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철, "13년 동안 뭐했나"…권민호 "300억원 들어가는 고현천 정비계획 추가 계획 필요"

■ 480억원 독봉산 우수저류시설 계획 취소한 후 694억원 들여 고현항 재개발 구역 내 배수펌프장 짓고 있지만, 고현동 시가지 침수 막는 기능·역할 미약해 300억원 들어가는 고현천 정비계획 추가 시행 계획   

거제시의회는 이번달 1일부터 16일까지 내년도 거제시 예산 심의‧의결, 각종 조례안 심의, 시정질문 등을 다루는 제189회 정례회를 가졌다.

14일, 15일 이틀 동안 열린 ‘시정질문’에서 박명옥 의원, 이형철 의회운영위원장, 한기수 부의장, 김성갑 총무사회위원장, 최양희 시의원 등 5명이 거제시 현안에 대해 집행부와 ‘갑론을박(甲論乙駁)’을 벌였다.

이들 의원 중 박명옥 시의원과 이형철 의회운영위원장은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고현항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사안을 ‘시정질문’ 주제로 꺼냈다.

시정질문 순서는 14일 박명옥 시의원이 먼저하고, 이형철 의회운영위원장이 두 번째로 했다. 하지만 본사는 이형철 의원의 시정질문을 먼저 기사화 한 후 박명옥 의원 시정질문은 연이어 보도할 예정이다.

이형철 의원은 지난 10월 5일 태풍 ‘차바’ 내습 때 고현동, 중곡지역 등 현장을 돌며 직접 촬영한 동영상, 사진을 근거로 내세우며 ‘시정질문’을 했다.

이 의원은 먼저 “중곡지역은 2003년 태풍 ‘매미’가 내습했을 때 42만㎡가 침수됐고, 이번 태풍 ‘차바’ 때도 중곡지역은 거의 다 침수가 됐다”며 “거제시는 중곡지역의 상습 침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했다.

이 의원은 또 “2003년 태풍 ‘매미’ 내습 후 중곡지역이 침수돼 침수방지 대책 강구가 시급하다는 결론이 났다. 거제시는 약 13년 동안 중곡지역의 해일 홍수 하천 범람 등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어떠한 대책을 강구했는지 물었다.

▲ 2003년 태풍 매미 때 침수 피해를 입은 지역(왼쪽 붉은 선 안). 한국연안방재학회가 지난해 1월 2003년 태풍 매미 때와 같은 조건으로 수리 모형 실험을 한 결과 시가지 침수 범위
세 번째로 이 의원은 “거제시가 예산을 들여 한국연안방재학회에 용역을 의뢰한 연구보고서의 모의실험 결과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1분에 1,920톤, 1시간 11만톤을 퍼내는 배수펌프장을 만들어 (고현동 우수를) 퍼내더라도 (해일이 밀려올 경우) 고현천이 범람해 고현동 매립지 시가지가 침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거제시는 고현동 지역 침수는 어쩔 수 없다고 내버려 둘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침수 방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캐물었다.

거제시는 이형철 시정질문에 대해 14일 김양두 시 안전도시국장이 먼저 나서 답변을 했다. 김 국장은 “태풍 차바 때 중곡지역 침수 원인은 천문조에 의한 조위(潮位) 상승과 집중호우, 강풍을 동반한 해일이 만조시간과 겹쳐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김 국장은 중곡지역 침수 방지 대책에 대해 “2012년부터 시행한 ‘연초천 고향의 강 조성사업’에 하천범람을 해결하기 위해 홍수방어벽을 설치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이 답변한 ‘홍수방어벽’의 내용과 사업규모 등이 궁금해 시 담당부서에 확인한 결과 이는 중곡동 수월천이 연초천과 만나는 지점 예인유치원 편과 맞은편 지역에 50㎝ 높이로 방어벽을 설치하고, 사업비는 3,300만원에 불과했다.

김 국장은 이어 “2017년 거제시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해 중곡지역의 침수 원인 분석과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13년 동안 중곡지역 침수 방지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실토하는 답변이나 다름없다.

거제시는 고현동 기존 시가지 침수 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짓고 있는 배수펌프장이 고현동 저지대에 대한 침수방지대책으로 기존 독봉산 우수저류시설에 대체되는 시설이다’고 주장했다.

거제시의 이같은 답변은 694억원을 들여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만들고 있는 배수펌프장이, 480억원을 들여 올해 연말까지 독봉산에 짓기로한 5만톤 규모 ‘우수저류시설’의 기능과 역할을 ‘대체’하는 시설이 될 것이다는 논지의 답변이다.

그런데 김양두 국장은 추가 답변에서 “한국연안방재학회에 따르면 현재 홍수위보다 낮아 하천 범람이 우려되는 부분은 2015년부터 고현천 정비사업을 국토교통부 사업계획에 300억원의 예산을 반영시킴으로써, 실시설계를 2018년에 착수하여 완료되면 고현동 저지대 지역에 대한 침수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국장의 답변은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짓고 있는 배수펌프장이 해일 홍수 등으로 고현천이 범람할 경우 고현동 저지대 침수를 전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거제시가 인정하는 격이다. 고현천 정비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300억원이 더 들어간다고 밝혔다.

결국 배수펌프장 694억원, 고현천 정비사업 추가 300억원을 합치면 994억원이다. 기능과 역할에는 다소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독봉산 우수 저류시설의 480억원에 비해서는 2배 넘는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 지난해 1월 한국연안방재학회가 현 상태의 고현항과 고현항 재개발 후 해일 침수 피해 수리 모형 실험을 한 결과 장평동 9만3,000㎡를 제외하고는 매립 전후 침수피해 면적은 거의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 이형철 거제시의원과 권민호 거제시장(오른쪽)
이날 이형철 의원의 시정질문에서 ‘백미(白眉)’ 는 권민호 거제시장과 주고 받은 20분 가량의 보충질문이었다. 이 의원은 먼저 권민호 시장에게 지난 10월 5일 태풍 ‘차바’가 닥쳤을 때 고현동 거제수협 밑 대로 2-2호선, 중곡지역 해안도로 침수 동영상, 흙탕물인 고현천 물이 만조‧해일로 역류하는 동영상 등을 보여줬다.

