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 검찰 구형 그대로 선고…김갑중 전 부사장은 징역 7년

5조원대 회계사기(분식회계)와 21조원대 사기대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2)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사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갑중 전 부사장(62)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고 전 사장에게 징역 10년, 김 전 부사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이 재임 시절 가담한 회계분식의 규모로 영업이익 1조8624억원, 당기순이익 1조8348억원이라고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고 전 사장이 영업이익 기준 2조7829억여원 상당의 회계 사기를 저질렀다고 봤지만, 검찰의 판단보다 1조원 가량이 줄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한 금융기관의 대출 등 피해액이 2조4447억원, 무보증사채 등 발행으로 인한 피해액이 8500억원, 대우조선에 대한 배임으로 인한 피해액은 1277억원이라고 밝혔다.

김 전 부사장의 회계분식으로 인한 금융기관의 대출 등 피해액은 18조1685억원, 무보증사채 발행 피해액은 2조1500억원, 대우조선에 대한 배임 피해액은 99억원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의 양형 이유에 대해 "회계분식으로 시장의 불신을 야기하고 거래를 위축시켜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의 발전을 저해했다"며 "대우조선의 재무상태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도 막대한 손해를 입혀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이어 "대우조선 입장에서도 구성원들이 회사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해 조기에 구조조정으로 회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부실의 정도가 더욱 심해진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고 전 사장의 책임이 인정되는 회계분식의 규모는 엄청나다"며 "피고인에 의해 부풀려진 대우조선의 재무상태를 그대로 믿고 투자한 다수의 일반 소액 투자자들이 주가 폭락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 전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전부터 각 사업부로부터 정기적 보고를 받는 등 당시 대우조선의 수익 상황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직위 유지에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는 회사 매출을 늘려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하고 연임을 도모하며 성과급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의 죄가 2013~2014년 회계분식에만 해당하며, 2012년의 회계분식에 대해선 관련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연관이 있는 사기 대출과 부정거래, 임직원에게 성과급이 지급된 점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 참작 요소에 대해 "대우조선의 대규모 손실과 공적자금의 투입은 고 전 사장의 책임만으로 귀속할 수는 없다"며 "회계분식을 적극적으로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고 편취 이익과 부정거래로 인한 이익은 모두 대우조선에 귀속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고 전 사장은 재임시절 예정원가를 임의로 축소하거나 매출액을 과대 계상하는 등의 수법으로 순자산(자기자본) 기준 5조7059억여원, 영업이익 기준 2조7829억여원 상당의 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회수가능성이 희박한 장기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낮게 설정해 판매비 등을 조작하거나 부실 해외자회사 관련 투자·대여금 등 채권손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 방법으로 비용을 과소계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 전 사장은 또 회계사기로 조작된 경영실적을 토대로 임원에게 99억7000만원, 종업원에게 4861억원 등 4960억7000여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혐의도 있다. 허위로 꾸며진 회계와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얻은 신용등급을 이용해 2013~2015년 은행으로부터 21조원 상당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 등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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