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조도 인근…실종 아버지, 아들 결국 둘 다 '주검'으로

■ 29일, 통영시 용남면 주민…아버지 구하려 아들도 바다에 뛰어 들어 참변

세밑 한파가 몰아친 29일. 부자는 2016년을 갈무리하는 마지막 굴 수확작업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바다로 나섰다. 차디찬 겨울바다는 두 사람에겐 삶의 터전. 하지만 그 바다에 빠진 아버지는 29일 주검으로 발견됐고 '살려 달라'는 부친의 외침에 무작정 바다로 뛰어든 아들도 30일 끝내 '주검'으로 돌아왔다. 

통영해양경비안전서에 거제시 사등면 가조도 인근 굴양식장에서 작업 중이던 통영시 용남면 주민 어장주 A(60) 씨와 아들 B(32) 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29일 오전 11시 11분. 해경은 해군 등 유관기관, 민간 해양구조대를 총동원해 수색에 돌입했다.

사고소식을 접한 굴수협과 동료 어민들도 발벗고 나섰다. 수색 5시간여 만인 오후 4시10분, 실종 지점에서 200m 떨어진 인근 해역에서 A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119구조대 잠수부가 바다속 양식장 시설에 걸려있던 A 씨의 시신을 찾아냈다. 통영해경은 아들 B씨 시신도 30일 오전 10시 30분 숨진채 인양했다고 밝혔다.

해경과 주변인들에 따르면 이들 부자는 이날 오전 5시께 굴박신장이 있는 통영시 동암항에서 또 다른 작업 인부 C 씨와 함께 4t급 양식장 관리선을 타고 가조도 해역 양식장에 도착했다.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씨에 바닷물은 얼음장이었지만 올해 마지막 작업이라 힘을 냈다.

굴채취 바지선에 오른 세 사람은 4시간여 에 걸쳐 오늘, 내일 이틀간 작업할 물량을 건져 올렸다. 수확된 굴더미를 박신장까지 끌고 가려 바지선과 관리선을 밧줄을 묶는 순간, A 씨가 바다로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A 씨는 "살려달라" 외쳤고 아들 B 씨는 곧바로 바다에 몸을 던졌다. 두 사람 모두 바닷바람을 견디려 옷을 2~3겹 껴입은 데다 방수복까지 착용한 상태. 장화까지 신어 허우적거리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바지선으로 다시 올라온 B 씨는 몸에 걸친 옷을 내던지곤 다시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게 C 씨가 목격한 두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새해를 목전에 두고 들려온 안타까운 소식에 가족들은 물론, 동료, 지인들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A 씨는 자수성가로 3ha 규모의 굴양식장을 일궈낸 1세대 양식어민. B 씨는 그런 아버지의 가업을 이으려 올해로 꼬박 10년째 아버지 곁을 지켰다. 주변사람들은 A 씨를 무뚝뚝하지만 정이 많고 속이 깊은 사람, B 씨를 사위 삼고 싶은 아들이라고 했다.

몇해 전 결혼한 B 씨에겐 4살, 2살된 아들도 둘이나 있다. A 씨가 자신의 아들보다 아끼던 손주들이다. 가족들은 두 손주에겐 차마 사고소식을 전하지 못한 상태. 가족들은 '혹시나'하는 희망을 안고 날이 저물어도 선창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30일 아들마저 숨진 채 발견돼 애통한 심정은 세밑을 더욱 꽁꽁 얼어붙게 했다. <부산일보 김민진 기자의 기사 인용보도> 

▲ 통영해경과 동료 어민들이 총동원돼 굴양식장에서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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