이형철 의원은 권 시장에게 ‘침수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권 시장은 “중곡동 매립지 지반고가 2.5m인데, 태풍 차바 때 만조‧해일로 수위가 3.16m가 돼 시가지로 범람했다. 육지부 우수는 만조시간과 맞물려 역류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 의원이 “(2003년 태풍 매미 후) 1년도 아니고 무려 13년이나 지났는데 아무런 대책을 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고 말하자, 권 시장은 “대책이 없는 게 아니라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중곡동은 지대가 낮아서 대부분 만조시에 범람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다. 해안변 도로 쪽에 시각에 장애가 되지 않는 범위 내 파라펫(parapet) 낮은 장벽을 설치할 수 있고, 미남크루즈 주차장 부지에 우수저류시설도 설치하면 안되겠느냐는 방법입니다만…”이라고 답변했다.

■ 이형철, "13년 동안 중곡동 침수 대책 세우지 않은 것은 권민호 시장도 책임 있다"

이형철 의원은 “13년 동안 아무 대책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 (권민호) 시장님도 책임이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자, 권 시장은 “자연재해로 일어나는 문제를, 사실은 10년에 한번 올지, 20년에 한번 올지 모르는 상황을 가지고…”라고 말을 이었다.

이어서 이형철 의원과 권민호 시장 간에 이번 태풍 차바 때 중곡지역 침수 원인을 놓고 ‘옥신각신’했다. 이 의원은 ‘태풍 차바 때 만조‧해일 시간에 고현천 물이 고현항 매립이 안되었을 경우는 고현항 넓은 지역으로 퍼져 중곡동 침수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현항 매립으로 인해 고현천 물이 어디 갈데가 없어 중곡동 지역으로 넘쳤다’고 주장했다.

권민호 시장은 “이형철 의원이 고현항 재개발 때문에 중곡동이 침수됐다고 의정 단상에서 일반 시민들처럼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성 있는 발언이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시민들한테 물어보니까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형철 의원이 “중곡지역 침수를 막기 위해서는 해안변이나 하천변에 1m50㎝ 방어벽을 설치하고, 미남크루즈 주차장, 완충녹지, 중공 농협 뒤 공원 지하 등에 저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대책이 될 것 같다. 시장의 생각은 어떠한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권 시장은 “해안변에는 차벽 설치가 가능하고, 중곡지역 우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현항 재개발 구역안에 짓고 있는 배수펌프장에 (중곡동 지역 우수 펌프를) 연결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 이형철 "고현항 재개발 후 기존 시가지 침수되면 돌팔매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형철 의원과 권민호 시장 간에 감정이 다소 격해진 것은 고현천 치수 대책을 놓고 주고 받은 대화였다.

이 의원이 “고현동 침수를 막기 위해 480억원을 들여서 독봉산 저류지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고현항 재개발 하면서 1분에 1,900톤을 퍼내는 배수펌프장으로 대체했다. 장평동 고현동에 내리는 우수는 1분당 최대 1900톤 빼내는 것은 좋다. 그러면 고현천에 대한 대책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권 시장은 이에 “고현천은 국토부에 고현천 재정비사업을 300억원 정도 이미 반영이 돼 있다. 내년에 설계를 통해서 2018년도 아니면 2019년도에 고현천 하류부분에 정비사업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현천이 범람하는 것을 막을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형철 의원이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배수펌프장을 설치하는 것은 고현천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 않느냐”고 묻자, 권 시장은 “그렇죠. 고현천이 넘어서 고현동 저지대에 넘어 올 수 있다. 그 부분은 배수펌프장에서 커버를 한다”고 했다.

이형철 의원이 “고현천이 (해일이나) 만조로 (기존 고현동으로) 범람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묻자, 권 시장이 “그거는 어쩔 수가 없는 거죠. 자연재해에서 일어나는 것을 배수펌프장에서 그 많은 물을 담아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건 어쩔 수 가 없죠.”라는 논지로 답변을 했다.

이형철 시의원은 “고현천이 넘어오면 천재지변이니까 어쩔 수 없이 당하라는 것이냐.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인재다. 고현천이 범람하는 것을 막을 때까지 막아야 하는 것이지, 그걸 안 막는다면 인재가 된다. 천재지변도 우리가 할 수 있는데까지 최대한 노력을 해야 인재가 안되는 것이다”는 논지의 발언을 했다 .

권민호 시장은 “고현천 제방을 높일 경우 도시미관 문제도 있다. 미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침수 방지 대책을 여러 가지 전문기관을 통해 강구하겠다. 고현천 정비사업에 고현천 바닥을 더 깊게 파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형철 시의원은 보충질문 마무리 발언으로 20분간 보충질문을 마쳤다. 이 의원은 “고현항 재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 고현항 재개발로 기존 시가지 피해가 없어야 한다. 수십년째 고현지역에 살고 있다. 태풍 차바 때는 많은 비가 안왔다. 그런데 고현동 장평동 중곡지역이 광범위하게 침수됐다. 시장님은 거제발전을 위해 고현항 재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하겠지만 만에 하나 고현항 재개발 후 기존 시가지에 침수 피해가 다반사로 일어난다면 그 후에 닥칠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시의원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돌팔매를 맞을 것이다. 시민들에게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며 질의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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