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준 부시장이 말한 "정치꾼의 말장난에 놀아날 생각은 없다"는 의미가 무슨뜻인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후 대통령 선거에 출마 뜻을 두고 광폭(廣幅) 행보를 한 지 19일 1주일이 됐다. 정치인들은 의례 ‘보여주기식’ 정치 행보를 많이 한다. 그런데 1주일 동안의 행보가 잦은 구설(口舌)에 오르고,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물론 반 전 총장을 폄하하고자 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한 중앙일간지는 19일 ‘대선 팩트 체크’라는 한 면 분량의 기사를 통해 “반기문 1주일…구설 오른 15건 확인해보니 7건이 허위”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이례적으로 내보냈다. 이 기사에 나머지 8건은 ‘사실이다’는 제목은 특별히 뽑지 않았다.

중앙일간지의 팩트 체크 결과 ‘사실’인 것은 프랑스 생수 집었다 내려놓음, 공항철도표 발매기에 2만원 한꺼번에 투입, 방명록 쓸 때 쪽 ‘커닝’,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에게 ‘유가족’이라 발언, 국기에 대한 경례 때 목례, 청년들에게 “일 없으면 해외 나가 봉사라도 해라” 발언, 화재 현장에서 아이와 기념촬영, 위안부 관련 질문한 기자에게 “나쁜 놈들” 등이었다고 자상하게(?) 기사를 적었다.

중앙일간신문의 취재 결과 허위로 밝혀진 사실도 이미 국민의 뇌리에는 반기문 전 총장의 이미지로 깊게 각인됐다. 한번 각인된 장면 현상 등은 국민의 생각에서 백지 상태로 다시 되돌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서일준 거제시부시장이 지난달 26일 거제시 부시장으로 다시 부임한 지 1개월이 다 돼 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서일준 거제부시장, 선거용 인사인가’라는 논평을 냈다. 본사도 지난해 12월 28일 ‘논평’ 기사를 통해 거제 더불어민주당 논평을 중심으로 기사화했다.

지역의 한 신문도 서일준 부시장 재부임을 놓고 “시장선거 출마 배수진이야, 호사가들 호들갑이냐” 제목으로 기사를 다뤘다. 이 기사에 언급된 기사 내용 중 서일준 부시장의 발언이 새삼 눈길을 끌었다.

이 신문은 “서 부시장은 ‘공무원 부임을 두고 정당에서 논평을 낸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부시장으로 일하면서 맡겨진 임무를 소홀히 한 채 정치적 행보만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현 시점에서 더민주의 문제제기는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고 서 부시장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이어서 “서 부시장은 ‘공무원 생활이 8년이나 남았다’며 ‘지역이 가장 어려운 시기임에도 정치적 이해관계만 따지는 일부 ’정치꾼‘들의 말에 놀아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고 서 부시장 발언을 덧붙였다.

▲ 지역언론에 보도된 서일준 부시장의 발언
여기서 ‘맡겨진 임무를 소홀히 한 채 정치적 행보’, ‘공무원 생활이 8년이나 남았다’, ‘일부 정치꾼들의 말에 놀아날 생각은 없다’는 발언이 눈에 띈다.

▲ 서일준 부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사진(제일 위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지않았지만, 본사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였음)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지난 14일 충북 음성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자신이 턱받이 앞치마를 하고 누워 있는 할머니에게 미음을 먹여 봉사 수칙을 어겼다는 지적이었다. 꽃동네 관계자는 뒤늦게 “모든 봉사자가 턱받이 앞치마를 한다. 당시 할머니 몸은 수평이 아니었고, 반 전 총장은 미음을 소량 먹여 수칙대로 한 것이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이 꽃동네 관계자의 발언처럼 설상 원칙과 기준을 지켰더라도 국민들은 ‘보여주기식 쇼다’고 이미 판단을 내리고, ‘반 전 총장도 정치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네. 지겹다’는 평가를 내린다.

정치인들은 오늘은 어디어디를 갖고, 무슨 일이 있었다고 페이스북에 자주 올린다. 오는 4월 12일 거제시의원 보궐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은 페이스북 등 SNS에 부지런히 활동을 올리고 있다. 이에 반해 공무원들은 복지 시설을 방문하는 것이 하나의 업무이기 때문에 굳이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지 않는다.

서일준 부시장이 19일 밤 ‘페이스북’에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이날 낮 설 명절을 앞두고 애광원, 성지원, 실로암 등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공지했다. 공무원인 서일준 부시장이 업무 중에 한 행위를 ‘자랑인듯’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은 ‘정치적 행보’가 아니고 무엇일까? 나아가 사진 중에 어린 장애우들과 노는 장면, 장애우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고 장애우 얼굴이 그대로 노출이 돼 있다. 장애우들의 ‘초상권’은 보호되지 않아도 되는가?

▲ 서일준 부시장의 페이스북에 게재돼 있는 사진(본사는 장애우들과 공무원은 모자이크 처리하였음)
또 서일준 부시장이 지역 신문에 한 발언 중 ‘일부 정치꾼의 말에 놀아날 생각은 없다’는 부분이다. 지역신문이 언급한 서 부시장의 발언 앞뒤 문맥으로는 ‘거제더민주당의 논평을 일부 정치꾼의 말로’ 연결지을 수 있다.

국가공무원법에 공무원은 ‘정치운동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또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정치적 행위’도 금지시키고 있다. 여기서 ‘특정 정당 또는 정치단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서 부시장이 지역 언론에 말한 ‘일부 정치꾼의 말’이 더민주당 논평을 지칭한다면 누가봐도 거제더민주당을 ‘비난’, ‘비방’, ‘폄하’하는 발언이다.

‘일부 정치꾼의 말’이 거제더민주당을 지칭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 거제시민을 지칭한 것이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 정치꾼=거제시민’을 지칭한다면 더 큰 문제다. 거제 부시장은 불특정 시민을 ‘정치꾼’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평소 ‘대시민관’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서 부시장은 ‘공무원 생활이 8년이나 남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 다음에 이어질 말은 상식적으로 크게 두 가지다. 문맥상으로 공무원 생활이 8년 남았기 때문에 내년에 실시되는 거제시장 선거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다. 2022년이나 2026년 시장 선거는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고 연결지을 수 있다.

또 반대로 다른 시장 후보는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 출마하지만, 오히려 젊음을 앞세워 더 빨리 거제시장을 하고 싶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서 부시장은 그 다음 말은 잘 하지 않는다. 서 부시장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말고 ‘내년에 거제시장 선거에 출마할 뜻이 있다. 없다’ 등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말장난으로 시민을 현혹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지금 거제시 경제는 ‘사느냐 죽느냐’ 절체절명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시장은 도지사 한번 해보겠다고 눈은 바깥으로 쏠려 있다. 새로 온 부시장은 위기의 거제를 구하기 위해 밤을 세워 대책을 논의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다른 공무원이 가도 충분한데 무슨무슨 시설을 방문했다고 한가하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 표류하는 거제시가 너무 걱정이다”고 했다.(몇몇 사회복지시설이 실명으로 거론된 점은 서일준 부시장이 페이스북에 사회복지시설을 실명으로 노출시켜 놓아서 인용보도했다. 기사 내용은 실명이 거론된 사회복지시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혀둠. 또 지역 경기 위축으로 사회복지시설 운영에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민의 따듯한 손길이 절실한 실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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