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동·중곡동 해일·홍수 침수 방지대책 관련 거제시 위민(爲民) 정책 아쉬워

▲ 고현항 항만재개발 1단계 매립 사업이 많이 진행됐다.
본사는 지난 10월 5일 태풍 ‘차바’가 내습했을 때 고현동 장평동 중곡지역이 광범위하게 침수되는 사태를 접하고 침수 원인 파악 및 대책 강구가 시급하다고 여러 차례 기사를 썼다. 언론이 시민의 생명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은 언론의 여러 기능 중 가장 중요한 ‘순기능’에 깊은 사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태풍 차바 때 기존 시가지 침수 피해 상황은 아래 관련기사를 클릭하면 상세히 볼 수 있음>

2003년 태풍 매미가 내습했을 때 고현동·장평동·중곡동·연초면 오비지역이 광범위하게 침수돼 많은 피해를 입었다. 침수면적은 96만㎡(29만400평)였다. 침수된 지역은 주로 매립지였다.

‘인간은 자연 앞에 너무나 무력하다’는 사실은 태풍·홍수·해일 등을 겪을 때 경험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힘에 그냥 무기력하게 당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대비책을 세우고, 자연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2003년 태풍 매미 내습 후 시가지 침수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제시가 나서 몇몇 대책을 세웠다. 그 중 90억원을 들인 수월자연재해위험방지대책은 지난 11월 30일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지난 10월 5일 태풍 차바 때 수월동 지역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중곡동 매립지역은 태풍 매미 때 약 42만㎡(12만7,000평)가 침수됐다. 그런데 지난 14일 이형철 시의원의 시정질문에서 드러났듯이 거제시는 태풍 매미 후 1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자연재해방지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거제시는 13년 동안 도대체 뭐했느냐’고 이형철 의원이 다그치자, “연초천 고향의 강 사업 일환으로 연초천변에 방호벽을 만들고 있다. 내년에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해 중곡지역의 침수 원인 분석과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확인결과 연초천 고향의 강 방호벽 구축 사업은 연초천과 수월천이 만나는 양쪽 저지대 150m에 50㎝ 방호벽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예산은 3,300만원에 불과했다.

중곡지역의 침수 원인 분석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13년 동안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거제시의 ‘용기있는’(?) 답변에 혀를 내두를 따름이다.

거제시는 2011년에 고현동 저지대 침수 방지 대책을 세웠다. 그대로 시행돼 올해 연말 완공됐으면, 이번 태풍 차바 때 고현동 저지대 침수피해는 거의 입지 않았을 것이다. 고현천 우수가 기존 고현동 저지대로 넘치는 것을 ‘1차적으로’ 막고, 또 고현항 바닷물이 고현시가지로 역류하는 방류관 차단시설을 한 후 그 다음 기존 시가지에 내리는 빗물을 독봉산 지하 5만톤 ‘저류조’에 일시적으로 가둬 기존 고현동 저지대 침수피해를 막는 것이 사업 요체였다.

고현동 저지대 침수 방지대책은 고현항 재개발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권민호 시장은 “독봉산에 만들기로 한 저류시설은 고현항 재개발 때문에 받은 사업비를 반납했다.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만드는 배수펌프장이 독봉산 저류시설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배수펌프장 기능은 독봉산 저류시설보다 3배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독봉산 저류지 480억원은 거제시비 144억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694억원의 배수펌프장은 거제시비가 하나도 안들고 민간사업자가 예산을 모두 부담한다.”는 논지로 지금까지 거제시의회 등에서 발언했다.

거제시는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만들고 있는 배수펌프장이 2011년에 계획한 ‘독봉산 저류시설’을 대체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배수펌프장은 1분당 최대 1,920톤(1분당 320톤 용량 배수펌프 6대 설치)의 물을 고현항 매립지 끝지점으로 퍼내는 시설이다.

