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사장 백병원 장례식장 방문 …최소 2주 공장 가동 중단 …수사본부, 사고 원인 본격 조사

■ 무릎 꿇은 삼성중 사장 "수습에 최선"…유족 거센 항의·오열

박대영 삼성중공업 대표이사가 2일 크레인 사고 사망자 6명 전원이 안치된 경남 거제 백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유족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박 대표이사는 이날 오후 9시 17분 장례식장 입구에 승용차를 타고 임원 여러 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박대영 사장 구속하라'는 유족 측 고성과 욕설 속에 장례식장으로 들어와 취재진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유족 측이 대기 장소로 쓰던 분향실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유족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박 대표이사는 거칠게 항의하는 유족 측 눈을 일일이 마주보며 "이미 돌아가신 분을 살려낼 방법은 없고 최선을 다해서 (수습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응급 처치를 얼른 제대로 하지 못해) 살 사람을 죽여버렸다"는 유족의 오열에 "그런데 아시겠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다쳐서"라고 대답했다가 "유치원생이 봐도 응급한 사람들을 옮겨야 한다는 걸 알 수 있겠더라"는 타박을 받기도 했다.

박 대표이사는 대화 중간에 유족과 협력업체 관계자 간 이야기가 이어지자 양반다리 자세로 바꿔 이야기를 들었다.

이어 박 대표이사는 다른 사망자 가족 대기실을 찾았다가 사고 현장 입회를 요청을 받자 "저도 못 들어간다. (가더라도) 보이질 않아요"라며 다소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 사이 장례식장 복도에서 유족과 협력업체 관계자간 다툼이 벌어지면서 고성이 오가고 화환이 넘어지는 등 사태가 벌어지자 임원들이 박 대표이사를 장례식장 옥상으로 급히 대피시켰다.

10분가량 옥상에 사실상 고립되다시피한 박 대표이사는 "(삼성중공업 관계자들이 여태껏 장례식장을 찾지 않은 건) 잘못된 것"이라며 "협력업체와 충분히 논의해 가능한 빨리 (해결이)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후 9시 54분 차량을 타고 장례식장을 빠져나가기 직전까지 "정식으로 사과하라"는 유족 측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박 대표이사는 차량 탑승 전 협력업체 측에는 "잘 수습하고, 유족과 협의해달라"며 "저희와 (협의를) 같이 해야죠"라는 말을 남겼다.

유족 측은 박 대표이사가 떠난 이후에도 유족 전원을 만나지 않고 현장을 떠난 데 대해 울분을 토했다.

유족 측은 "원청이 (사고를) 제대로 살펴야지", "죽은 사람이 6명이나 되는데 누구 하나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 인터넷 보셨습니까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등 거친 항의를 쏟아냈다.

한편 삼성중공업 측은 지난 1일 크레인 충돌 사고로 31명이 사상한 거제조선소에서 최근에도 유사한 크레인 충돌 사고가 났던 사실이 알려지자 인명피해는 없었다면서도 인사위원회에서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연합뉴스>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진심으로 사과…책임 다할 것"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2일 3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와 관련해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이에 따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날 김효섭 조선소장이 대신 발표한 사과문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비보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불의의 인명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은 상심에 빠져 계신 유가족, 그리고 부상을 입으신 분들과 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 김효섭 삼성중 조선소장이 박대영 사장을 대신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휴스턴 출장 중인 박 사장은 "오늘 저녁 거제에 도착해 사고 수습을 진두지휘하겠다"며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려움에 처한 동료와 가족들을 위해 회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고인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조선소 전체에 걸쳐 잠재적인 불안 요인까지 발굴해 제거하는 등 또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일 발생한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규모는 현재 사망 6명, 중상 2명, 경상 23명이다. 경상자 중 14명은 치료 후 귀가했다.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 사업장 생산중단…약 2주 작업 멈출 듯

삼성중공업이 전날 발생한 크레인 추락사고로 인해 거제조선소 전 사업장의 작업이 약 2주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 전 사업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2일 공시했다.

이는 전날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으로부터 받은 전면 작업중지 명령에 따른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안전조치를 완료한 후 지방노동관서장의 확인을 받아 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상 작업중지 명령은 1차에 한해 2주정도이고 작업장 안전조치가 미비하면 효력은 계속된다. 이에 따라 거제조선소에서 건조중인 선박 및 해양플랜트의 공정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이번 사고가 난 '마틴링게 플랫폼'은 2012년 12월 프랑스 토탈사로부터 5억달러에 수주한 해양플랜트로 올해 6월경 인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향후 인도시기가 불투명하게 됐다.

■ 경찰, 삼성중 크레인 사고 원인 본격 조사…합동 감식 진행

경남지방경찰청은 사고 직후 거제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경찰은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안전사고 전담수사팀과 광역과학수사팀 등 형사 35명으로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사고 수사본부는 크레인 충돌 원인과 크레인 조작 때 안전규정을 지켰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수사본부측은 사고 이후 크레인 기사와 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사고 당시 신호수와 안전관리자 등이 제 역할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 크레인이 작동할 때 부딪치지 않도록 사이렌을 울리거나 신호수가 크레인 작동을 조절하는데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수사본부는 근로자의 날로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쉬는데도 협력업체 직원들로 위험 요소가 많은 크레인을 작동하게 된 이유 등도 조사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1일 사고 후 공장 인근에서 망원렌즈로 사고현장을 촬영한 사진, 2일 사고 현장 방문 사진 촬영 등 본사가 취재한 사진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