만 톤을 방류할 수 있는 배수 펌프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고현항 재개발로 인해 발생되는 침수피해는 없으며, (고현동, 장평동) 기존 시가지 침수방지를 위한 것으로 매립공사와는 관계없이 (배수펌프장 건설을 위해) 400억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된다”고 말했다.

▲ 배수펌프장 구조도. 삼성호텔 앞 우수 배수구, 디큐브 백화점 앞 우수 배수고, 옛 여객선 터미널 옆 우수 배수구는 고현항 통매립으로 우수가 바다로 흘려가지 못한다. 발생하는 우수를 시외버스터미널 끝지점에 만들고 있는 배수펌프장으로 모아 매립지 끝지점에서 방류할 계획.
▲ 배수펌프장
권 시장의 발언을 쉽게 풀이하면 고현항 재개발로 통매립을 하게 되면 삼성호텔 앞 복개천 우수 방류구, 디큐브 백화점 앞 우수 방류구, 옛 여객선 터미널 옆 우수 방류구에서 배출되는 우수가 고현항으로 배출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세 우수방류구의 우수를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만들고 있는 배수펌프장으로 모아서 고현항 매립지 끝지점으로 퍼내겠다는 이야기다. 1분에 320톤을 퍼낼 수 있는 펌프 6대가 설치될 예정이다. 1분에 최대 용량은 1,920톤이다. 1시간 동안 최대한 퍼낼 수 있는 양이 11만5,200톤이다. 권민호 시장이 말한 11만톤과 맞아떨어진다.

권민호 시장은 “고현항 재개발로 발생되는 침수 피해는 없다. 배수펌프장 건설은 매립공사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고현항 재개발을 하지 않았다면 세 곳의 우수 방류구의 우수는 그냥 고현항 흘려들어가도록 내버려 둘 것이다. 400억원을 들여 굳이 배수 펌프장을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고현항 매립으로 침수 피해는 없다. 배수펌프장 건설은 매립공사와는 상관없다’는 권민호 시장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격이다.

■ 고현항 재개발 배수펌프장 건설비 ‘400억원’도 의아스러워

‘400억원 짜리 배수펌프장’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고현항 재개발 1단계 사업이 현재 진행중이다. 배수펌프장도 1단계 사업에 포함돼 있다. 1단계 사업의 전체 공사비는 사업자측에서 밝히고 있듯이 1,315억원이다. 그런데 우수 차집박스 매설, 펌프 6대 설치, 배수펌프장, 매립지 끝지점으로 우수를 배출하는 우수관을 만드는데 ‘400억원’이 들어간다. 1단계 공사비 1,315억워늬 약 3분 1을 차지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왜냐면 최근 공사가 마무리된 수월 자연재해 위험지구 개선 사업은 87억원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월 사업도 배수펌프장, 배수펌프 3대, 2만8,000톤 규모 유수지 준설 등이 있었다.

▲ 고현항 재개발 1단계 사업개요
▲ 고현항 재개발 1단계 공사가 진행중이다. 매립이 끝난 일부 구간에는 상부에 흙을 덮는 공사를 하고 있다.
■ 배수펌프장이 어떻게 고현천 우수를 감당할지도 궁금

2013년 7월 4일 권민호 거제시장은 거제시의회서 ‘배수펌프장’을 발언하면서 연이어 ‘저류조(貯流槽)’도 같이 언급했다. 권민호 시장은 “독봉산 저류지 사업은 당초 독봉산 지하로 계획하였으나, 고현항 재개발 사업이 가시화됨에 따라 저류지 설치 사업의 위치 변경과 시기를 보다 합리적으로 판단‧재검토하기 위해 사업비를 반납하였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또 “향후 저류지 설치 사업의 위치와 시기가 확정되어 재신청하면 반영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소방방재청에 체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이 언급한 저류지(貯流池)는 저류조(貯流槽)와 같은 개념이다. 이렇듯 거제시정의 최고 책임자인 권민호 거제시장이 ‘배수펌프장’과 ‘저류조’는 다른 개념으로 이해하고, 발언했다.