거제빅아일랜드PFV(주)가 지난해 6월 작성한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 설계보고서’에 배수펌프장의 설계 기본 방향 세 가지 중 첫 번째가 ‘고현항 주변 기존 시가지 내수침수 방지’다. 배수펌프장을 만드는 목적이 고현동 장평동 등 기존 시가지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고 명확히 밝혀져 있다.

그런데 거제시가 예산을 들여 한국연안방재학회에 맡긴 연구보고서(2015년 1월 22일)에 “고현항 재개발 구역에 만드는 배수펌프장을 풀가동하더라도 해일이 내습할 경우 고현동 저지대는 침수피해를 입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침수 피해 면적도 2003년 태풍 매미 때 고현동 침수 피해 면적 32만㎡(9만6,800평)와 같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연안방재학회의 모의실험결과 해일이 내습했을 경우 고현동 저지대가 침수되는 원인은 고현천의 ‘외수(外水)’가 기존 시가지로 범람해 고현동 저지대가 침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연안방재학회 연구보고서는 지난해 1월 22일 거제시에 최종적으로 납품했다.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 설계보고서는 지난해 6월 최종적으로 마무리됐다.

결국 지난 1월 마무리된 한국연안방재학회의 연구 보고서에 나타난 고현동 저지대 침수 원인에 이어 고현동 저지대 침수 방지 대책은 지난해 6월 끝난 ‘고현항 항만재개발 사업 설계보고서’에 반영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추후 취재보도 예정)

‘고현천이 범람해 고현동 저지대를 덮쳐도 그것은 고현항 재개발과 관련이 없다. 배수펌프장은 단지 고현동 장평동의 ‘내수(內水)’ 침수 방지를 위한 시설에 국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형철 거제시의원이 지난 14일 시정질문에서 “장평동 고현동 기존 시가지 우수는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만들고 있는) 배수펌프장으로 1톤당 1,920톤 퍼내는 것으로 치자. 그러면 (고현항 재개발 사업에) 고현천 대책은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권민호 시장은 답변에서 “고현천 정비사업을 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300억원을 반영시켜 놓았다. 내년에 설계를 해서 고현천 하류부분 정비사업에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현천이 범람하는 것을 조금 더 저감시키고 막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형철 의원이 “그렇다면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배수펌프장을 설치하는 것은 고현천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죠”라고 묻자, 권민호 시장은 “그렇죠. 고현천이 넘어서 고현 저지대에 올 수 있다.” 라고 말했다.

권민호 시장의 이날 답변은 고현항 항만재개발 사업에 포함된 배수펌프장은 고현천 범람으로 인한 고현동 저지대 침수 방지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추가로 예산이 300억원 더 들어간다. 300억원 중에 거제시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 480억원(독봉산 저류시설)에 할 수 있었던 시설이 694억(배수펌프장·추후 사업비 검증이 필요함)과 300억원(고현천 정비계획)을 합쳐 994억원, 480억원보다 514억원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권민호 시장은 배수펌프장이 고현동 저지대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가 이제와서는 또 300억원을 들여 고현천 정비계획을 세워 시행하면 고현동 저지대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는 등  발언의 일관성을 찾기가 어렵다. 

이형철 시의원은 지난 14일 시정질문 마지막에 권민호 거제시장에게 충고의 말을 했다. 이 의원은 “시장님은 거제 발전을 위해서 충정으로 고현항 재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하겠지만, 만에하나 고현항 재개발 후침수피해가 기존 시가지에 다반사로 일어난다면 그 후에 닥칠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책임은 시의원도 면하기 어렵다. (시민에게) 돌팔매를 맞을 것이다. 시민들에게 두고두고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깊이 생각해봅시다”고 끝맺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된 것은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信賴)를 잃었기 때문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위정자(爲政者)들은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배를 엎을 수도 있다. 세상에는 백성보다 더 두려운 것이 없다”고 한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글귀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민유수야 수능재주 역능복주 물무험어민자의(民猶水也 水能載舟 亦能覆舟 物無險於民者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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