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안방재학회, "매립지 짓는 배수펌프장 풀가동해도 해일 오면 고현동 매미 때와 같이 침수된다"

2003년 9월 12일 태풍 ‘매미’가 내습했다. 이날 밤 10시경 만조시간과 폭풍해일이 중첩으로 겹쳐 고현항의 해수면 수위가 최대 2.635m 높아졌다. 만조시간 2시간 전인 밤 8시 고현천에는 상류지역 홍수로 1초당 186㎥, 즉 186톤의 물이 하류로 흘려갔다. 1분으로 환산하면 1만1,160톤의 많은 양이다.

결국 만조시간, 해일, 고현천 홍수 피해가 겹쳐 구 신현읍 지역인 고현동 장평동 중곡동을 비롯해 연초면 오비지역 일대가 침수됐다. 침수된 면적은 0.96㎢, 즉 96만㎡(29만400평)였다.

▲ 2003년 태풍 매미 때 침수구역(왼쪽 붉은 선안). 오른쪽 사진은 한국연안방재학회가 2015년 1월 22일 모의검증 실험을 한 결과 침수 구역
침수 피해를 입은 후 대책을 세웠다. 고현동 기존 시가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독봉산 지하에 5만톤 규모 저류조(貯流槽)를 설치하는 ‘고현지구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이 계획됐다. 480억원을 들여서 2012년 1월부터 사업을 시작해 올해 12월 공사를 준공할 계획이었다.
▲ 올해 12월 준공하기로 한 '고현지구 우수저류시설' 설치 사업
이 시설이 완공되었다면 만조시간, 해일, 고현천 범람이 중첩돼 일어나더라도 고현동 침수피해는 거의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대책이었다.

2012년 하반기 고현항 항만재개발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2013년 7월 4일 거제시의회서 “전체사업비가 480억 정도 (들어가고) 독봉산 지하터널을 뚫어서 거기에 저류조를 만들어서 고현동 침수대책을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고현항 재개발 시작되면서 (독봉산 저류조 만드는 것은) 보류를 해 놨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정부에서 미리 받은 독봉산 저류조시설 공사 예산을 반납했다.

대신에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1분당 최대 용량 1,920톤의 우수를 퍼낼 수 있는 배수펌프시설과 9천톤 용량의 저류시설을 건립키로 했다.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만들고 있는 배수펌프시설과 저류시설은 당초 계획한 ‘독봉산 저류시설’을 포함하고, 장평지역까지 침수피해 대책이 넓어졌다고 거제시는 주장하고 있다.

694억원을 들여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만들고 있는 배수펌프시설과 저류시설은 ‘독봉산 우수 저류시설’ 보다 3.5배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거제시는 자신있게(?) 밝히고 있다.

▲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들어서는 배수펌프장
당초 독봉산 저류시설 사업은 국비, 지방비 등 재정사업으로 하기로 했는데, 고현항 재개발 구역 내에 만드는 ‘배수펌프장과 저류조’는 항만재개발 민간사업자가 사업비를 부담하는 ‘민자사업’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에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2013년 7월 4일 거제시의회서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배수펌프장이 설치돼 1시간에 11만톤을 퍼내면 고현 장평 쪽은 지금 상태보다는 훨씬 나아지리라고 확실하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권시장이 말한 1시간 11만톤은 1분 1,920톤에 60분을 곱하면 11만5,200톤이다. 배수펌프장에는 1분당 320톤을 퍼낼 수 있는 배수펌프 여섯대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사업비도 더 많이 들어가고, 독봉산 저류시설 보다 3.5배 처리능력을 가진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배수펌프장과 저류시설’이 설치되면 만조, 해일, 고현천 범람 등이 닥칠 경우 기존 시가지인 고현동 장평동 침수 피해는 완벽하게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모의 실험 결과 ‘배수펌프장을 1분당 1,920톤 최대 가동하더라도 해일이 내습할 경우 기존 고현동은 침수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것도 거제시가 의뢰해 용역을 수행한 한국연안방재학회의 ‘고현항 재개발 평면 배치안에 따른 수리현상(오염확산과 해일침수)의 평가’ 보고서에 밝혀져 있다. 

▲ 한국연안방재학회 보고서 표지
▲ 모의실험 결과 배수펌프장 용량 1분당 1,920톤을 최대 가동하더라도 해일이 덮칠 경우 고현동 기존시가지는 고현천이 범람해 침수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나타난 또 다른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고현항 재개발이 완료된 후에 해일이 내습할 경우 고현동 침수 피해 면적은 0.32㎢로 2003년 태풍 매미 때 고현동 침수 피해 면적과 같다는 결론이 났다고 보고서에 밝히고 있다.
▲ 기존 상태와 고현항 재개발 후 상태를 비교했을 때, 해일이 덮칠 경우 침수 면적은 장평동 93,000㎡를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없다.
권민호 거제시장이 2013년 7월 4일 거제시의회서 “배수펌프장이 완공되면 고현동 장평동은 지금 상태보다는 훨씬 나아지리라고 확실하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해일, 만조, 고현천 범람이 겹쳤을 경우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수펌프장에서 1분당 1,920톤의 물을 바다로 빼내면 고현동 지역 물 흐름이 더 빨라져 범람한 우수는 시가지로 덮칠 것이다.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1분당 수천톤 우수를 퍼내는 배수펌프장을 만들더라도, 한국방재학회에서 내놓은 모의실험 결과대로 해일 등이 내습할 경우 고현동이 침수될 수 밖에 없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여기에는 고현동 침수 방지대책을 세울 경우 반드시 들어가야 할 매우 중요한 침수방지 시설을 빼먹었기 때문이다.

이 침수 방지 대책 시설의 예산은 약 300억원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민호 거제시장을 비롯해 거제시 책임있는 관계자는 빼먹은 고현동 침수방지 대책 시설이 무엇인지 거제시민에게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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