480억원의 예산을 들여 독봉산 지하에 만들기로 한 5만톤 저류조(貯流槽)는 ‘고현천’ 치수 관리 대책 일환이다. 저류조는 상문동 상류 집중 호우로 고현천에 우수가 만수위가 되고, 또 만조 또는 해일로 바닷물이 밀려들어올 때 고현천 물이 기존 고현동‧중곡동으로 역류해 도심에 침수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방비 대책이다. 고현천 물이 기존 시가지 쪽으로 넘치지 못하게 만조 또는 해일 때 고현천 우수를 일시적으로 가둬두는 시설이다. 왜 ‘5만톤 저류조’인지를 간단히 계산해보자.

▲ 지난 5일 태풍 차바 내습 때 찍은 두 사진. 먼저 아래 사진의 찍은 지점은 옛 여객선 터미널 옆 우수 방류구. 고현동 시가지서 배출되는 우수는 색깔이 흙탕물이 아니다. 위쪽 사진은 옛 여객선 터미널 옆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흙탕물이다. 만조 시간에 걸려 고현천 우수가 바다로 흘려가지 못하고 역류하고 있다.
고현천 빗물의 용량을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화시켜 계산해보자. 고현천 폭이 약 30m다. 고현천 높이를 4m로 가정해보자. 고현천 횡단면 면적은 폭에 높이를 곱하면 120㎡다.

그리고 빗물이 고현천에 만수위로 흘려내려갈 때 1분에 60m를 흘려내려간다고 치자. 횡단면 면적에 빗물이 흘려내려간 60m를 곱하면, 6,000㎥가 된다. 즉 1㎥는 1톤의 개념과 같기 때문에, 6,000톤이다. 여기 10분을 곱하면 6만톤이 된다. 만조에서 간조로 바뀌는 짧은 시간 동안 고현천 범람으로 고현동 등 기존 시가지 침수를 막기 위해 ‘5만톤 규모 저류조’가 계획됐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 지난 5일 태풍 차바 때 고현천이 거의 만수위가 됐다. 만조 때는 고현천 우수가 고현동으로 넘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거제시 공무원 언급한 것처럼 1시간 최대 용량 11만톤 배수펌프장이 장평동, 고현동, 중곡동 등 구 신현읍 침수 대책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수펌프장의 기능은 장평동 고현동 기존 시가지에 폭우가 내릴 때 이 빗물을 차집해 고현항 매립지 밖으로 빼내는 시설이다. 배수펌프장이 ‘5만톤 저류조’ 역할을 대신한다는 주장이 맞다고 가정하면, 고현천을 범람한 우수는 먼저 고현동 시가지를 덮쳐야 한다. 그 다음 배수펌프장에서 차집해 외해로 퍼내야 한다. 고현천 우수량은 대략적으로 10분에 6만톤, 1시간이면 수십만톤이다. 배수펌프장 1시간 최대 배수 용량 11만톤으로 고현천 우수 수십만톤을 감당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중곡동은 치수(治水) 대책 관심 밖(?)…재해방지 대책 반드시 세워야

고현항 재개발 구역 내 배수펌프장은 중곡동 기존 시가지의 침수 방지 대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배수펌프장이 오히려 중곡동의 침수 피해를 가중시킬 것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현항 항만재개발을 할 경우) 중곡동 지역은 해일이든 집중호우든 매립 이전보다 침수 피해가 확대될 것이다. (고현천 끝지점의) 배수펌프장에서 배출되는 우수(雨水‧1분당 최대 1,920톤)가 연초천 고현천 우수와 합쳐지고, 매립으로 인해 매립 이전보다 (고현천) 수로가 좁아졌기 때문에 만조 시 (해수면) 수위가 상승하여 침수피해는 확대될 것이다. 만조, 집중호우, 연초천, 고현천의 범람과 이에 따른 침수현상에 대한 구체적 시뮬레이션의 공개시행이 필요하다.’

