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탈당계 제출…지역 정치권 맹주(盟主) 자리놓고 정치 소용돌이 예고

▲ 권민호 거제시장

권민호 거제시장은 18일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정당법에 시ㆍ도당 또는 중앙당에 탈당계를 접수시킨 후 탈당 효력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권민호 거제시장은 이제 무소속 거제시장이 됐다.

17, 18일 이틀 동안 권민호 시장은 자유한국당 탈당 이유를 밝히면서 “당분간은 무소속으로 있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무소속으로 있을 것이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권 시장도 “(다른 당에서) 입당 요구가 있다”는 사실도 같이 언급했다. 권 시장과 가까운 A 정치인도 18일 본사와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입당 제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고 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모양으로 정당에 입당을 할 지가 관심사다. 권 시장의 한 측근은 18일 본사와 통화에서 입당할 당, 입당 시기 등에 매우 구체적인 발언을 했다. 이 측근은 “계속해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입당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같은 동향(同鄕)이 제일 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YS 이후에 두 번째 거제 출신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고 나갈 사람이다. 고향 출신 시장이 먼저 탈당하고 도와줘야 될 것 아닌가. 그래야 현안 사업 도움 받을 여지가 생기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덧붙여 “결심할 때는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 쉽게 결심을 못하고 있다. 무소속으로 있으면서 열심히 돕겠다는 논조인데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의 B 정치인은 권민호 시장과 지역 유력 정치인이 더불어민주당에 먼저 입당 가능 여부를 타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자유한국당 거제당협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도‧시의원 등이 선대본 대책회의를 가질 때 김한표 의원이 언급한 발언 내용도 ‘권 시장의 더불어민주당 선 입당 여부 타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날 회의에 참석한 C 시의원은 “김한표 의원은 ‘지역의 정치인 등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 여부를 문의했다는 사실이 자기한테 소식이 들어온다’고 말했다며 ‘지역구 국회의원을 난처하게 만들지 말고 다른 당으로 갈려면 국회의원에게 먼저 말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김한표 의원은 이에 대해 “선대본 대책회의 때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이같은 분위기가 권민호 거제시장에게도 바로 전달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김한표 의원이 이같은 발언을 한 바로 다음날인 17일 권민호 시장이 김 의원과 오찬 모임을 갖고 ‘탈당 결심’을 전달했다.

취재 결과, 권민호 시장이 자유한국당 탈당을 결행하게 된 가장 주된 이유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무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D 정치인은 “권 시장은 주말만 되면 경남 전체를 다니면서 도지사 보궐선거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보궐선거가 막상 무산되자 허탈감이 매우 컸을 것이다”며 “이러한 허탈감이 자유한국당의 탄핵 책임론 등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탈당 명분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내년 경남도지사에 도전해도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D 정치인은 “이번 대통령 선거 후면 경남의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뀔 것이다. 자유한국당 후보로는 내년 도지사 선거 승리를 보장하기 힘들 것이다. 권 시장이 탈당을 결행하고, 더불어민주당 입당 등을 검토하는 것은 내년 도지사 도전도 고려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고 했다.

권 시장은 탈당 명분으로 거제 발전론을 꺼내고 있다. 그는 “사곡국가산단, 남부내륙철도, 해양플랜트지원센터, 950억 규모 명진터널, 송정~문동간 국지도 등 굵직한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며 “적폐 정당으로 불리는 당에 남아있으면서 어떻게 정부 지원을 요구하겠느냐”고 언론에 언급했다. 또 다른 언론에 권 시장은 “여러 사기 상황을 놓고 고민한 결과 거제 시정을 더 바르게 이끌고 당면한 시정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탈당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지역의 E 정치인은 “권 시장이 그동안 자유한국당 당원으로써 자유한국당 소속인 지역구 국회의원과 보조를 맞추어서 국비 확보, 현안 사업 추진 등을 하지 않았느냐”며 “권 시장이 이제 자유한국당에서 탈당을 했기 때문에 지역구 국회의원과 사사건건 대립 관계에 서게 될텐데 거제 발전론을 탈당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어쩐지 궁색한 변명으로 보인다”고 했다.

권 시장의 ‘탈당’을 지역 정치권의 맹주(盟主)가 되기 위한 정치적 행보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실제로 권 시장은 최근 새거제신문과 인터뷰서 “김 전 의원뿐만 아니라 어떤 누구도 도덕성을 상실한 사람은 지도자를 하려고 해서도 안되고,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권 시장이 언급한 ‘김 전 의원’은 김해연 전 도의원을 지칭한다. 하지만, ‘도덕성을 상실한 어떤 누구도’에는 최근 송사(訟事)를 겪고 있는 김한표 국회의원도 지칭한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지역의 F 정치인은 “지역의 정치적 맹주가 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권 시장이 데려온 서일준 부시장도 짐이다. 권 시장이 국회의원이나 도지사로 자리를 비켜주어야 서일준 부시장에게도 거제시장 도전 길이 열린다. 그러한 것을 내면에 계산을 하고 탈당을 결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동반 탈당 동조 세력 규합 문제다. 권 시장은 ‘동반 탈당하는 정치인이 있느냐’ 물음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그분들이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고 말했다. 반대식 거제시의회 의장은 17일 밤 ‘페이스북’에 “오늘 권민호 시장님 동정을 보면서 고뇌하는 중이다”고 밝혔다가, 18일 아침에 이같은 내용을 삭제했다. 동반 탈당이 예상되는 정치인 등에게 확인한 결과 동반 탈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절대 다수였고, 일부 정치인은 “정치는 신의와 신뢰다. 권민호 시장의 탈당 결행을 간곡하게 말렸다”고 전했다.

권 시장의 탈당을 ‘패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G 정치인은 “대통령 선거 후에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정계 개편이 있을 것인데, 그 때 탈당 여부를 결행해도 될텐데”라며 “이번 판단은 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이번 탈당에 대해 자신의 한계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권 시장은 ‘자신의 탈당이 대선과 관련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정치의 길은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탈당이 특별한 뉴스거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언론에 밝혔다.

아무튼 권민호 거제시장은 이제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인생사(人生史) 온갖 산전수전(山戰水戰)을 다 겪은 권 시장이 앞으로의 정치 행보를 어떻게 할 지 관심이 쏠린다.

김한표 국회의원은 18일 전화 통화에서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에 진력(盡力)을 쏟은 후인지, 권 시장의 탈당 사태에 대해 극도로 발언을 아끼면서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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