이 내용은 누가 한 말일까? 한국연안방재학회는 지난해 1월 22일 고현항 ‘수로형’ 매립과 ‘통매립형’에 대한 해일 침수 피해 보고서를 냈다. 이에 고현항재개발사업 지역협의회가 지난해 2월 9일 한국연안방재학회의 용역결과 보고서에 대한 '지역협의회' 의견서를 냈다. 의견서 안에 있는 내용이다. 지난 5일 태풍 차바 때 지역협의회 예측이 크게 빗나가지 않은 셈이다.

▲ 지난 5일 태풍 차바 때 침수된 중곡동 해안도로
태풍 매미 때 중곡동은 50만2,000㎡가 침수됐다. 수월천, 연초천, 국도14호선, 중곡동 해안도로 안쪽 중곡동 전체 면적은 52만㎡(15만7,300평) 정도다. 태풍 매미 때 중곡동 전 지역이 침수된 것이나 다름없다. 1시간당 100㎜의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중곡동 지역에 내린 빗물의 양은 5만2,000톤이다. 시간당 200㎜를 가정했을 경우, 10만4,000톤이다.

해일, 만조, 고현천‧연초천‧수월천 범람 위험 등이 한꺼번에 닥치고, 집중 호우가 내릴 경우를 상정해, 중곡동 차제 침수 피해 방지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1차적으로 만조나 해일 때 바닷물이 중곡동 지역으로 범람할 경우 차단하는 방어막이 필요하다. 또 고현천‧연초천‧수월천이 중곡동 지역으로 범람하는 것을 막을 옹벽도 보강해야 한다.

▲ 지난 5일 태풍 차바 때 침수된 중곡동 지역
최악의 경우 중곡동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전체 우수 몇 만톤을 10~20분 정도 저장해두는 시설이 필요하다. 중곡동 공원 지하, 옛 미남크루즈 주차장 지하, 중곡동 해안 도로 지하 등에 ‘저류조(貯流槽)’ 건설을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수나 바닷물이 중곡동 지역으로 역류하는 것을 막고, 1분당 몇 천톤의 물을 퍼내는 배수펌프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 국토교통부, 300억 들여가는 고현천 정비계획 용역 중

거제시는 고현항 재개발에 구 신현읍 지역, 고현천 등의 ‘치수 대책’이 포함됐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300억원이 들어가는 ‘고현천 하천 정비계획’을 새롭게 세우고 있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국 하천계획과 담당공무원, 경상남도 재난안전건설본부 하천과 하수시설 담당 공무원 등 다수의 관계자들은 19일 “전국 하천을 정비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 기본계획 용역을 하고 있다. 고현천도 하천 정비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다. 용역은 11월 경 마무리될 것이다. 하천 범람이나 홍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고현천 하류에 방어벽을 쌓는 등 300억원이 들어가는 고현천 정비 사업을 2018년부터 새롭게 시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결국 고현천 정비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는 고현천 치수 대책의 일환인 ‘5만톤 규모 저류조’는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또 예산 480억원도 아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민간사업자가 부담해야할 배수펌프장 400억원, 고현항 정비계획 예산 300억원 등 700억원이다. 480억원보다 220억원이나 더 들어가는 셈이다. 예산 절감 효과는 없다.

고현동 한 시민은 “고현항 재개발 사업 구역 안에 5만톤 저류조가 어디 있느냐. 말 장난으로 시민을 속일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나마 정부에서 300억원을 들여 고현천 치수 대책을 세우는 것은 천만다행이다”고 했다.

이형철 시의원은 “정부서 고현천 치수 대책을 새롭게 세우고 있다는 것은 거제시민으로써 매우 반길 일이다.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 건설 중인 배수펌프장, 이미 공사를 끝낸 수월동 재해 방지 대책 사업, 그리고 앞으로 할 고현천 정비 사업이 마무리되면 구 신현읍 지역의 자연재해 침수 방지 대책은 어느 정도 세워지는 셈이 된다. 하지만 이번 태풍 '차바' 때도 보았듯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중곡동 재해 방지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이번 기회에 중곡동 자연 재해방지 대책을 잘 세워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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